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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사병 경험담---"식당에 사령관이 뜨던날"
게시물ID : humorstory_348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리날다。
추천 : 15
조회수 : 554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03/11/22 17:09:50
조회수도 낮고 추천도 없지만....
그냥 묵묵히 올리겠습니다.
읽어주시는분들 감사 ^^

=============================================

밥하고,자고, 다시 일어나 밥하고,밥먹고 

그러다 살만 디룩디룩 쪄가던 ^^; 어느날....... 

취사병들에게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취사병짱: 진짜 지루하다. 

제대도 얼마 안남았는데 왜 이리 시간이 안가노? 

취사병 2: 이제 제대도 기껏해야 백일바껜 안남으셧잖습니까? 

취사병짱:으아!!!!! 백일? 언제 백일이 흘러가노.... 지겹데이 

막내야 니는 제대가 몇일이나 남았노? 

나: <차라리 군대 온지 몇일이 됐냐고 물어봐라 ^^;> 700일 정도 남았습니다.^^ 

취사병짱: 푸하하!!!!! 나같으면 군생활 700일 남았으면 자살한다 자살 ^^ 

나: ^^; 

취사병짱: 진짜 심심하다..... 막내야 시간이 후딱 지나갈만한 일 뭐 없나? 

나: 한잠 푹 주무시면 시간이 빨리 갈텐데요 ^^; 

취사병짱: 막내야.... 이세상에서 가장 괴로운일이 뭔줄 아나? 

지겹도록 자다 깻는데 또자라고 하는게 가장 괴로운기라 ^^; 

나: <여기가 무슨여관이냐 지겹도록 잠만자게 ^^> 예 


바로그때 취사병짱의 무료함과 심심함을 날려버리는 엄청난 사건은 발생하고 

있었으니....... 


취사병 1: <숨을 헐떡이며> 헉헉~~~ 쇼킹한 소식 들으셧습니까? 

취사병짱: 무슨 소식 말이고? 

취사병 1: 내일 저희 부대에 별이 뜬답니다. 별이~~ 

취사병짱: <취사병1의 뒤통수를 때리며> 짜슥아 지금 니 장난하나? 

요즘이 장마철도 아니고 하늘에 별이 뜨는게 뭐가 

쇼킹이고 쇼킹이..... 

취사병 1: 하늘에 뜨는 별이 아니고 투스타 그러니깐 사령관이 

저희 부대에 온답니다.^^; 

취사병짱: <뭔가 큰 충격을 받은듯> 니 지금 뭐라고 했노? 

취사병 1: 사령관이 내일 점심에 부대 시찰하러 온다니깐요!!! 

취사병짱: 허거걱!!!!! 큰일났데이, 또 죽을 고생 하겠구먼 

나: 사령관님이 오는데 왜 죽을 고생을 합니까? 

취사병짱: 왜 고생하냐고? 만약 "식당에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해야 되고 

밥이 조금이라도 설익거나 반찬을 조금이라도 맛없게 만들면 

안된다" 라고 내가 너한테 말하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겠노? 

나: <그게 말이되냐? tv나 만화책속 취사병들한테 그런소리 해라 ^^;> 

도저히 상상이 안되는 일입니다. ^^ 

취사병짱: 맞다, 우리에게 거의 불가능한 그런일들을 사령관이 오는날엔 

꼭 해야 하는기라, 그래야 외박을 짤리는 불상사가 없지 ^^; 


취사병 2: 사령관이 식당오는게 꼭 나쁜것만은 아니잖아요 

제친구가 있는 부대엔 사령관이 점심식사를 하고 

"오늘 점심 진짜 맛있었어" 라고 한마디 했다고 

취사병들 전부 2박3일 외박보내줬다던데요 ^^ 

취사병들: <갑자기 모두들 눈이 반짝거리며 의욕에 불탄다^^> 

취사병 1: 그럼 지금부터 사령관 맞이 준비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취사병짱: 그래, 지금 당장 식당에 있는 모든 짐을 다 들어내고 

한바탕 대청소를 시작하자!!!! 

나: <이사가냐? 짐은 왜 다 들어내? ^^;> 옙 


결국 사령관이 우리 부대에 방문하기 전날 우리 취사병들은 

식당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꺼집어내 대청소를 하기 시작했고 

무려 2시간 동안 청소를 한끝에 평소 난지도 쓰레기 하치장 같던 ^^; 

식당은 마치 호텔식당을 연상시키는 깨끗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지만 진짜 큰 문제는 더러운 식당이야 두세시간만 고생하면 

깨끗한 곳으로 바뀔수 있지만, 병사들의 입맛을 다 달아나게 만드는^^; 

취사병들의 엽기적인 요리솜씨가 몇시간동안 노력한다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낼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그 사실이 우리에겐 고민이었다....... 

결국 사령관이 온다는 운명의 아침은 밝아오고......... 



취사선임하사: 어제 청소하느라 수고들했다. 

오늘 점심 메뉴가 고등어찜이네? 

취사병짱: 선임하사님 그래서 말인데요..... 오늘 메뉴를 

고등어 튀김으로 바꿔보는것이 어떨까요? 

취사선임하사: 아니 왜? 

취사병짱: 아무래도 저희가 찜보다는 튀김에 강하니까 ^^; 

저희 장기를 좀 살려보고 싶어서...... 

취사선임하사: <감동한듯> 녀석들, 너희들이 이렇게 요리에 신경을 쓸줄이야 

알았어, 고등어 튀김 맛있게 만들어보도록 해 


뿌듯한 감동을 안은채 취사선임하사는 떠나갔고......... 

취사병 1: 아니 왜 고생을 사서 하시려고 합니까? 

그냥 고등어찜 하면 편할껄 왜 한시간이 넘게 걸리는 

고등어 튀김을 만든다고 하셔서....... 

취사병짱: <취사병 1의 뒤통수를 치며> 니는 우리가 만든 고등어 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취사병 1: 제가 만들지만 솔직히 먹기 거북합니다. ^^; 

취사병짱: 그럼 고등어 튀김은 어떻노? 

취사병 1: 그럭저럭 먹을만 하죠! 

취사병짱: 우리도 먹기 역겨운 ^^; 고등어 찜을 사령관한테 먹으라고 내줬다간 

그이후 과연 우리가 어떤 꼴이 될지 너희들 각자 상상에 맡긴다. ^^ 

나: <상상이 된다 ... 외박짤리고 함께 모여울고있는 취사병들의 모습이...^^;> 


취사병짱: 자 모두 모여봐라, 우리가 오늘 밥을 맛있게 만들면 

휴가가 주어질것이오 밥을 못만들면 외박이 짤릴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취사병을 돕는다고 했다 ^^; 

모두 모여서 휴가를 위해 화이팅 한번 하자!!!!! 

나: <무슨 운동경기 뛰냐? 밥하러 가면서 왠 화이팅은> 화이팅!!!!! 


힘찬 화이팅 소리와 함께 우리의 점심 준비는 시작되었고 

나는 평소하던데로 밥을만들려고 쌀을 씻고 있었는데..... 

취사병짱: 막내야 니 평소에 쌀 몇번씩 씻나? 

나: <쌀을 삽으로 씻으며> 다섯번 정도 씻습니다. 

취사병짱: 오늘은 한 열번씻어라 

나:<열번? 아예 공사장에서 삽질을하겠다 ^^> 헉 열번씩이나? 

너무 쌀을 많이 씻어도 영양가가 파괴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 

취사병짱: 막내야... 영양가가 파괴되는게 눈에 보이나? 

하지만 사령관이 밥먹다 돌씹는건 눈에 확실히 보인데이 ^^; 

열번씻을래 아니면 니 인생한번 파괴되볼래? 

나: <삽을 빙빙 돌리며> 그럼 한 열댓번 씻겠습니다 흐흐 ^^; 


그날 요리는 특별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특히 평소에 비해 

특이했던점은 군대에서 나눠준 군용양념을 사용하지 않고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사제 양념을 사용해 콩나물국의 맛의 퀄리티 ^^;를 

향상시켰고, 고등어 튀김도 평소 한번만 대충 튀겨주던것과는 달리 

한번은 가볍게튀긴후 다시한번 튀겨주므로써 바삭바삭거리는 튀김 특유의 

맛을 높여주는 놀라운 결과를 취사병들은 이끌어냈다. ^^; 

그리고 가장 특이한점이자 사령관 방문 특별요리의 핵심은 

평소에 내가 만들던 밥을 고참들이 직접 만들기로 했다는 점이다. 

왜냐? 최소한 사령관이 밥한술 뜨고 밥숟갈 집어던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고참들이 절대로 나에게 밥을 못하게 했기 때문에 ^^; 


드디어 두시간만에 요리는 전부 완성이 되었고......... 

우리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밥과 반찬과 국을 병사들에게 나눠주게 

되었는데..... 


병사 1: <고등어 튀김을 씹으며> 헉! 왜이리 바삭바삭해 

입속에서 사르르 녹는데 ^^; 

병사 2: <콩나물 국을 퍼먹으며> 완전히 해장국이다. 기가막히네 ^^ 

병사 3: <병사 2를 바라보며> 말시키지마, 밥한그릇 더 먹어야 되니깐 ^^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병사들은 평소에 맛보지 못한 맛있는 요리에 대한 

그리움 ^^; 때문이었는지 그날따라 밥을 많이 먹는것 같이 보였다. 

그리고 우리에게 들려온 어느 병사의 결정적인 한마디........ 


병사 4: 으와!!! 우리부대에 사령관 매일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맛있는밥 매일 먹지 ^^; 


취사병들: <차라리 우릴 죽여라 죽여> ^^; 


병사들에게 맛있는 요리에 대한 찬사를 들으며 우리는 우리가 드디어 

큰일을 해냈다는 뿌듯함에 젖어있었다. 


취사병짱: 모두들 수고했데이...... 이제 사령관이 밥만 맛있게 

먹으면 우린 2박3일 휴가만 떠나면 된데이.... 

취사병 1: 와 나는 이번에 휴가 받으면 애인하고 여행이나 한번 

갔다와야 겠네 

취사병짱: 막내 니는 휴가가면 뭐할기고? 

나: <우리가 휴가 언제 받았다고 저렇게 미리부터 설치냐? ^^;> 글쎄요 ^^ 

취사병 2: 그런데 왜이렇게 사령관은 안오는거죠? 

병사들은 벌써 밥 다먹고 올라갔는데...... 

취사병짱: 짜슥..... 파티의 주인공은 제일 나중에 나타나는 기라 ^^; 


하지만 그이후 이십여분 지났는데도 사령관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고 

취사병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울려온 전화 한통..... 


취사병짱: 식당입니다. 

<신나는 목소리로> 지금 다 준비 끝내고 사령관님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충격적인 목소리로> 예? 아니 우째 그런일이...... 정말 입니까? 

<울먹이는 목소리로> 예 알겠습니다. ^^; 


취사병 1: 아니 무슨 일 있습니까? 

취사병 2: 사령관은 왜 안온답니까? 

취사병짱: <충격에 몸을 부르르 떨며> 사령관? 벌써 20분전에 헬리콥터타고 

휭!!! 날아가 버렸단다......^^; 

취사병들: 허거거걱!!!!!!! 

나: 그럼 저희들 2박 3일 휴가는? 

취사병짱: 막내 니가 휴가 그렇게 가고싶으면, 지금 헬리콥타 훔쳐 타고 

사령관 한테 날아가서 우리가 만든 밥하고 콩나물국 그리고 

고등어튀김 먹여주고 와라, 그러면 갈수 있다 ^^; 

나: ^^; 



결국 우리 취사병들의 1박 2일에 걸친 사령관 맞이 대작전은 사령관이 협조를 

안해준 탓으로 ^^; 허무하게 실패로 끝나고 말았고, 2박 3일의 휴가도 

하룻밤의 꿈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 

결국 우리 취사병들의 노력은 요즘 노랫말로 "완전히 새됐어" ^^; 



오늘은 취사병들 말고 높은자리에 계신분들에게 한마디 드립니다. ^^ 

특히 대통령 아저씨들...... 

연말연시나 추석날 같은때 괜히 방송국 기자들 끌고 전방 부대에 

가셔서 사진찍고 그러시는데요 ....... 

그때 제발 식당에 들어가서 밥먹고 그러지 마세요...... 

대통령 아저씨는 한 10분동안 밥먹고 헬기타고 가버리면 그만이지만 

뒤에 있는 취사병들은 대통령 아저씨 오기 10일 전부터 밤새면서 

청소하고 요리개발하고 ^^; 정말 피곤합니다. 

그냥 왠만하면 청와대에서 식사하세요 ^^; 

그리고 꼭 부대에서 식사를 해야 하신다면 

"오호 취사병들이 밥맛있게 하네" 한마디 해주세요 

그래야 취사병들 휴가라도 가니깐요 ..... 

괜히 "밥맛이 이상해" 이런식으로 말씀하시면 

대통령이 내뱉은 한마디에 취사병들 맞아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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