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집에 컴퓨터가 늦게 생겼다.
애들이 클레릭, 표창도적, 나비탭, 반탭, 드리프트, 출발부스터 이런 얘기를 할 때
난 침묵 할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내다 친구와 pc방을 처음 가게 되었다.
그날은 2박3일로 수련회를 다녀 온 날이었는데 집이 비어있어서 전화로 엄마한태 pc방을 가도 되냐고 물었던 걸로 기억한다.
pc방은 나쁜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때이다.
처음 들어선 pc방은 굉장히 신선한 곳이었다.
어렸던 나로써는 굉장히 고가의 전자품이었던 컴퓨터가 몇백대씩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컴퓨터 하나하나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으니 정말 신기했었다.
친구가 능숙하게 카드를 뽑고 돈을 내고 자리를 찾아 컴퓨터를 켜 주었다.
그리고 컴퓨터를 하려면 카드번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나온다.
나는 마우스가 움직이지 않아 당황했지만 친구가 카드번호입력란에 번호를 치고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다.
그러고는 자기 컴퓨터가 켜지가 카드번호를 쓰고 하나, 둘, 셋 하면 같이 누르자고 했다.
그래야 시간이 같이 흘러서, 컴퓨터가 같이 꺼진다.
난 처음 하는 경험이었지만 다음에 다른 친구와도 왔더니 이렇게 컴퓨터를 켰었다.
pc방 전통인가보다 했었다.
그렇게 컴퓨터를 켜고 처음 했던 온라인 게임은 카트라이더.
닉네임이 XXX111 이었다.
XXX은 이름.
닉네임이 뭔지도 몰랐던 시절 네임만 보고 이름을 썼다.
방귀대장 뿡뿡이게임만 알던 시절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고 내시점에서 돌아가는 배경들은 굉장히 새로웠다.
이것이 내가 처음 온라인 게임을 접하게 된 계기다.
그 뒤로 나의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한 게임들로는
크레이지 아케이드, 건즈, 메이플스토리, 크로노스, 라키온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를 제외하고는 지금은 퇴물이 되어버린 게임이다.
건즈를 연습하기 위해 희생해야했던 w,a,s,d, shift 키,
덕분에 하얗던 키보드가 누렇게 변색된 기억이 있다.
내가 건즈를 한창 했을 시절 유행하던 것이 바베큐 였다.
칼로 상대방을 올려쳐서 샷건, 권총 으로 쏘고 그렇게 한턴씩 돌아가는 것이다.
그 것이 그리워 최근 건즈를 깔고 들어가봤는데..
서버들이 꽉 차있던 건즈는 어디가고 너무 휑 해서 놀랐다.
이 감정은 마치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있던 도시에 살던 사람이 이사 간 후 몇년 뒤 다시 놀러왔는데
그 도시가 텅 비어있을 때 감정이었다.
쓸쓸히 방을 만들고 옛 기억을 되살려 나비탭을 하다가 지웠다.
크로노스 같은 경우엔, 초등학교 4학년 쯤 접하게 되었는데
캐릭터를 하늘에서 보고 조종하고, 마을간 이동하고 이런 것들이 신기했었다.
그땐 그런 게임들을 우리들 사이에서 '어른들 게임' 이라고 불렀었다.
괜히 그런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어른이 된 것 같은 우월감에 심취했었던 기억도 난다.
플레이도 굉장히 어렵고 컨트롤, 육성도 어려웠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플레이했던 캐릭터는 발키리(궁수)였는데
내가 한창 할때는 더 좋은 활이 있어도 일부러 '마누궁' 이라는 활을 강화해서 끼고 다녔던 기억이있다.
그것이 유행이었다.
이게임 역시 그리워서 깔고 다시 들어가봤으나, 건즈에서 느낀 감정을 고대로 느낄 수 있었다.
매니아층은 탄탄했던지라 아직 자유시장은 활발했었다.
라키온... 이 게임을 아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신선한 게임이었다.
건즈같은 형식의 대전게임이었는데 캐릭터조작이 복잡하지 않고 어지럽지 않아서
캐릭터 조작 면에서 건즈보다 라키온을 더 선호한다.
이 게임은 필드에서 각자 육성한 캐릭터로 싸우는 데스매치 형식이다.
골렘을 지키는 것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크리쳐도 있고 캐릭터 컨트롤에 따라 실력도 달라져서
진입장벽? 이 좀 심하다.
나는 도적이었는데 멀리서 표창만 날려댔던 것 같다.
이제와서 이 게임에 바라는 거지만, 돈버는 것이 좀더 쉽고 레벨 업이 조금만 더 쉬웠더라면
크게 흥했을 거라 장담한다.
그 뒤로는 특별히 흥미를 두고 중독될만한 게임은 없었다.
이제와서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을 생각해보면
왠지모를 희안한 감정이 든다.
마치 순간 어떠한 냄새를 맡고 옛날 생각이 난다던지 하는 그런 느낌.
그런 감정들이 좋다.
게임에 그렇게 심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많이 접해보지 않아서 모든 것이 새로이 다가와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예전과 같이 푹 빠질 게임을 찾기 못할지도 모르겠다.
게임도 두고 보면 추억이 된다는 점에서
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심취하지 않으면 참 좋은 매체인 것 같다.
그리고 한가지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게임들이 지나치게 변화를 추구하고 달라지려 한다는 것이 정말로 아쉽다.
대표적으로 메이플 스토리 같은 경우를 예로 들자면, 내가 그 게임을 즐길 시절 육성할 수 있는 캐릭터는 네가지 뿐이었다.
전사, 도적, 궁수, 마법사 그래서 이마을에 가면 이거, 저마을에 가면 이거, 하고 참 간단하고 아기자기 했었다.
그리고 마을이나 거래시스템, 몹이나 상점 같은 것도 아기자기하게 정말 소꿉놀이 하는듯한,
캐릭터를 꾸미는 맛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다시 들어가보니 예전에 하던 사람은 플레이 하지도 못할 만큼 진입장벽이 높아졌음을 느낀다.
물론, 지금의 메이플스토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옛 향수가 그리운 사람의 하소연일 뿐,,
다시 소소하게 이사냥터 저사냥터 자리양보해가며 친구도 만들고 하는 소소한 게임을 찾아봤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