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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듭니다..힘든 것도 아닌데..휴..욕이라도 부탁드립니다...
게시물ID : gomin_351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
추천 : 2
조회수 : 44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9/04/05 19:32:03
요즘 어른들 하는 말씀..
경기가 안풀린다, IMF 때 보다 더 어렵다 말씀들 하지만.. 사실 별로 체감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군인입니다. 내년 2월에 전역하는데..
실은 일주일전에도 인터넷 뒤지면서
월급 모은것 반, 부모님께 용돈 좀 받은거 반 보태서 MP3나 사볼까 하고 있었습니다.
휴....정말 철없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번 휴가를 다녀오기 전까지는..
아버지께서 조그마한 사업을 하고 계신 덕에 어릴 때 부터 쭉 별로 모자란 생활은 해보지 않고 커왔습니다.
남들 학원 다닐 때 유명한 선생님 모셔다가 과외하고, 참고서는 물려 받은 거 없이 맨날 이것저것 사고..
돈 칠을 해서 그나마 유명한 대학은 들어가긴 들어갔습니다.. 그냥 소위 '귀하게'자랐지요..
TV에서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휴가 나갈 때 마다 항상 밝은 집안 모습에 우리집은 아니겠지
오유에서도 간혹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건 남이야기겠지.. 하고 넘겼습니다.
엊그저께 휴가를 나갔는데.. 어머니랑 밥을 먹고 있는데 이야기를 꺼내시는 겁니다.
요즘 가게가 어려워서 자꾸 수입이 본전치기 정도 밖에 안된다고..
오히려 집 대출 이자를 못매꿔서 야금야금 빚이 늘어나는데 작년 부터 그랬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집을 팔고 예전에 살던 아파트로 가서 3년 정도만 열심히 해 경제가 풀리고 가계가 좀 나아지면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놓고 고민중이라고 하시는 겁니다.
군생활 하는데 짐만 안길까봐 말은 안했지만 알 건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어렵게 말을 꺼내셨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나니 집안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말은 안해도 아버지 주름은 더 깊어 보이고..
동생은 올해 갖 대학 들어가서 한창 즐거운 시기인데 왠지 얼굴보기 쑥쑥하고..
저는 담담하게 괜찮다고, 군생활 잘 할테니까 걱정마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복귀하고 그날 밤 자는데.. 잠이 안왔습니다...
네 식구가 완전 단칸방으로 갈 정도로 폭삭 가세가 기운건 아니지만..
그래도 드라마나 주위 사람들에게서만 볼 법한 일이 저한테도 스멀스멀 다가오니..
한 번도 고생을 모르고 자란 저로서는.. 뭔가 무거운게 저를 짖누르는 듯 합니다..
제대 후 하사로 연장복무하는 유급지원병이나 해봐야 하나.. 아님 휴학계 내고 돈 벌어야 하나..
어머니는 절대 그런 생각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셨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머리에 든게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절대 돈 벌 궁리 하지말고 군생활 하면서도 남는 시간에 공부하라고 하십니다.
어머니 말씀이 윙윙거려서 평소 일 끝나고 그냥 자는데도 연등하면서 책을 잡다가 자고 합니다만.. 놀란 맘이 잘 가라앉지가 않습니다...
휴...
저보다 세상에 훨씬 어려운 사람 많겠죠..? 그렇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하는데..
제가 너무 편하게 자란 것 같습니다..
당장 부모님께 도움 하나 못드리는 것 같아 너무 죄송하고..
좋은 말 한 마디라도 부탁드립니다.. 용기가 되는 한 마디만 부탁드리겠습니다..
휴...정신차리고 살라는 욕이라도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살다보면 세상에 더 어려운 일이 많을 텐데..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 많을텐데..
이런 일쯤은 털어버리고 씩씩하게 살아야 하는데.. 안좋은 생각만 들고 우울해 하는 제 자신이
너무 나약한 것만 같아.. 부끄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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