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관리능력 뛰어나 아버지도 의지"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167억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은닉한 채 74억 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재용씨는 7일 "아 버지가 결혼축의금을 못받게 해서 외할아버지가 받아 액면가 167억원 상당의 채권으 로 불려주었고, 실명으로 관리하면 아버지 돈으로 의심받을 것 같아 가.차명 계좌에 보관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재용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 심리 로 열린 속행공판 변호인 신문에서 "23살이던 87년 12월 포철 박태준 회장의 막내딸 과 청와대에서 결혼할 당시 하객들도 거의 없었고 아버지가 축의금을 일절 못받게 해 지인들이 어쩔 수 없이 외조부에게 축의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재용씨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니 외조부가 20억원 상당의 축의금을 주셔서 어 머니와 상의했더니 어머니는 `아버지가 아시면 화내실테니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돌려드리자'고 하셨고 이후 `이왕 받은 것 어쩔 수 없으니 네가 알아서 쓰라'고 하셨다"고 주장했다.
재용씨는 "4개 은행 계좌에 가.차명으로 들어있던 돈을 88년 1월 외조부에게 맡 기고 미국으로 떠났다"며 "그후 외조부가 통장 돈으로 채권을 샀다가 금융불안으로 모두 현금화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구체적 과정은 모르고 2000년 말 사업자금이 필요해 말씀드리니 167억여원 상당으로 늘어나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용씨는 "육군 중앙경리단과 농협 등을 거친 외조부는 자산 운용능력이 남달리 뛰어난 분이었고, 아버지도 같은 군출신인 외조부를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다"며 " 외조부가 주신 채권 중 얼마가 축의금이고 얼마가 증여액인지 몰라 증여세를 제대로 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용씨는 "단지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고 그때문에 10여년간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지내야 했다"고 호소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연세대 3학년에 재학중이던 85년 미국 조지타운대에 편입했다 가 91년 대우그룹에 입사, 93년 일본 게이오대 MBA 과정과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을 거친 재용씨의 `화려한' 학력도 소개됐다.
재용씨 변호인은 당시 축의금을 낸 사람들 중 일부인 30여명(16억여원)에게서 받은 확인서라며 재판부에 명단을 제출했고 검찰측이 증거에 부동의하자 이중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