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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종교를 퇴치해준 멍멍이
게시물ID : soda_3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아르
추천 : 16
조회수 : 1603회
댓글수 : 32개
등록시간 : 2015/08/14 03:24:00
때는 바야흐로 10여년 전.. 저희 집 마당에는 진돗개가 한마리 있었습니다. 

진돗개라지만 딱히 혈통도 없고.. 아빠마마꼐서 진도에 낚시하러 갔다가 7만원을 주고 데려온.. 진도에 있었다면 퇴출되었을 녀석이었졍..:3

어쨌거나 하얀 백구인 이녀석에겐 진순이라는 이름이 주어졌고 이녀석의 일과는 밥먹고 마당 뛰기, 잠자고 일어나서 마당 뛰기, 비둘기 쫓아 마당 뛰기, 쥐잡아서 현관앞에 놓고 칭찬해달라고 꼬리흔들기, 동네 길고양이한테 놀자고 꼬리흔들고 갔다가 앞발어퍼컷 맞고 낑낑거리면서 울기 등이 있었습니다.

...제가 참... 제가 키웠던 개한테 이런말 하긴 그렇지만.. 얘는 정말 순하다 못해서 멍청하다고 할 정도였어요...

사람을 보면 그저 좋고 작은 강아지 봐도 그저 좋고... 동네 길고양이한테 매일마다 얻어맞으면서도 또 길고양이가 오면 좋다고 놀자고 꼬리흔들면서 벌렁 드러누워서 들이대다가 맞아서 낑낑거리고..(...) 언제나 엄마마마와 했던 대화가 얘는 도둑오면 짖는게 아니라 어서옵쇼라면서 대문 열어줄거 같다였으니까요..-_-);;

어쨌거나 이렇게 순둥순둥한 녀석인데.. 그나마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면.. 진돗개치고 몸집도 작은 녀석이 짖는 소리만은 엄청났단 겁니다. 짖는 소리만 듣자면 절대 작은 사이즈라고 생각할 수도 없을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이 녀석이 모든것에 다 좋다지만.. 유일하게 반응했던 소리는 오토바이 소리였습니다. 그것도 근거리에서 나는 오토바이 소리요. 배달오토바이 등이 오면 정말 열심히 짖었죠.. 다행히 동네 자체가 어르신들 은퇴하고 고즈녁하게 사는 동네였던지라 적적하고 골목도 으슥해서 겁나는데 개 짖는 소리 나서 안심된다는 말은 지나가다 듣긴 했어도 시끄럽다는 소리는 들은적이 없었습니다. 

여튼... 각설하고..'ㅅ'a 

그때는 꽤 무더운 한여름이었을 겁니다. 더워서 화장실에서 찬물을 받아 발담그고 늘어져 있었는데..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군요.. 그 당시 저희집은 대문 초인종이 고장났고.. 어차피 식구는 전부 열쇠가 있으니 귀찮다 그냥 쓰지 말자 하고 고치지도 않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문을 두드리면 화장실 창으로 몰래 대문을 보고 이상하다 싶으면 대꾸를 안하고 없는 척 하는데... 그날따라 무슨 생각이었던 건지.. 저는 무심결에 밖을 향해 누구세요? 라고 물었고.. 당연한 수순으로 밖에는 여성 두분이 계셨습니다...OTL...

그날은 참 무더운 날이었어요. 대구의 한여름이었으니.... 거기다 시간도 제 생각으론 정오? 한낮? 이었죠.. 

어쨌든 그 찌는듯한 날씨를 핑계로 그 여성분들은 당연하게도.. '지나가다 물한잔만' 과 '좋은 말씀'을 시전했고.. 그 당시의 전 낮선사람이라도 쉽게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뭔가 거절을 해야 하는데 대놓고 거절을 하면 왠지 저 사람들에게 큰 실례일거 같다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이없는 환상에 사로잡혀서 어떻게든 핑계를 짜내던 저의 눈에.. '우왕 사람이다' 하고 대문앞에서 열심히 헥헥 거리던 진순이가 보이더군요.

그리고 전 뭔가 다른거 생각하기전에... "저희 집 개 사람 물어요!" 를 시전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렇게 물어요! 를 시전하고 저는 순간 의기양양해졌습니다. 그래! 개가 문다니 들어올 생각 안하겠지!! 

그 시절의 저는 참으로 순진했던가 봅니다.. 그 정도로 돌아가면 방문종교가 아니라는 것을 몰랐던 것을 보면....

의기양양해진 저와 달리 그 여성분들은 태연하게 "엄마야. 안묶어놓고 키워요? 잠깐만 묶어주면 안될라나?" 를 시전하였고.. 

저는 그 와중에 머리를 쥐어짜내.. "저희 개 힘 쎄요. 제가 컨트롤 못해요!" 라고 핑계를 댔습니다... 솔직히 이쯤하면 아 거절이구나 하고 갈 법한데.. 이 날은 무척 더웠고.. 이 분들은 참으로 끈질겼습니다. 

최후의 수로 이 분들은 저에게 무려 "그럼 물 한잔만 주면 안되요?. 너무 더워서 지치네..  물한 잔만 얻어마시고 갈게요"를 시전하였고.. 그때의 저는 왜 그랬는지 참으로 거절을 못했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온갖 거절의 말을 외치면서 저는 좌절한 채로 하 물을 줘야 하나.. 하고 고민하며 진순이를 보았고.. 진순이는 주인이 보는게 좋았던지 그저 저만 보고 꼬리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운명이 도우셨는지 골목어귀에 오토바이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진순이는 평소의 성량을 마음껏 뽐내면서 크게 짖기 시작했습니다.

특히나, 주인이 밖의 두사람들로 곤란해 한다는 걸 느낀건지.. 어떤건지.. 그날의 진순이의 짖는 소리는 평소보다 더 우렁찼고.. 짖는 와중에 흥분을 했던건지.. 무려 평소에는 제가 밖에서 부를 때 외에는 하지 않던 대문 아래 틈으로 코를 밀어넣기 까지 시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의 진순이는 뭐랄까요..... 미친듯이 짖으면서 대문 아래틈으로 코를 밀어넣다보니 짖는 소리는 뭉게지고 유난히 흥분해서 헉헉 소리는 섞이고.. 그야말로 '이동네의 미친개는 나다!' 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야 말았습니다.. 

비록 대문안에서 꼬리를 열렬하게 흔들다 못해 엉덩이까지 실룩거렸지만요.

그리고 진순이가 코를 대문 아래 틈으로 박으며.. "컹컹! 웡! 컹크와렁ㄴ라ㅓ헥 컹!" 따위를 시전하던 그 순간.. 저는 듣고야 말았습니다.

"엄마야!" 라고 외치며 대문앞에서 망부석이 될 것 같던 두분의 뛰어가는 소리를 말이죠.

망부석이라도 될 것 처럼 버티던 두 사람이 사라져 순간 멍하기까지 했습니다. 뭐여? 이렇게 쉽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어쨌든 진순이는 그 후로 계속 열심히 짖으려고 했지만... 동네 시끄럽다고 나간 저에게 주둥이가 잡혀서 짖기를 중단 당한 후, 신나게 배긁힘을 당하고 상으로 개껌까지 받고 만족해서 잔디위를 뒹굴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매주 와서 문을 두드렸던 방문종교 여성분들은 (동네에 본거지가 있었고 그 전까진 집에 사람이 없거나 없는척을 했거나 했어서 대화를 해본게 그날이 처음이었졍!) 그 후로 절대 저희 집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10여년전 거절을 못하던 성격이었던 저는 현재는 세상풍파에 찌들려서 방문종교나 길거리 전도등은 칼같이 잘라내는 성격이 되었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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