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날 고쳐 쓰려 했던 건지
세상이 어찌 그리도 고통스러운 수술대만 같았어
몸 마음이 개조되는 시련을 삶과 같은 말이라 하여
충격이 내리친 기억엔 망각이라 불린 마취마저 효험 없이 앓은 세월이여
지나고 보니 그 모든 인과의 뜻깊음이 너무나 명료해진다
필멸이라는 선천병에 태생부터 고독이 배내옷처럼 맞았었다
날 때 재단한 원초적인 고독을 다시 다려 개어 놓고 훌훌 세상을 떠나야 함이 머잖게 느껴지니
죽는단 운명을 대수롭지 않게 잊고 산 잠복기 후에 바라본 저 말 없는 하늘은
여전히 온갖 징조로 드리워지고 태동하며 수수께끼만 내는데
묻노라, 나의 사활에서 초조를 거세하는 수술은 잘 된 건지
확진을 기다리는 내내 죽은 듯 흐리다가 순조롭게 개어져 가
드디어구나 고통으로 지극히 잘 압박된 형상을 풀어놓을 준비가 끝났다
고통 없인 깨달음도 없을 터
병원만 같던 육신아, 최고의 스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