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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심리학 vs. 여성주의: 002. "강간은 성교가 아니라"의 의미
게시물ID : science_348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덕하
추천 : 0
조회수 : 67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4/28 21:14:09

많은 여성주의자들이 “강간은 성교가 아니라 폭력이다(Rape is not sex but violence)”라는 말을 신주처럼 모시고 있다.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어떤 사람이 “히틀러는 인간이 아니라 악마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하자. 이 때 히틀러가 호모 사피엔스임을 입증하려고 시도한다면 부질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십중팔구 “히틀러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성경에 나오는 사탄이다”라는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히틀러는 아주 아주 아주 아주 나쁜 놈이다”를 그런 식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히틀러는 나쁜 놈이다”는 도덕의 교권의 명제이며 “히틀러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다”는 과학의 교권의 명제다. 교권 개념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조하라.

 

과학의 교권과 도덕의 교권: 001. 과학의 교권과 도덕의 교권의 의미

http://cafe.daum.net/Psychoanalyse/Kumq/1

 

 

 

“강간은 성교가 아니다”를 세 가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강간은 아주 아주 아주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성교이며 범죄 행위다”라는 뜻으로 “강간은 성교가 아니라 폭력이다”라는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런 식으로 해석한다면 도덕의 교권의 명제이며 “강간은 성교가 아니다”는 일종의 시적(?) 표현이다. 만약 이런 뜻으로 썼다면 시비를 걸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심지어 상습 강간범도 공개적으로 강간 장려 운동을 벌이지는 않는다.

 

 

 

둘째, 성교 개념을 가지고 말장난을 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성교 개념을 정의할 때 “강간은 제외”라는 단서를 덧붙인다면 당연히 강간은 성교가 아니다. 나는 이런 식으로 말장난하는 여성주의자는 거의 없다고 본다.

 

물론 강간이 일어날 때 음경이 질에 삽입되며 사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여성주의자들이 모른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셋째, “성적 욕망이 강간과는 상관이 (전혀 또는 거의) 없다” 또는 “성적 욕망은 강간의 동기(motivation) (전혀 또는 거의) 아니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해석한다면 과학의 교권의 명제다. 그리고 이런 명제에는 많은 평범한 사람들과 진화 심리학자들이 시비를 걸려고 달려들 것이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강간, 절도, 강도, 사기 등이 비슷한 패턴을 따른다고 본다. 한편에는 욕망이 있으며 이것은 범죄의 목적과 관련되어 있다. 다른 한편에는 수단이 있다.

 

강도의 경우 돈이나 재화에 대한 욕심이 그 욕망이다. 그리고 강제력, 협박, 무기 등이 그 수단이다. 강제력을 이용하여 돈을 빼앗는 것이 강도라는 것이다. 물론 강도가 돈을 빼앗으려는 와중에 피해자가 저항하면 심각한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있으며, 강도에게 돈을 빼앗긴 피해자가 분노, 굴욕감, 슬픔 등을 느끼겠지만 강도의 주된 목적은 폭력 행사나 굴욕감을 주는 것이라기보다는 돈을 얻는 것이다.

 

소매치기의 경우에도 돈이나 재화에 대한 욕심이 그 욕망이다. 그리고 손기술과 심리적 교란이 그 수단이다. 손기술을 이용하여 돈을 훔치는 것이 소매치기인 것이다.

 

사기의 경우에도 돈이나 재화에 대한 욕심이 그 욕망이다. 그리고 심리적 교란이 그 수단이다. 심리적으로 교란하여 돈을 편취하는 것이 사기인 것이다.

 

형이 동생의 빵을 빼앗아 먹는 경우 빵을 먹고자 하는 욕망 즉 식욕이 있다. 형은 이 욕망 때문에 빵을 먹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강제력을 이용하여 동생의 빵을 빼앗는다.

 

강간의 경우 성적 욕망이 그 욕망이다. 그리고 강제력이 그 수단이다. 강제력을 이용하여 성교를 하는 것이 강간인 것이다.

 

 

 

반면 셋째 의미로 “강간은 성교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강간을 상당히 다르게 본다. 그들에 따르면 강간으로 이끄는 동기는 성적 욕구가 아니며 강간의 목적은 성교가 아니다.

 

강간에는 동기가 없으며 단지 강간 문화권에서 강간하도록 배우면서 자랐기 때문에 강간을 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가능하고, 강간의 동기는 성적 욕망이 아니라 지배 욕망, 권력 욕망, 공격 욕망, 가학적 욕망 등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두 가지 설명 방식의 공통점은 성적 욕망이 사실상 강간의 동기로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화 심리학자들이 모든 강간이 주로 성적 욕망에 의해 일어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동생의 빵을 빼앗아 먹는 형이 항상 빵을 먹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닐 수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지 동생에게 화가 나 있기 때문에 배터져 죽겠는데도 동생의 빵을 빼앗아 억지로 먹는 경우도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다. 또한 돈이 엄청 많은데도 단지 스릴을 즐기기 위해 소매치기나 강도짓을 하는 사람도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먹고 싶으니까 동생의 빵을 빼앗는 것이고, 돈을 가지고 싶으니까 소매치기나 강도짓을 하는 것이다.

 

강간의 경우에도 온갖 동기가 작동할 수 있다. 전쟁 중에 싸가지 없고 잔인하기로 소문난 상관이 “저 여자를 강간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이야기할 때 어떤 착하지만 소심한 남자가 강간을 했다고 하자. 이 때에는 공포 때문에 강간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여자에게 엄청난 원한이 쌓여서 보복 욕구 때문에 강간을 하는 경우도 상상해 볼 수 있으며, 스릴을 즐기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강간을 하고 도망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른다.

 

가학 자체가 주요 목표인 것 같아 보이는 연쇄 살인범도 있는 것 같다. 여자가 고통을 당하는 것 자체를 즐기기 위해 그들이 강간을 한다는 것이 밝혀진다고 해도 진화 심리학자들이 당황하지는 않는다.

 

진화 심리학자는 통상적인 강간에서 성적 욕망이 동기라고 이야기할 뿐이지 모든 경우에 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강간은 성교가 아니다”의 의미와 관련한 논란에서 핵심 논점은 “과연 여성주의자들이 또는 여성주의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셋째 의미를 의도하는 경우가 많은가?”이다.

 

나는 셋째 의미를 의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우선 Randy ThornhillCraig T. Palmer가 쓴 『A Natural History of Rape: Biological Bases of Sexual Coercion(2000)』의 6 “The Social Science Explanation of Rape”의 내용을 내 나름대로 소개하는 방식으로 근거를 댈 생각이다.

 

그런데 거기에서 Thornhill & Palmer는 여성주의자들의 글을 직접 인용하기보다는 출처만 대고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는 방식을 취했다. 따라서 여성주의자의 생각을 심각하게 왜곡 했을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 한다.

 

나는 여성주의자들이 쓴 글을 직접 인용함으로써 셋째 의미를 의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좀 더 설득력 있게 보여줄 것이다.

 

 

 

이덕하

201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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