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좋기로 유명한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는 기억력이라면 절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던중, 서울역 앞에 구걸을 하시는 할아버지의 기억력이 무지 좋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이에 기분이 상한 남자는 바로 서울역 앞으로 달려갔다. 두리번두리번 저기 그 노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거지같은 꼴을 하고 구걸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저런 행색을 하고서 나보다 기억력이 좋다고??" 같잖은 미소를 지으며 노인에게 다가갔다. 노인 바로 앞까지 가서 대뜸 "여보쇼 노인장, 10년전 오늘 저녁 반찬이 뭐였소." 하고 물었다. 이에 노인은 그런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서인지..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계란"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이 남자는 순간 이 노인의 말에 한점 거짓이 없단걸 깨달았다. 대단한 노인이었다. 이 남자는 평생 처음으로 기억력으로 자신을 이긴 노인을 보며 조용히 구걸통에 만원짜리 한장을 넣고 뒤돌아 섰다. "역시 세상은 넓구나.." 이후 남자는 자신의 기억력은 한낱 하룻강아지에 불과하단걸 깨닫고 기억력의 세계에서 은퇴했다..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던 남자.. 어느덧 세월은 10년이 지나고...... 이 남자가 우연히 서울역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헉. 이게 왠일인가 남자의 눈에 띤 것이 있었으니.. 그 노인이 아직까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남자는 너무 놀라... 다가가 노인에게 물었다. "어... 어... 어떻게..." 그러자 노인은 위를 한번 쓱 쳐다보며 말했다. "삶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