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등급 스포일러를 함유중입니다.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
굉장히 기대 많이 한 영화였습니다...
만, 해외 평론은 처참했죠.
똥-워나 반지닦이 수준이라고 할만큼.
보통은 안보고 마는데, 워크역사학 전공자를 자처할만큼 팬질하던 인간인지라 결국!
개봉하는 당일. 바로 오늘 조조영화로 보고 왔습니다.
평가는...
예. 해외평론마냥 개쓰레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수작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같이 데려간 친구(워3조금하고, 오리시절 와우 쪼렙하다 맘)의 평가는 정확합니다.
"CG같은거 화려해서 영상미는 괜찮은데, 스토리 개연성이 이해 안 됨."
딱 이겁니다.
원작팬들은 왜 이런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토리 개연성을 똥처럼 만들어놔도 원작팬들은 사전 지식을 통해 머릿속에서 스토리 개연성을 보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작팬이 아닌사람들은 혼란스러울겁니다. 굴단은 악당이며, 지옥마법은 대체 뭔지, 메디브는 왜 저러는지.
그리고 설퀴지터는 보는 내내 불편할겁니다. 아---씨 저건 저게 아닌데!!!!
네. 설정 변경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래서 감히 저는 이 영화를 이렇게 평합니다. 원작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뭐, 팬이라고 해도 저건 아닌데--- 라고 할 부분도 분명히 존재는 합니다.
● 이런 점이 좋았다.
1. 철저한 팬서비스
한 번 호댕이들에게 파괴되어서 재건한 현재의 스톰윈드와 옛 스톰윈드가 유사했죠. 물론 석공조합이 예전 스톰윈드를 참고삼아 재건했기야 했겠지만서도 조감도 시점에서 보이는 스톰윈드의 위용은 훌륭했습니다. 잠깐이나마 나오는 아이언포지두요.
그 밖에도 꼭 존재할 필요는 없는데 팬서비스 차원에서 나온 요소들이 많습니다. 엘윈숲의 멀록이라던지,(아옳옳옳에서 뿜었습니다) 대사도 없는 그롬, 카르가스, 그리고 바리안 린까지...
또한 지역 이름도 익숙한 것들이 많이 나오죠. 붉은마루 산맥, 황금골, 저승바람 고개 등...
맨 처음 인간 병사와 오크 전사의 결투도 워3 시네마틱 생각이 나더라구요.
2. 훌륭한 CG
처음 영화 스틸컷이 나왔을 때는 혹평이었지만 전반적인 CG는 훌륭했습니다.
특히 오크들의 분장과 CG가 압권이었죠.
다만 인간측 분장에 대한 평가는 별로 좋은 소리를 듣진 못하더라구요?
3. 오크=잡몹의 이미지 파괴
여러 판타지에서 묘사되는 오크는 수만 많고 무식하고 호전적인 잡몹입니다만, 워크래프트 세계관에서의 오크는 호전적이고 야만적이지만 명예를 아는 전사로 묘사됩니다.
이 영화는 인간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하게 하는 다른 영화와는 다르게, 오크인 듀로탄에게도 감정 이입을 할 수 있게 하는 신선함을 제공합니다.
4. 카드가 귀여워요 카드가
원래 설정보다 좀 나이들어보이게 나오긴 했는데, 귀엽습니다.
5. 워크래프트 서사시의 시작
말이 많긴 해도 워크래프트 서사시의 스타트를 끊은 작품입니다. 이것 만으로 의미는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아서스와 쓰랄까지 스토리가 이어질 수 있게 시리즈가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 이런 점이 별로였다.
1. 개연성 어딨냐
스토리부터 깝시다. 메디브가 타락하게 되는 이유가 단순히 지옥 마력을 접하게 되면서??
원작 팬들이야 압니다. 메디브 엄마이자 전대 수호자인 에이그윈이 살게라스랑 PK떠서 이긴 다음에 살게라스의 영혼 일부가 에이그윈이 자만한 틈을 타서 몸 속으로 들어왔다가 아들 메디브로 이어진거죠. 따라서 메디브의 타락은 필연적일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걸 모르는 사람들은요? 그냥 아군인척 하던 흑막1 입니다. 그냥 그런가보다...라고 납득하기 힘들겠죠.
그리고 가로나는 뭡니까? 가로나-메디브 라인을 은근슬쩍 가로나-로서 라인으로 바꿔놨어요; 아니 왜??? 꼭 히로인이 필요해????? 부인과 오래전에 사별하고 아들내미도 극중에서 잃은 슬픔에 빠진 아재와 이어줄 필요성이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차라리 카드가에 자기 아들을 투영했으면 했지... 나이도 아들과 비슷한데. 로맨스따윈 워크1에서 사치라고!!
2. 부실한 설명
지옥마법에 대한 것은 메디브 몇마디로 끝입니다. 굴단과 메디브가 직접 시전하는 것으로 보여주긴합니다만... 그리고 '수호자'라는 중요한 직책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나오질 않아서 설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추측할수밖에 없습니다. 인간 7왕국에 대한 것도 그냥 흘러가듯이 말만 나옵니다. 그것도 인간이란 말도 빠져서, 아이언포지와 쿠엘탈라스까지 포함되는 거라고 착각할 여지도 있게 말이죠...
물론 2시간이라는 시간동안 설정들을 다 담아내는 것은 동영상 강의가 되버리겠죠. 그렇지만 스토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개연성을 위해서라도 설명해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최소 수호자 직책은!
3. 심한 설정 변경
설퀴지터들이 분개할 내용이죠.
물론 워크1이 오래전 작품이라 설정도 평이하고 스토리도 별것 없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설정 덧붙이고 조절하다보면 설정 붕괴가 나타날 수밖에 없어요. 듀로탄의 역할이 그렇습니다. 그냥 오크가 공격한다. 막는다. 흑막이 밝혀진다. 국왕이 죽는다. 망한다. 끗. 이러면 ㅈㄴ 재미 없으니까 각색이 필요하죠. 듀로탄에게 역할을 준 것은 괜찮았다고 봅니다.
근데 안바꿔도 상관없는 내용들을 억지로 바꾼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자잘한것들을 보면
일단 카드가는 메디브 제자였는데, 별 상관없는 탈주법사수습생-위대한수호자 관계가 됩니다. 집사인 모로스도 메디브의 타락을 몰랐는데, 그냥 제자로 두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너무 밝은 카라잔 분위기. 원래도 음산하고 환영들이 나와서 모로스가 안대를 끼고 다녔다는 설정인데, 영화에서 메디브의 타락영향을 받기 전까진 밝은 마법사탑같은 분위기입니다. 저승바람고개라는 지명 왜붙인거야;
알로디는 왜나왔는지부터가 의문이네요? 최초의 수호자 알로디와 달라란의 설립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달라란은 쓸데없이 공중도시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간지는 납니다만, 패륜아의 달라란 공성전 어쩌려고;
가로나의 혼혈이 또다시 바뀌었습니다. 이것은 가로나가 인간과 오크 사이에서 갈등하는 요소로 쓰이긴 합니다만. 개연성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10~20년 전에 인간과 오크가 접촉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정충돌은 있습니다.
(추측해보자면, 메디브가 가로나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메디브가 가로나에게 사랑이야기를 조언해줄 때, 이미 여행중에 사랑을 경험한 듯이 말했죠. 쓸데없는 발언같지만, 가로나의 어머니가 오크라는 점과 오크와 접촉할 여지가 있는 '인간'은 메디브 뿐이라는 점에서 메디브가 가로나의 아버지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메디브가 꽃 선물해준 것도 그렇구요..... 인데 원작에선 메디브와 가로나 사이에 자식이 있잖아요? 메리수 먼치킨 메단요. 할머니를 할머니라 부르지 못하고?? ㄷㄷㄷㄷ)
그리고 서리늑대 선발대는 오그림 빼고 전멸했습니다. 먼저 오그림의 소속이 서리늑대부족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말해야겠군요. 둠해머의 서리늑대 인장의 개연성을 위한걸까요?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 ㄷ... 근데 블랙핸드도 죽은마당에, 오그림이 어떻게 호드 대족장에 오를지가 궁금합니다;
클라이막스인 레인 린 국왕의 사망에 대한 설정이 가장 크게 변했다고 할 수 있죠. 방어 지휘하다가 가로나에게 암살당했었던 설정이, 어둠의 문 공격 지휘하다가 전멸 위기에 봉착해 가로나라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합니다. ... 근데 원작에서야 유대가 강했다지만 영화에서 가로나와 레인 린의 유대관계는 잘 드러나지 않던데요? ㄷㄷ
4. 주인공이 많아;
주인공급 캐릭터가 로서, 카드가, 가로나, 듀로탄...
네명이나 되네요. 로서야 중년의 완성형 영웅이지만, 홀아비에 자식까지 잃는 슬픔을 겪습니다. 카드가는 이제 영웅이 되려하는 젊은이 입니다. 가로나는 정체성에서 혼란을 겪는 여인입니다. 듀로탄은 가장이자, 부족을 짊어진 지도자입니다. 다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캐릭터성도 다르죠. 그러다보니까 스토리가 중구난방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원작팬들이야 캐릭터성을 숙지하고 있으니까(가로나는 너무 바뀌어서 패스하더라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데, 원작팬이 아닌 분들은 한정된 시간동안 캐릭터를 익히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시점에 적응하기 힘들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벤저스같은 히어로물도 아닌데 말이죠... 인간과 오크 두 종족의 내면적·외면적 갈등을 그려내려는 시도였던 것 같습니다만...
5. 드레나이가 안예뻐
.... 네 사심 100%의 불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