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더 우월하여 선민의식을 가지고 계몽을 한다던지, 윤리적인 소비니 한국 게임계의 발전이니 하는 거창한 타이틀을 들먹일 필요가 없습니다.
게임이라는 영역이 각자의 마음 속에서 얼마 만큼의 무게를 지녔는지는 모를 일이니까요.
한때 이 겜토게는 국산 온라인게임 글 올리면 묻지마 비공 날리는 사람들도 있던 곳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취미생활일 뿐인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존중 받지 못하고 무차별하게 짓밟힙니다.
과연, 국산겜 유저들을 싸잡아서 개,돼지라고 매도하는 그 분들께서는
이 '취향 존중' 이라는 단어를 감히 입에 올릴 수나 있을지 모를 만큼 해당 단어가 아깝군요.
본인들은 취존을 부르짖은 적이 없으실 것이라 생각하는가요?
'야 젊은 나이에 나가서 운동이나하지 뭘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니? 한심하다 한심해. 좀 어울려서 뜀박질도 하고 그래라.'
'너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애들같이 게임 하니?'
'돈주고 게임 사서 하는거보단, 친구들이랑 술마시고 노는게 좋지않냐? 야 그 돈 아깝다 아까워.'
당장 우리 게이머들만해도 온갖 고정관념과 부정적인 시선의 대상이 되지 않나요?
게임이라는 공동취미를 가진 우리가, 안에서 뭐가 우월하네 마네 하면서 투닥거리던 간에,
취존 못하는 타인들 눈에는 그냥 나잇값 못하고 방구석에 박혀 게임이나 하는 모질이입니다.
그 누구보다도, 취좆당해온 역사가 깊은 게이머들끼리조차도
상호간에 취존이 안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취향 존중이란 말이 상대를 이해하고 '어 넌 올바르다. 잘못된게 없네. 인정.' 하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비록 상대방이 자신의 이해선상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영역이지만, 굳이 입밖으로 꺼내진 않고 '그래. 너 즐길거 즐겨.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게 너의 취향인가 보지. 우리에게 피해만 안가면 난 노 코멘트.' 라며 침묵하는 미덕입니다.
예시를 들어볼까요? 저는 스마트폰 게임에 대해 전반적으로 극히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게임 양식이 다 거기서 거기 같고, 참신하단 생각이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남들이 소녀전선이 좋네, 데스티니 차일드가 나쁘네 떠들어도 제 눈에는 그놈이 그놈으로 보이고, PC 나 타 콘솔 게임들과 비교해 봤을 때, 모바일 게임은 게임이라는 이름 붙이기도 미안한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하는 사람들을 멍청하다거나 계몽시켜야할 대상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그 사람들은 제가 모르는 무언가의 재미를 본인들이 느끼니까 하고 있는 것이고 그 분들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하니까요.
비단 게임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취존의 영역은 정말 넓어요.
애니메이션, 토이, 영화관람, 온갖 취미생활 전반에 걸쳐져 있죠.
제 친구중 하나는 버스에 미쳐가지고, 버스 노선도라던지 버스 모델같은거에 아주 환장을 합니다.
간혹 그 친구가 글 올리는 커뮤니티에는, 그런 버스에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미친녀석 취급하는 사람들이 와서는 테러를 하고가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합니다.
버스가 관심사라는게 이해야 되진 않겠죠. 근데 그게 입 밖으로 튀어나와 타인을 상처주는 행위.
네. 여러분들이 일개 유저인 누군가에게 개,돼지라고 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를게 없는 행동거지입니다.
자신의 취향은 너무나도 고결하셔서, 한 번도 책 잡힌 적이 없으신가봅니다?
누군가를 취좆한다는 것은 그 것이 그대로 부메랑으로 되어 언젠가는 자신에게 날라온단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