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ange) 열풍이 국회의원에게까지 번졌다. 21일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을 시작으로 나경원 의원과 김무성 당 대표까지 아이스 버킷 챌린지 참여자로 지목됐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미국 ALS(루게릭병)협회에서 루게릭병과 루게릭병 치료법 개발 자금 모금을 위해 시작한 모금운동의 일종이다. 이미 국내외 유명인들이 시행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 혹은 '누구누구의 아이스 버킷' 등의 단어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일부 언론의 제목 장사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국회의원도 동참했다. 김 대표는 2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얼음물을 뒤집어 쓴 사진을 등록하며 '미션 완료' 소식을 전했다.
김 대표는 "불치병으로 고통 받는 모든 환자분들께서 힘을 내시고 병마를 이겨내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우리 사회 나눔의 문화가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 열풍에 딴죽 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 참신한 모금 방법이고 사회 저명인사들이 참여하면서 관심을 끌었다면 그 나름으로 다행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대표가 '나눔 문화 확산'을 운운하며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시행한 것에 대해 솔직히 불편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
▲ 왼쪽 사진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22일 연찬회가 열린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 앞에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해 스스로 얼음물을 끼얹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21일 오후 강원 횡성군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11회 한국스페셜올림픽 전국하계대회 폐회식에서 나경원 위원회장이 'ALS 아이스 버킷 챌린지(ALS Ice Bucket Challenge)'에 동참해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이다. ⓒ노컷뉴스, 연합뉴스
이날 오전 7시50분께 40일 째 곡기를 끊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세월호 참사 가족 김영오씨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생사를 오가는 김영오씨는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한다. 기운만 차리면 광화문 농성장으로 돌아가겠다고 해 치료를 바라는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상주하고 있다. 며칠 째 '노숙'인지 세기도 어렵다. 국회와 광화문에서 노란 리본을 달고 농성하고 있는 이들은 진상규명이 가능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하나 만을 촉구하고 있다.
그들과 형식적으로 만났던 김 대표였다. 여야 원내대표 재협상안이 도출되기 전날과 당일 두 번 실내에서 가족대책위와 면담했던 김 대표였다. 가족대책위 요청 사항은 반영되지 않은 협상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의원총회에서 말했던 그 김 대표였다.
가족대책위는 새누리당을 못 믿겠다고 하는데 새누리당은 야당만 탓한다. 평소 '더 많이 가진 여당이 양보해야한다'던 김 대표는 세월호 가족에게만 '무엇을 더 양보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나눔의 감동은 내가 가진 최소한마저도 나눌 때 생기는 법이다. 그 감동은 또 자기의 위치에 걸 맞는 것을 나눌 때 진정 의미가 있다.
김 대표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대표이다. 그가 얼음물을 뒤집어쓰면서 사회에 기대했던 나눔 문화 확산을 존중한다. 하지만 그만큼 그가 집권여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정치적인 나눔 문화 역시 보여주길 바란다.
나경원 의원도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했다. 나 의원은 다음 아이스 버킷 챌린지 참여자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가족이 원하고 국민이 원하는 나눔을 보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