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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광장1-1
게시물ID : art_34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전기수
추천 : 0
조회수 : 36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5/01 22:52:06
#1-1 “학생증 좀 보여 주십시오.” 가슴에 매달린 경찰마크만 보였다. 사정없이 뛰는 심장을 진정해 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말려가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면서 학생증을 제시했다. “가방 좀 열어 보세요” “가방도요?” “네” “가방은 왜요?” “불온서적이나 유인물이 있나 조사해야 합니다” 전공서 두 권과 공책이 전부였다. 알 수없는 긴장감과 부끄러움이 등골 사이에서 흘러내렸다. 책을 들추어 본 뒤 한 번 쓱 훑어보곤 말했다. “ 이제 가셔도 됩니다.” 경찰을 벗어나서야 학교 담장 아래에서 오와 열을 맞추어 앉아 있는 전경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 도로가에 학교 담장을 따라 길게 서 있는 경찰 버스들도 보였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혹여 경찰이 나를 부를까 힐끔거리면서 나는 떨리는 몸을 간신히 옮기고 있었다. 경찰과 빠르게 멀어지면서 나는 그들의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날 학교는 더 이상 아름다운 우리들의 공간이 아니였다. 그날 학교는 세상에서 격리되어 빨리 목줄이 채워주길 바라며 웅크려 있는 비루한 한 마리 개였고, 나는 그들의 서슬퍼런 분류 앞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가방을 열며 꼬리치는 공포에 지린 강아지였다. 다음날 어제 교내에서 집회가 있었다는 것을 나는 그 다음날까지 거리에 남아 떠돌고 있는 최루가루와 그 매케한 냄새로 전해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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