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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을 위해 이걸 입었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알아줬으면 좋겠어. -2
게시물ID : animation_3522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리에나
추천 : 10
조회수 : 477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5/09/08 22:16:55
소년이여 니삭스를 신어라
 
 
 
 
 
분명히 나는 신을 양말이 다 떨어져 인터넷 쇼핑몰에서 여러개의 양말을 주문했었다. 도착한 택배를 뜯어 양말을 정리하던 도중 생소한 것이 보여 나도 모르게 그것을 집어들었다. 그것은 검은색의 양말이었다. 하지만 내가 주문한, 그리고 최근 일반적으로 신는 짧은 발목의 양말이 아니다. 내 손바닥 위를 가득 메우는 커다란 사이즈의 비닐 안을 검은 색 양말은 꽉 채우고 있었다.
 
"니삭스잖아..?"
 
역시 아무리 봐도 니삭스다. 말로만 듣던 니삭스. 하지만 이거 여성용 아니었던가? 이런걸 내가 주문한 기억은 없는데. 뜯어내버린 택배 송장에도 '니삭스'라는 항목은 없다. 그러다 찾은 것이 '사은품'. 그제야 약간 의문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키에 비해 발이 조금 작은 편이다. 그래서 늘 남녀 공용의 양말을 싸게 사서 신다 버리는데, 아마도 발 사이즈를 보고 멋대로 여자라고 착각한 쇼핑몰에서 사은품으로 니삭스를 끼워준 모양이었다. 하지만 난 남자고, 이런걸 줘봐야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반송시켜 보내기에는 사은품으로 온 것이라 그것도 애매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인터넷에서나 종종 입은 사진이 올라올 뿐,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이 아닌 이상 거의 볼 수가 없는게 니삭스다. 실물이 우연히 손에 들어온 김에 한번 뜯어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본 뒤에 누나를 줘버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봉투를 뜯었다. 그 순간, 뜯어진 입구에서부터 무지개빛 빛이 온통 쏟아져나와 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그 빛은 금새 사라졌고, 대신 더 엄청난 것이 내 앞에 나타났다.
 
새하얀 피부, 그리고 그 어깨를 넘어 흘러내리는 금발의 트윈테일은 깜찍한 푸른색 리본으로 묶여 강조되어 있다. 단정한 흰색의 상의는 세일러복같은 모양을 하고 있고, 가슴께에 머리의 리본과 마찬가지로 눈이 부실만큼 환한 푸른색의 리본이 묶여있다. 그와 대비되게 치마는 전체가 짙은 푸른색으로 물들어있다. 저런거보고 테니스 스커트라고 부르던가? 치마 전체에 주름이 잡혀 아마 그녀가 걸음을 옮기면 팔랑팔랑 흔들릴 것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매끈한 다리는 하얀 니삭스로 감싸여져있다. 내가 미친 것이 아닌가, 과연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은 맞는가 얼이 빠져 앞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동안 천천히 움직여 눈을 뜨는 작은 소녀. 그 눈동자도 푸르다. 하지만 그녀는 내 손바닥 위에 올라올만큼 작고, 또 그 등에는 판타지 속 요정이 달법한 나비의 날개가 달려있다.
 
"어..이게 뭐...."
 
멍청하게 바라보고만 있으려니 완전히 눈을 뜬 소녀가 나와 눈을 맞췄다. 웃는 것만으로 화사하게 방이 피어나는 듯한 착각. 소녀 요정은 바닥으로 내려와 두손으로 내 손가락을 부여잡았다.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었군요, 마법소년님!"
 
어? 뭐라고?
 
내가 머리로 제대로 받아들이기도 전에 요정은 다시 니삭스 쪽으로 포르르 날아가 그것을 온몸으로 집어들었다. 얇은 날개를 힘겹게 퍼득대며 비닐로 포장된 니삭스를 집어올린 그녀는 낑낑대며 그것을 들고와 내 무릎 위에 떨어뜨렸다. 그러고 다시 내 손을 꼭 부여잡는 자그마한 손. 나를 올려다보는 푸른색의 눈동자는 애절하게 빛나고 있었다.
 
"부디, 이 니삭스를 신고 세상을 구원해주세요!"
"아니 잠깐만, 무슨 소리야? 애초에 난 남자니까 이런거 못신는다고. 넌 누구야?"
'저는, 꺄악!"
 
요정이 입을 떼 이야기를 하려던 순간, 집이 크게 흔들렸다. 황급히 일어나 창문을 열자 집 전체가 시커먼 천 같은 것으로 온통 꼼꼼하게 둘러싸여 있었다. 어느새 내 어깨 위로 날아온 요정이 헛숨을 들이켰다.
 
"벌써 왔어, 이래선 안되요, 마법소년님. 어서 변신하세요!"
"뭐라는거야!!! 저게 대체 뭔데?!"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요정이 손가락을 튕기자 몸이 갑자기 붕 떠올랐다. 발버둥을 치려고 했지만 팔다리도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순식간에 구속당하고, 허공에 십자가모양으로 고정된 나의 바지 버클이 덜컥덜컥 흔들린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고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버클이 튕겨져나가고,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내가 저항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내 다리에 달라붙듯이 신겨지는 니삭스. 곧 환한 무지개빛 반짝이가 나를 감쌌다.
 
 
 
 
 
 
-
 
 
 
자러가야딩딩딩.
 
 
 
 
출처 http://todayhumor.com/?animation_352250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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