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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유/ 2차 CBT 주인공 시점 스토리
게시물ID : bns_99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메이요시노
추천 : 3
조회수 : 90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9/06 01:36:16

 

BGM. 회랑촌 테마

밑에 어떤 분이 궁금하시다 그래서 블로그에 읽으려고 스크랩 해둔거 긁어옴 ^0^ 스압 주의

 

 

 

 

 

 


서막. 깨어나기 싫은 꿈


1장. 무일봉의 아침

홍문 비록.


나는 홍문파의 마지막 남은 제자다. 아니, 였었다는 게 맞다. 지금의 난,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나를 나로 만드는 건 오직 기억뿐이다. 


나의 기억이 잊혀지기 전에 그 동안 강호에서 보고 듣고 겪었던 일들을 이곳에 적고자 한다. 

이 글을 아무도 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강호의 역사가 늘 반복되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나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붓을 들었다.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반면교사로 삼아주기를 바란다.

나의 모험은 무일봉에서 시작한다.


그 날도 변함없는 하루가 시작됐다. 홍문파에 들어온 지 삼 년째 되던 날이었다. 그때까지 난 무공 한 초식 배우지 못했다.


2장 수련 준비

아침 수련 전에 식사 준비를 먼저 해야 한다.

식사 준비가 마치면 다들 수련장으로 가겠지만, 난 게속 장작을 패고, 물을 긷고, 청소를 하고, 온갖 허드렛일을 해야한다.

이런 것도 수련의 일부라며 진영 사저가 옆에서 싱글거리며 말했다. 


밥짓고 청소하는 무공이 있다면 그 당시의 난 그 방면에서는 천하제일 고수였을지도 모르겠다.


3장 무성 사형의 행방

무성 사형은 우리 문파에서 가장 무공이 뛰어나고, 성실한 분이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개인 수련을 나가셨다.

그런 무성 사형을 보면서 난 사형을 존경했다. 게다가 사부님을 야속하게 생각도 했다.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우리 문파의 비급인 홍문싱공을 전수해주지 않으시다니 하고 말이다.


무성 사형이 기른 매가 하늘 높이 날아가는 것을 쳐다봤다. 사부님의 약재 주문을 매에 달아 보내시나 보다고 생각했었다.

당시 무성 사형은 매일 사부님께 탕약을 달여 올리던 중이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4장 사부님의 부름

그날따라 사부님의 기침 소리가 심했다.

사부님은 평소보다 기력이 쇠한 목소리로 아침 조회를 마치셨다.

말씀을 마치시고 사부님이 나를 찾으셨다. 사부님께선 먼지 낀 책장 속에서 낡은 책 한 권을 내주셨다.


그 책이 당시에는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몰랐었다. 지금도 그 책을 가지고 있다.

낡았던 그 책은 강호의 풍파를 맞아 지금은 더욱 낡고 헤졌다.

이 책을 볼 때마다 사부님의 낡은 책장과 기침소리가 떠오른다.


5장 홍문파 입문

"아니 이 책은... 우리 문파에 입문해서 배워야 할 기본 무공이 담긴 책이구나. 

사부님이 이걸 주신 걸 보니 너를 우리 문파의 정식 제자로 인정하신 모양이구나. 축하한다!"


그 날, 난 홍문파의 정식 제자가 되었다. 사문의 사형사저들이 모두 날 축하해주었다. 

그 날이 내 기억 속에서 가장 기뻤던 날이었다.


6장. 수련의 시작

영묵 사형은 마음에 드는 무기를 고르라고 하셨다.

무기 선반에서 고른 무기의 묵직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는 내 무기를 가진 것만으로도 왠지 강호의 고수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영묵 사형으로부터 기본 초식을 배웠다. 처음 펼치는 초식인데도 기본기가 좋다며, 영묵 사영이 칭찬했다.

진영 사저 말처럼 그때까지 해왔던 허드렛일이 무공을 수련하는데 밑거름이 되있었다.


7장. 통과의례

검은 복면을 쓴 괴한이 날 습격했다. 몇 합을 주고 받았지만 허공에 대고 싸우는 느낌이었다.

분명히 상대는 나를 한 합에 처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력을 쉽게 내보이지 않았다. 대결이라기보단 지도무공에 가까웠다.


"하하하. 놀랐지?"


그때 무성 사형의 웃음소리는 해맑았다. 복면을 벗고 나타난 무성 사형의 웃는 얼굴도 그러했다.

그것은 마지막 시험이었다. 홍문파에 입문한 제자가 거쳐야 할 통과의례였다. 해맑은 무성 사형의 얼굴을 본 건 그게 마지막이었다.


8장. 멸문의 위기

그날 불행이 시작됐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무성 사형은 홍문신공을 얻기 위해서 우리 모두를 배신하고 그녀를 불러들였다.


그녀는 거대한 덩치의 역사와 차가운 살기의 암살자, 그리고 검은 기운을 내뿜는 어둠의 괴물들을 무일봉에 데리고 왔다.

그녀는 피를 나눈 형제 같던 사형사저들을 무참히 살육하고, 아버지와 같던 홍석근 사부님을 한줌의 재로 만들어 버렸다.

그녀는 지난 삼 년간,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과 나의 행복했던 삶의 터전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녀는

진서연이다.




 



1막. 상처받은 자들


1장. 구사일생

"정신이 드세요?"


그 때 그녀는 선녀 같았다. 눈을 떴을 때 남소유는 걱정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진서연의 일격에 난 죽은 줄 알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난 살아있었다.


비월. 상처를 입고 바다에 빠졌을 때 본 그 여인의 이름이다. 비월은 날 죽음에서 계속 구원해주었다.

지금은 그녀가 누군지, 왜 나를 살려주었는지 알지만 그때는 난 그것이 꿈인 줄로만 알았다.


"아저씨께서 소협을 구해오셨어요. 도씨 성에 천자 풍자를 쓰시는 분이세요. 소협님과 같은 문파 사람이라 하시더군요."


도천풍. 그는 오래 전 사부님의 수제자로 사문의 대사형이셨다. 

지금은 알고 있지만 당시엔 대사형께서 왜 문파를 떠났는지, 왜 이런 작은 마을에서 자경단장직을 맡고 계시는지 이해가 안 갔다.

도천풍 대사형의 사연은 나중에 다시 말할 기회가 있을 거다. 


아무튼 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대나무 마을에서 눈을 떴다.

가슴엔 묵화의 상처를 입은 채.


2장. 대사형 도천풍

밖은 아수라장이었다. 충각단이라 불리는 해적의 무리들이 해안가에서 물밀듯이 몰려오고 있었다. 

무장을 한 마을 사람들은 마을 입구에서 진을 치고 상륙한 해적들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

빗 속에서 싸우던 도천풍 대사형은 마치 한 마리의 범과 같았다. 

수많은 충각단원들에게 둘러 쌓였음에도 그는 눌리는 기세 없이 적을 차례로 뉘었다. 


물 흐르는 듯하면서도 불을 뿜어내는 듯한 그의 권법. 홍석근 사부님의 수제자다운 솜씨였다.


3장. 자경단장의 아들

"뭐, 뭐야, 넌? 응? 너, 아버지가 데려온 그자 아냐!"


겁먹은 듯하면서도 이를 감추려고 허세를 부리던 청년. 그가 바로 도천풍 대사형의 아들 도단하다. 

위엄 있는 대사형에 비해 그는 작고 나약했다. 당시 마을에는 충각단과 내통하는 첩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도단하는 허풍만 센 게으름쟁이에다가 늘 사라졌다가 나타나면 사고만 치는 망나니였기에 사람들로부터 첩자라는 의심을 받을 만했다.


사람은 겉만 보고는 모르는 법이다. 친절하고 다정하던 무성 사형도 우릴 배신했으니 말이다.


4장. 생명의 은인

한시라도 빨리 사부의 원수를 잡으러 가고 싶었지만, 어디로 갔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도천풍 대사형은 내 얘기를 듣자마자 진서연 일당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그 날 이후 한동안 대나무 마을에서 지냈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진서연의 행방에 대한 기별이 오기 전까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도천풍 대사형의 간곡한 부탁도 있었다. 행방에 대한 기별이 올 동안은 마을을 지키는 일을 도와달라는 것이다.


충각단으로부터 고통 받는 이곳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기엔 당시 대사형이 이끄는 자경단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나도 무일봉 밖의 상황이 이렇게 어려운지 처음 알았었다. 

백성들이 고통 받는것을 보면서 모른 척한다는 것은 협의를 중시하는 사부님의 가르침에도 반하는 행동이기에 대사형의 부탁을 승낙했다.


오늘따라 사부님의 말씀 하나 하나가 그립다.


5장. 수상한 촌장

메마른 우물 안은 동굴처럼 깊었다. 음습하고 비밀스러운 공간. 

이곳에서 곽대규 촌창은 자경단인 범박이란 자와 은밀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나타나자 둘은 꽤 당황하는 눈치였다. 범박은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곽대규 촌장은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흔들리는 그의 눈빛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도단하의 인품을 알 수 있는 사건은 오래지 않아 일어났다. 

그는 기껏 중요한 임무를 맡겨달라고 대사형에게 졸라놓고선 막상 임무가 닥치니 나한테 떠넘겼다.

도단하를 보면서 길홍 사형과 화중 사형이 생각났다. 자기들이 해야 할 일들을 내게 늘 떠넘기곤 했다. 


그땐 사형들을 원망했는데, 이젠 원망할래야 할 수도 없다.

그때 좀 더 잘 해드릴 것을.


6장. 도적들의 정체

자경단 역기산은 중요한 물건을 도적 맞았다며 물건을 훔쳐간 도적의 정체를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그 때 자경단은 충각단을 뿌리 뽑기 위해 거사를 준비 중이었다. 


도둑 맞은 것은 거사에 필요한 유황으로, 화약과 폭약의 재료가 되는 물건이다.

대결전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을 보면 적들도 거사에 대해 이미 눈치를 챈 것으로 보인다. 

자경단 내에서는 이미 내부에 첩자가 있다는 말이 오가고 있었다.


7장. 해적과 손잡은 산적

유황을 훔친 범인은 충각단일 거라 예상했었지만, 실은 이 근방에서 출몰하는 산적이었다. 

녹림도의 지방 조직인 흑룡채라는 도적단의 짓으로, 이들은 충각단과 함께 마을을 노리는 대표적인 악인들이다.

녹림도는 도적왕 소양상이 이끄는 강호의 대표적인 산적 모임이다. 


원래 소양상은 의적이었지만, 지금은 소양상이라는 구심점을 잃고 백성들을 괴롭히는 시정잡배 집단이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은 바다엔 해적, 땅에는 산적으로부터 수탈 당하고, 곁에있는 관리들로부터는 높은 세금과 강압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내가 만났던 흑도들 중에서 그래도 녹림도는 양반에 속한다.


8장. 어두운 등잔 밑

충각단은 마을과 멀지 않은 곳에 전초기지까지 마련하고 있었다. 

자경단은 나의 보고로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적들은 더욱 조여오고 있다. 

사부님의 원수를 갚는 일도 중요하지만 위험에 쳐한 마을 사람들을 못 본 채 도천풍 대사형이 무일봉 소식을 듣고도

선뜻 복수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이해가 갔다.


9장. 해적의 소굴

충각단 남해함대 전초기지에 잠입해서 그들이 훔쳐간 유황의 소재를 찾았다. 

이제 은광일의 동생인 은광삼만 사로잡으면 되었다.


"우적우적, 냠냠냠~ 맛 좋다~"


녀석이 먹는 음식에 수면제를 탔다. 곧 잠들 것이다. 하나, 둘, 셋.

쿵! 쓰러졌다.


"하이구!"


방 안에 나와 은광삼 말고 또 다른 자가 있었다.

땅바닥에 떨어져 머리를 부여잡는 저 땅딸만한 자경단. 촌장과 같이 있던 자였다. 

그의 이름은 범박. 잊을 수 없는 이름 중 하나다.


10장. 암호해독

은광삼의 밀지에는 첩자의 보고 내용이 들어 있었다. 마을에 충각단과 내통하는 자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라면 거사는 물거품이 된다.

하준광은 밀지의 내용을 서둘러 도천풍 대사형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라고 했다. 

하준광이 제조한 폭약을 들고 대사형이 있는 흑음림으로 달려갔다.


하준광이 제조한 폭약은 제법 묵직했다. 

은은히 피어나는 유황 냄새가 코 끝을 자극했다 사람들은 점점 무공을 뛰어넘는 무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언젠간 무공이 사라지고 이런 무기로만 싸우게 되는 날을 상상해본다. 왠지 끔찍한 생각이 떠오른다.

버려진 어촌의 검은 기운을 헤치고 난 달려갔다. 검은 기운 속에서 왠지 진서연에게서 느꼈던 어둠의 기운을 느낀 기억이 난다.


11장. 묵화가 피어나는 시체

첩자의 밀지 내용을 보고하러 간 나에게 도천풍 대사형은 뜻밖의 소식을 말했다.


"이상한 것을 발견했네. 진서연과 관련된 것 같네만..."


대사형은 일단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내 귀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난 한걸음에 발견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엔 끔찍한 모습으로 묵화가 피어나는 시체가 있었다. 진서연이 분명 이곳을 지나간 것이다.


시체를 살펴보던 중,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전에도 느껴본 것이었다. 시체 속에서 스물 스물 검은 아지랑이 같은 것이 나왔다. 

이윽고 그것은 사람의 모습을 띄기 시작했다.


그건 무일봉에서 본 그 그림자. 진서연이 몰고 온 그것.

마족이었다.


12장. 괴팍한 독초거사

"넌 필시 진서연에게 상처를 입은 자렸다?"


땅에 붙어 다닐 정도로 작은 키에, 그런 몸의 반을 차지하는 덥수룩한 수염, 

잠자리 눈알처럼 커다란 안경을 쓴 이 괴팍한 노인네가 진서연에 대해 알고 있었다. 녹명촌에서 꽤나 악명이 높은 독초거사란 늙은이다.

끊어진 녹명교를 건너기 위해서는 용맥을 탈 줄 알아야 했다. 


용맥은 세상 곳곳에 흐르는 대륙의 기운으로, 심후한 내력을 지닌 강호의 무인들은 용맥을 타고 먼 곳을 오간다.

용맥을 타기 위해 수소문 끝에 만난 자가 바로 이 독초거사다. 그런데, 의외로 이 독초거사의 입에서 진서연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이 노인의 성깔을 맞추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용맥 타기를 배우러 온 무인들이 하루에도 수십 명인 듯하지만 대부분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하지만, 녹명교를 건너기 위해서도, 이분이 알고 있는 진서연에 대한 얘기를 듣기 위해서도, 

내 몸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라도, 난 이 노인의 비위를 맞춰야 했다.


13장. 사슴 사냥

독초거사는 묵화의 상처로 인해 나의 기혈이 단단히 막혀있다고 말했다. 

이것을 바로 잡는 일은 의원이 아닌 상승무공을 지는 무공고수만이 할 수 있다고 했다.


무일봉에서 받은 묵화의 상처는 그 후로 계속해서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 다녔다. 

이 상처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훗날 깨닫게 됐다. 

진서연이 날 죽이지 않고 묵화의 상처만 남긴 그 의미...


14장. 어둠 속 출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에게 살수를 뻗었다. 몇 수를 섞어보니 상대의 무공은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았다.

강호인은 다른 이의 무공 내력을 살펴보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다던데, 어둠 속의 이 자도 그런 자 중 하나로 알았다. 


하지만, 이것은 독초거사가 마련한 시험이었다. 

진서연에게 맞설 그릇을 찾기 위한 시험.


15장. 예정된 기연

내 몸 안에 뜨거운 기운이 들어왔다. 차갑고 어두운 내 몸 안에 커다란 빛이 가득 찼다. 

고통이 밀려왔다. 내 몸이 불덩어리처럼 탔다. 견딜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범상치 않아 보이는 기인들에 둘러 쌓여 있었다. 이들이 바로 팔부기재. 

독초거사가 말한 상승무공의 고수들이자, 강호의 내로라하는 무림고수들이다.


16장. 팔부기재의 시험

"진서연은 정녕 천하사절을 모두 없애버릴 셈인가!"


팔부기재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독초거사는 나에게 사부님과 진서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랜 세월 동안 중원에는 마황이 나타나 온 세상을 탁기에 물들이려 하고 있네. 

그리고 그때마다 모습을 드러내 마황과 맞서 싸우던 네 명의 무림고수가 있었지... 

... 강호인들은 이 네 명의 고수에게 천하사절이라는 이름을 주었네. 천하사절은 검선 비월, 무신 천진권, 환귀 익산운, 그리고... 

역왕으로 불리는 자네의 사부, 홍석근이네!"


사부님은 단순한 은둔 무인이 아니셨다. 천하를 구한 네 명의 고수, 천하사절 중 역왕이라는 별호를 가진 무림고수셨다.

팔부기재는 탁기가 창궐하고 마족이 날뛰는데도 천하사절이 나타나지 않자 그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찾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사부님을 찾으러 왔는데 이미 사부님은 운명을 달리하셨다. 진서연에 의해...


팔부기재는 천하쌍세에서 나온 고수들이다. 강호에 이름난 두 무림세력인 무림맹과 혼천교를 일컬어 천하쌍세라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자가 강호를 돌아봤다면 이들의 명성은 익히 알 것이다.


이들은 나를 천하사절을 대신할 그릇으로 지목했다. 

이제 막 강호에 뛰쳐나온 신출내기한테 무슨 기대를 걸겠다는 건지 당시엔 알 수 없었다.

난 이들의 목적이 진서연을 처단하는 거라는 사실에 이들의 말을 일단 따르기로 했다.


17장. 이독치독

독초거사는 내 몸이 완쾌되기 위해서는 오직 상승무공을 터득해서 내공으로 몸 안에 탁기를 몰아내는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팔부기재의 내공 덕에 기혈이 어느 정도 바로 잡히긴 했지만 아직 내 몸이 더 이상 다른 이의 내공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독초거사는 일단 임시변통이 될 수 있는 독초를 가르쳐주었다. 독은 독으로 다스리는 법인 셈이다.


용맥절벽으로 가는 나의 몸이 전보다 가벼워진 걸 느꼈다. 

하지만 천하쌍세의 기대를 짊어진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내가 사부님을 대신할 천하사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더욱 어깨를 짓눌렀다.


18장. 망자의 역습

녹명촌의 공기가 심상치 않았다. 하늘은 붉고, 사악한 기운이 온 마을을 감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엔 강시 떼와 원한령 떼로 뒤덮여 있었다. 아까 전만 해도 평화로운 마을이 아비규환으로 바뀐 것이다.

사건을 수습하고 배후를 캔 결과, 이 요괴들을 조종한 건 월영공동묘지에서 혈강시를 조종한 주술사 나추옹이었다. 

게다가 은광일의 이런 편지까지 발견했다.


"친애하는 나추옹 님. 귀하의 높으신 야망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소.

원하시는 대로 시신이라면 얼마든지 공급해 드리겠소. 대신 녹명촌을 막아 자경단의 발목을 잡아 주시오."


은광일은 어떤 음모를 꾸미기 위해, 죄 없는 녹명촌 사람들을 희생하고, 더군다나 자신의 부하들까지 강시와 원한귀의 재료로 썼다.


하늘의 도가 떨어졌다는 말을 실감했다.

강호는 그때도 지금도 악귀의 세상이다.


19장. 잃어버린 봇짐

끊어진 녹명교를 건너는 일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용맥이 일단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앞에 놓인 천길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간다.

바닥에 솟아난 용맥의 빛에 몸을 맡긴다. 내 몸은 어느새 대륙의 기운을 타고 두둥실 떠오른다. 

마치 속세의 모든 짐을 벗어놓고 하늘로 오르는 기분마저 든다.

그런 기분도 잠시. 땅을 딛자마자 부용을 만나러 달려갔다. 버섯 때문에 늘 투덜거리던 그 자경단이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나추옹에게 전달된 은광일의 서신은 그는 내부의 첩자가 배달했을 거라고 한다.


첩자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충각단을 돕고 자경단의 내부 정보를 빼내가고 있다.

마치 여기저기 눈에 띄는 땅딸보 자경단 범박처럼.


20장. 겁먹은 아이

"나, 난 아무 것도 못 봤어요. 아무 것도요!"


동동이라는 동자승은 꽤나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이 아이가 분명 무언가 보았다는 걸 직감했다.

우선 이 아이를 진정시키고,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려 했다. 아이들은 무엇을 좋아하지? 


내가 어릴 땐 무엇을 좋아했는지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이상하게 무일봉에 오기 전 일들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21장. 첩자의 정체

송림사에서 정보를 빼내고, 동동을 협박한 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자경단 범박이었다.

범박은 얼마 전, 메마른 우물에서 곽대규 촌장과 밀담을 나누던 자다.


"그 말이 사실인가? 이, 이럴 수가..."


범박이 첩자였다는 소식을 듣고, 도천풍 대사형께선 한편은 놀라면서도 한편은 예상한 듯 담담했다. 

대사형은 서둘러 범박을 잡아들이라 명했다. 

짧은 다리로 역시 멀리가진 못 했다. 해안 동굴에 숨어있던 녀석을 발견했다.


22장. 경국지색

"은광일이 대나무 마을에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아시오?

실은 바로... 남소유, 그녀 때문이지!"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범박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겨우 여인 하나 때문에 마을이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경국지색이란 말이 떠올랐다.

도천풍 대사형에게 돌아갔다. 그는 사색이 되어 있었다. 마을이 습격당해 남소유가 충각단에게 납치되었다는 것이다.


"설마... 마을에 또 한 명의 첩자가? 그러고 보니 나를 여기에 보낸 것은 다름 아닌...!!"


첩자인 범박과 은밀히 내통한 사람. 메마른 우물에서 본 것이 맞는다면 마을 안의 첩자는 그자밖에 없다. 

아마 대사형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23장. 거짓 서신

거암골 남쪽에는 생각보다 많은 수의 충각단 훈련병들이 모여 무공을 수련하고 있었다.

난세의 상황에서 젊은이들은 더 이상 평범한 백성으로 사는 것이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충각단에 들어가기 위해 모여 있는 것을 보니 안타까웠다. 아니 슬픈 게 맞을까.

도천풍 대사형은 이런 현실을 보고 무일봉에서 무공 수련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무일봉을 떠나 출사를 한 대사형의 심정이 이해갔다.


무일봉을 나온 뒤 그는 나라와 백성을 구하기 위해 운국 무관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조정의 썩어빠진 관리들과 백성에 무심한 황제를 보고 심히 실망했다.

모종의 사건에 휘말린 그는 결국 조정을 떠났고, 무일봉이 보이는 이곳 무지렁이 대나무 마을에 들어와 숨어 지냈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편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마을엔 충각단이 쳐들어왔고, 이를 두고 볼 수 없던 그는 자경단을 조직해 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24장. 실종된 자경단

낯익은 얼굴이 동굴 속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예전에 봤던 자경단이었다.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는 듯하나 운신하기는 힘들어보였다.

이들은 범박이 첩자인 줄도 모른 채 합류했다가 일을 당한 모양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곳이 강호라더니.

우선은 이들의 상처를 치료할 약재를 구해보기로 했다.


25장. 날이 빠진 무기

철무방의 일은 잘 해결이 되었지만,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겼다.

도단하가 또 사고를 친 것이다.

도단하는 남소유가 남해함대 지부에 잡혔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의 수족인 고봉과 자경단을 보냈다. 

자경단장인 대사형의 허락도 없이 말이다. 충각단 지부 앞에서 거사를 준비 중이던 서문범을 머리를 쥐어 뜯었다.


"이러다가 거사가 완전히 틀어지게 생겼어! 쳇, 이렇게 된 이상 더 지체할 수가 없군!"


서문범이 주변의 자경단을 모으는 동안 난 서둘러 고봉 일행과 남소유를 구하러 충각단 지부로 갔다. 

하지만 거기엔 뜻밖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26장. 남소유 구출작전

"꺄아아악-!!"


남소유의 비명소리였다. 소리가 난 곳을 향해 한걸음에 달려갔다.


"...호호호~"


웃음소리...? 왜 그녀가 웃고 있는 거지? 남소유가 감금된 곳으로 보이는 문을 황급히 열었다.

내 눈을 의심했다. 남소유가 은광삼의 품의 안겨 교태 담긴 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 눈을 의심케 하는 상황은 은광삼을 처치한 후에 일어났다.


진서연의 부하 유란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난 안중에도 없다는 듯 유란은 남소유에 집착했다.

남소유가 나중에 어떤 여인이라는 것을 안 것은 그 일이 벌어진 후 한참 뒤의 일이다. 

그리고 그녀 또한 진서연이 계획한 일의 일부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27장. 불타는 대나무 마을

무일봉에서 일어난 일이 여기서도 벌어졌다. 믿었던 사람이 배신을 하고,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으로 받던 남소유가 충각단과 내통하고 있었을 줄이야...

알고보니 남소유는 은광일의 정인이었다. 그녀는 은광일의 품에 안겨 저 멀리 달아났다. 불타는 대나무 마을을 뒤로 하고. 


그것으로 그녀와 인연은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무일봉에서 나와 만난 첫 인연은 나의 모험 속에 끈질긴 악연으로 따라 다니게 되었다.

도천풍 대사형이 나를 불렀다. 그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자네가 그토록 기다려 온 소식이 드디어 당도했네."


진서연, 그녀의 행방을 알아냈다. 더불어 배신자 무성의 행방도. 

대사형의 전우인 외톨이 마을의 한시랑 장군으로부터 진서연 일당을 봤다는 기별이 온 것이다.

진서연을 찾은 뒤 대사형에게 연락할 것을 약조하고, 난 대나무 마을을 떠났다. 

사부님의 원수를 갚기 위한 나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2막. 사막의 검은 흔적


1장. 수상한 마을

마을엔 음습한 기운이 감돌았다.

사람들은 초점을 잃은 눈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어떤 이는 미친 듯이 웃고,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했다.

마을 곳곳에 있는 가마니에선 알 수 없는 보랏빛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향긋하면서 달짝지근한 냄새가 간질었다.


"밖으로 나갈 건가? 환영초 연기를 들이 마시지 않도록 조심하게."


청운이라는 이름은 지닌 거지 노인의 충고에 따라 호흡을 조절했다. 

한시랑 장군을 만나러 왔는데, 거지 노인이 지키고 있자 적잖이 당황했다. 

행색은 거지이지만, 그의 품행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마을은 사마교도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백무가 이끈 무녀들이 그들에게 맞서고 있지만, 몰려드는 사마교도들을 모두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사마교는 교주 혼세천이 이끄는 신흥 종교 집단이다. 

이들은 세상의 종말이 곧 다가온다는 말을 퍼뜨리며, 사마교를 믿으면 그 날이 와도 영원한 안식과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톨이 마을에서도 그들의 포교 활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었다.

칼과 주먹, 그리고 환영초로 하는 포교였다.



2장. 원군 요청

도천풍 대사형은 한시랑을 친구라고 말했지만, 대사형보다 한참이나 어린 젊은 장수였다. 

필부인 대사형이 운국 장수에게 하대할 수 없어서 친구라고 말한 것인지, 나이를 초월하고 친구로 지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대사형은 운국 황실경호대장을 맡았던 시절, 한시랑을 발탁해서 황실경호대에 들어오게 했다고 한다. 

나중에 대사형이 불미스러운 일로 황실을 떠나자, 오른팔이었던 한시랑도 자연히 변방으로 밀려났다. 

대사형이 오랜 세월 몸을 숨겨 다니는 바람에 그도 대사형을 못 뵌 지 이십여 년이나 흘렀다고 한다.


정신을 차린 한시랑 장군에게 진서연의 행방을 묻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통성명도 없이 다급히 마을 여인들을 구해줄 것을 부탁했다. 

사마교가 갑자기 마을을 습격해서 여인들만 납치해갔다는 것이다.


한시랑과 부하들은 아직 환영초 중독 여파로 몸을 가늘 수가 없었다. 

그는 혼자서 마교의 무리를 감당하기 힘드니 근방에 있는 건원성도 수비대로 가서 원군을 요청하라고 말했다.

건원성도는 운국의 수도다. 그 길목을 수비하는 건원성도 수비대는 수도로 통하는 관문을 지키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 곳이다. 

하지만 내가 갔을 때는 이미 도적때가 수도로 통하는 관문 주변을 장악하고 있었다. 

수비대는 일찌감치 문 주변을 떠나 인적이 드문 곳에 진을 치고 있었다.


3장. 거만한 수비대장

"너도 한시랑이 보내서 왔어? 정말 귀찮아 죽겠군!"


건원성도 수비대장인 거만하는 이름처럼 거만하게 굴었다. 

중앙군은 황실 수호와 수도 방어를 위한 군대로, 거만하의 수비대도 중앙군 소속이다.

거만하는 대사막 한주의 지방군을 자기들보다 한참 밑이라고 깔보고 있었다.


운국 황실과 문무백관이 사리사욕에 빠져 민생을 돌보지 않는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백성의 곁을 돌볼 관군마저 이 지경이니 운국의 국운이 기운다는 말이 나도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거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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