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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문명의 동양, 물질문명의 서양이라고?
게시물ID : humorbest_3491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ish
추천 : 60
조회수 : 3281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4/22 17:34:18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4/19 21:38:35
흔히 동양과 서양을 가르는 잣대 중의 하나가
동양은 신비스럽고 정신적인 문명,
서양은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문명으로 나누는 것인데요.

이건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입니다. 첫단추부터 잘못 끼운게 아니라
아예 단추를 끼워보지도 않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대항해시대 이후 전 지구로 팽창해나가던 서양인(특히 서유럽인)들이 
동양(아시아)을 처음 접하고 규정지은 모습이 "신비스럽고 정신적"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건 동양인들도 마찬가지였겠조. 처음보는 흰피부에 노란머리가
얼마나 신비스럽고, 뻑하면 십자 모양의 나무에 기도해대는 모습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보였을까요. 

현대, 제국주의 시대, 근대, 16C, 그리고 더 과거로 소급하면 동양과 서양을
정신적/물질적으로 구분하는게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서양인들이 자신들의 합리성과 민주주의의 뿌리로 생각하는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제전 기간이 되면, 진행중인 모든 정치 행동(심지어 전쟁까지도)
을 중단하고 신들을 위한 축제를 벌였습니다. 
비슷한 시대 동양은 어땠을까요. 당시 중국은 춘추전국시대로 제후들이 
부국강병을 외치며 사회를 발전시키고 있었습니다.
만약 공자가 "제후들이시여 1년중에 단 하루만이라도 전쟁을 멈추고 신께
감사드리십시오"라고 주장했으면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제자백가 중 묵자라는 사람이 전쟁 반대를 역설했으나 그의 이론은
제후들에게 전혀 먹혀들지 않습니다. 제후들이 필요했던건 법가, 병가, 유가 등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상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계실 중세 서양의 대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카노사의 굴욕"(1077)인데
이건 교황권이 왕권의 위에 있음을 명백히 증명해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세 동양의 고려, 송, 요에서 위같은일이 벌어질수나 있었을까요. 부처가 살아돌아오고
공자가 살아돌아와도 왕을 파문하고 추운 겨울에 무릎꿇게 만든다면 목이 10개여도 모자랐을 겁니다.
비슷한 시기 동양, 송은 왕안석의 신법(1069) 입안을 받아들여 정치개혁을 추진했고, 
고려는 화폐경제를 운영하기 위해 주전도감을 설치(1097)했습니다.

중세 무역의 핫 아이템은 도자기(청자, 백자)였는데요. 서양인들은 도자기의 아름다움에 감탄해서
모조품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습니다. 성분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달걀, 모래 등 온갖
물질을 동원했습니다. 결과는 실패였지요. 
동양의 물질문명을 따라가지 못하는 서양의 기술력이라니?!
과연 동양인들이 "정신적"으로 도자기를 구워냈을까요?

종교개혁이 추진되는데 가장큰 밑바탕이 된 독일어 번역성경, 이 번역 성경의 대량출판은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 발명(1455)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78년 앞선 1377년
고려는 이미 직지심경을 활판인쇄술로 찍어내고 있었습니다.

근대유럽 절대왕조 국왕들 중 가장 유명한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14세.
그의 치세에 있던 17C 프랑스는 어땠을까요. 당시 프랑스인들은 목욕을하면
영혼이 빠져나간다는 미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참 신비로운 사고방식이네요. 
의학 수준도 상당히 떨어져서 루이14세의 주치의는 치아가 만병의 근원이라 믿고 
왕의 치아를 모두 빼버리죠.
그보다 반세기~한세기 전의 조선에서는 이미 동의보감이 편찬(1610)되어 체계적인
의학이 성립되어있었습니다. 목욕이요? 동네 개울에만 가도 멱감는 아낙네들과 
그걸 훔쳐보는 남정네들이 있었습니다. 신윤복의 단오풍정만 봐도 알수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신비스럽고 정신적인 문명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합니까?
19C 괴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아직 산림속에 살고 있을 때,
중국인들은 이미 보기 드문 소설을 쓰고있었다." 당대 서양인 중에서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왜 우리는 스스로 "동양은 신비스럽다"는 둥 타자화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동양과 서양, 특히 동양을 향한 편견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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