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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반대 시위, 의경시절의 추억
게시물ID : sisa_3517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청운객
추천 : 7
조회수 : 31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1/25 21:39:36

전 4대강 사업 반대하는 사람임. 직접적으로 4대강 물 먹고 살던 촌놈이어서 ㅋㅋㅋ

그러다가 의경으로 군대를 갔고 나중에 4대강 사업 반대시위를 막으려감.

참 아이러니하다고 느꼈음 의경 괜히 왔다고 생각한 순간 중 하나.

 

원래는 평화시위로 별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합법으로 신고한 시위집단 사이사이에

신고하지 않은 불특정 집단이 시위를 하면서 다른 시위집단을 선동하였고 그들이 결국 크레인을 점거하여 공사진행을 막은 상태에 이름.

우리쪽에선 합천보, 함안보 사태라고 함.

정부에서는 급하게 우리를 포함한 일부 기동대를 보냈고 이후부터 몇달에 거친 힘겨운 싸움이 시작됨.

 

4대강 반대시위 막는다고 쌔빠지게 돌아다니며 그 더운 여름날 에어컨 고장난 닭장차 안에서
헉헉거리며 겨우 잠들고 겨우 일어나면 어제와 또 다른 환경단체 와서 시위하고 있고 크레인 위로 사람 올라가서 공사 못하게 막고
우린 또 위험하다고 내려오시라고 말로 하다가 안되서 우리 대원 몇명이 올라가기로 함.

그런데 올라가는 대원들을 옆에서 보고 있던 시위측에서 누군가가 '야! 경찰새끼들이 강제진압하려한다 막아!!!' 이럼.

그러니까 시위대측에 있던 사람들이 우루루 크레인 아래로 몰려가서 올라가려는 대원들을 끄집어내리려 하고

우리들은 무조건 막기만 하라는 명령에 몸으로 막았음. 방패나 봉도 안들었음 사람 다칠 수도 있다고

사람들 신경이 예민해서 방패 같은거 들고 내리면 큰일 생긴다며 맨몸으로 하차한 상태였음.

방패는 뭐 중대장, 소대장들 지키고 있는 중방(중대장방패), 소방(소대장방패) 대원들이 들고 있는 알방(동그랗고 작은 방패) 정도?

하여간 우리는 막 몸싸움하고 제법 올라간 대원들은 어쩔줄을 몰라함 올라가면서 크레인 사람들과 이야기하려고 해도

크레인 사람들이 발로 까면서 못올라오게 하고 있고 그 대원들 밑에서는 시위자들 올라오면서 대원들 발목 잡고 떨구려 하고.

그러다가 누군가가 대원 발목을 잡아 밑으로 떨어뜨렸고 그 대원은 병원신세졌음. 

신문에는 그 대원 다친건 이야긴 없고 경찰들이 크레인 위의 시위자들을 강제로 끌어내렸고 이 와중에 시위자 몇명이 다쳤다며 

평화적 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한다며 이명박 정부를 규탄했었음. 더불어 그때 시위자들은 아무도 안다침.

만약 강제로 우리가 있는 곳 뚫으려 몸싸움하다가 생긴 타박상 때문이고 이게 너희 기동대 탓이다 이러면 참...뭐라 할말은 없음;

최소한 봉도 방패도 안들고 있는 맨몸의 우리를 길가의 돌로 찍으려고 했던 사람들이라서;;;;;

나도 4대강 사업 반대하는 입장으로 의경 왔다가 시위대와 연달아 접촉하면서 점점 짜증이 벅차오르기 시작함.

우린 절대 상대방 떄리지 말라해서 몸으로 막기만 하고 맞으면 그냥 병원가고 있고

평화시위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공사현장에 억지로 난입해서 크레인 점거하고 이러는게 과연 올바른가

의경 생활하면서 지금의 내 정치관이 어느정도 정해졌던거 같음.

물론 그때는 시위대도 시위대지만 결국 이런 원인을 만든 정부에 대한 원망이 더 컸고...

 

그렇게 분위기는 계속 나빠지고 몇개 중대가 계속 버티기 힘들었고, 이러한 내막을 모르는 다른 환경단체 종교단체 등에서는

계속 합법시위를 신고한 까닭에 그 사람들을 지켜줘야 했지만 인력이 부족했음. 당시 서울쪽에도 뭐 일터져서 남쪽까지 내려올 여력이 없음.

결국 우리청에서는 교통중대와 경비중대 하나씩을 제외하고 모든 중대를 뺑이 돌리기로 했음.

1일에 A중대가 하루종일 지키면 2일에 B중대가 가서 지키고 이런 식으로 돌기로 함.

이때는 크레인 위에 있던 사람들 결국 어떻게든 강제로 끌어내려서 급한 불을 껐기때문이었음.

 

그리고 언젠가 우리 중대가 하루 야영을 하는 밤중에

시위대(시위대인지 뭔지도 모르겠음 촛불 켜놓고 있던 사람들 틈에서 몇놈이 나옴)가 일어나더니

비몽사몽중인 우리쪽으로 막 밀어붙임. 다시 몸싸움남. 이때는 우리가 방패 들고 있어서 극소수 2~3명으로 잘막음.

무전 듣고 차에서 자고 있던 대원들 일어나서 가서 막음.

다음날인가 우리랑 시위대측이랑 서로 마주보는데 시위대측에서 누가 나오더니 다들 학생일텐데 고생이 많다면서

우리에게 물이랑 빵 주려고 함.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우리들은 민간인에게 그런걸 받으면 안되므로 묵묵부답하고

직원들이 받을 수 없다고 하니까 음 그러냐면서 돌아감. 사실 그때 하루 꼬박 새고 물 떨어지고 아침 겨우 챙겨먹은 후라 배가 고팠는데...

 

정말 더운 여름이었음...근처에 잘곳도 없고...시위대들은 시위하다가 나중에 집도 가고 뭐도 가고 하지만

우린 숙영 떨어지면 하루 종일 에어컨 고장난(돈 많이 든다고 일부러 안틀때도 있었음 하루 종일 에어컨 틀면 돈 장난 아니게 깨진다고 시바...)

닭장차에서 진복 입고 땀에 쩔어가며 말라가고 있었음 ㅋㅋㅋㅋ 한번은 물이 바닥나서 헉헉대다가 공사현장 직원들이 물줘서 살아남고 ㅋㅋㅋ

개뜨거운 차안에서 헉헉거리며 아 이렇게 말라죽어가는구나....하루 2~3시간 많아야 6시간 자면서 몇주 버티니까 이렇게 되는구나...

하여간 그렇게 고생하던 시절이 있었음. 

 

의경 생활하는 동안 심정으론 계속 4대강 사업을 반대했고 전역하고 한참이 지난 지금도 반대하지만

올바른 시위문화가 무엇인가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던 사건임.

 

그때 한참 몸싸움하다가 우리분대장이 빡쳐서 "아 우리도 선생님들뻘 아버지 어머니가 있는데 좀 이러지 말라고!!!!" 포효함

민간인에게 반말했다고 나중에 중대장한테 개쌍욕 먹음 ㅋㅋㅋㅋㅋㅋ

사실 시위대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우리한테 너네만한 아들딸들이 있다 아버지뻘한테 뭐하는 짓이냐] 이거였음.

우리라고 아버지뻘 사람들 몸으로 막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군대가 군대다보니 ㅡㅡ;;;

까라면 까야지....명령불복종으로 영창가긴 싫으니...

 

그리고 말년쯤에야 새삼스럽게 느낀건데 의경 제도는 참 정부가 만든 신의 한수인거 같음.

 

1. 의경복무로 인해 아버지 어머니뻘 사람들은 시위에 대한 억제력을 가짐

(시위 갔는데 아들 혹은 아들뻘 젊은이들이 막고 있다고 생각하면 험...울 어무니도 시위 많이 다녔는데 내가 의경 간 후론 시위 안감)

2. 의경복무자들은 불법적 시위에 대해서 매우 강한 혐오감과 증오를 가짐

(그래서 전역 후 시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합법적 시위를 선호하게 됨. 신고하지 않거나 돌발적 시위에 대해서는 부정적)

3. 의경복무자들은 대개 보수적 성향을 띠고 어지간하면 전역 후 정부의 지지자가 됨.

(맨날 가서 싸우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진보쪽 운동권이나 그런 곳들이라서 상대적으로 진보쪽에 혐오감을 가짐.

보수측 시위도 격렬한건 개격렬하지만 그런 불법시위는 진보쪽이 압도적으로 많고 출동회수도 그쪽이 많아서 싸우게 됨)

 

뭐 1~3번이 꼭 그런건 아님. 주변에 보면 아닌 사람도 많고 일반론으로 펼치기는 뭐한 감도 있지만 대개는 이러하다 정도?

아 어떻게 끝맺어야할지 모르겠네 여튼 시위는 합법적으로 좋게좋게 합시다!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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