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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을 위해 이걸 입었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알아줬으면 좋겠어. -3
게시물ID : animation_3524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리에나
추천 : 4
조회수 : 36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9/09 23: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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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감싸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와중에도 종아리부터 올라와 허벅지를 감싸는 밀착감이 느껴졌다. 오래 걸릴 것은 아니었는지 스르르 바닥으로 착지하는 느낌이 들어 조심스레 눈을 떴다. 검은 천에 가려져있지만 어둑해진 하늘이 눈에 보였다.
 
집 천장이 통째로 날아가있었다.
 
"하..하..."
 
이 집 전세금이 얼마더라. 우리 집 이사할 수 있나? 집 안에 나밖에 없다는 것이 다행이지만, 부모님이 돌아오시면 뭐라고 변명해야하나? 황망히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려니 명치에 강한 충격이 느껴져 뒤로 넘어졌다. 정확히는 강한 어퍼컷을 맞은 듯이 뒤로 날아갔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리고, 내가 서있던 자리에 검은색 천이 날카롭게 내리꽂혔다. 우리 집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천과 이어져있는 그 천은,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대며 그것은 깊숙히 박힌 자신의 몸을 쭉쭉 당겨내고 있었다. 천과 비슷한 것이 맞는듯, 뒤로 죽죽 잡아당겨도 탄력있게 늘어나는 탓에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정신차려요, 마법의 니삭스의 힘으로 저걸 물리쳐야해요!"
"뭐라고하는거야 이 미친 요정이?"
"당신의 모습을 보세요!"
 
그렇게 말한 요정은 손을 내저어 주저앉은 내 앞에 커다란 거울같은 것을 소환했다. 짧은 머리, 약간 살집있는 내 얼굴. 학교에서 늦게 돌아온 탓에 흰색 셔츠 위에 입은 회색 니트도 벗지 않은 상태. 그래, 거기까지는 평소의 나와 똑같았다. 아까 훌렁 벗겨진 내 하반신에는 아무것도 입혀지지 않아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무'것'도는 아니었지만, 입느니만 못한 상황. 내 다리에는 아까 뜯다 만 니삭스가 신겨져 있었다. 당황하고 있는 새에 요정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자기 마음대로 이야기를 쪼잘쪼잘 지껄이기 시작했다.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요, 그 매끈한 니삭스의 곡선! 지금 당장 일어나서 저 괴물을 퇴치해주세요, 마법소년! 당신이라면 할 수 있어요!"
 
멋대로 지껄이게 내버려두고 니삭스를 벗겨내려 해보았지만 풀을 발라 붙여버린 듯이 벗겨지질 않는다. 요정을 내버려두고 니삭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꿈틀꿈틀 움직이던 검은색 천이 바닥에서 완전히 몸을 빼낸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내가 몸을 어떻게 틀어보기도 전에 내 목에 휘감겨 졸라오기 시작했다. 그 얇은 천에서 무슨 힘이 있는지, 단단한 강철처럼 굳은 그것은 천천히 내 몸을 위로 끌어올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천에 매달려 숨이 막히지 않도록 간신히 유지하는 것 뿐이었다. 발 끝이 점점 더 내 방 바닥과 멀어진다.
 
"니삭스를 휘둘러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벗겨지지도 않는걸 어떻게 휘두르라는건데?! 심지어 잡혀올라가는 나를 따라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밑에서 방관하는 주제에 어쩌라는 둥 저쩌라는 둥. 요정이면 위험한 사람을 먼저 구해주는게 수순 아니야?! 끌려가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생각이 흘러간다. 일단 점점 더 숨이 막히는 탓에 모양을 포기하고서라도 살아보려는 발버둥을 택하기로 했다. 나는 내 목을 조르는 천에 걸치려 다리를 휙 들어올렸다. 다리가 단단한 것에 고정이 되는것이 아니라 툭 떨어지고, 나도 같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바닥으로 떨어진 탓에 엉덩이를 제법 세게 찧었다. 목을 만져보자 매끈매끈한 재질의 검은색 천이, 아까의 힘은 거짓말이라는 듯이 일반적인 천으로 되돌아가 있다. 아마도 내 발길질에 잘려나갔을 천은 급작스레 짧아진 것에 당황한 것인지 허공에서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을 따름이다. 이런 것이 내 목을 조르고, 또 들어올린 거지?
 
"그래요, 바로 그렇게에요! 하지만 엉덩이는 조금 가리는 것이 어떨까요?"
 
잔뜩 기쁨을 띤, 친절한 요정의 말에 나는 얼른 아래를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나는 바지가 벗겨진 채였다는 것을 그제서야 떠올린 나는 급한대로 허겁지겁 셔츠를 끌어내려 속옷을 가렸다. 이래서야 완전히 계집애 같다. 오만상을 찌푸려 바지를 주워입으려던 순간 잘려나간 검은색 천이 주우욱 늘어나 길이를 원래대로 만들었다. 그리고 하늘 여기저기에서 늘어난 천들이 흐늘흐늘 늘어나 허공에서 휘청이기 시작했다. 저렇게 보니 무슨 미역이나, 촉수 괴물 같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촉수들이 빠른 속도로 내게 덤벼들기 시작했다.
 
"꺄악!"
 
시끄럽다고, 요정! 이미 한번 '잘린다'는 것을 알았으니 두번은 어렵지 않았다. 나는 어렸을 때 다녔던 태권도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나를 향해 날아오는 검은색 촉수들에게 차분하게 발을 휘둘렀다. 니삭스를 신은 발엔 당연하지만 아무것도 신지 않았다. 하지만 발이 아프지도 않고, 또 묘하게 다리가 가벼워진 느낌이라 내 생각처럼 다리가 움직여주었다. 하반신이 신경쓰여 니트를 있는대로 잡아늘여 간신히 국부만을 가린 채로 한참을 늘어난 촉수들과 싸우고 있자니 요정은 내 싸움엔 신경도 쓰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천조각을 늘여보고, 쓰다듬어도 보고, 물어뜯어도 보며 뭔가를 열심히 궁리하고 있었다.
 
"이거, 스타킹 천 같은데요?"
"뭐라고?"
"스!타!킹!이요!"
 
소리를 지를거면 멀찍이나 있던가, 정신없이 움직이는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자 귀 옆에 바짝 붙어 소리를 지르고는 요정은 다시 포롱포롱 날아다니며 또 자기만의 생각에 빠졌다. 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촉수들이 저 녀석을 실수로라도 한대 후려쳐주면 좋으련만. 제멋대로 휙휙 날아다니며 용케도 날아드는 촉수들을 죄 피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스타킹은 고 나가면 못써요. 뜯어버려요, 마법소년!"
"그게 무슨 뜻인데?"
 
번뜩 고개를 들고 뜻모를 소리를 하는 요정. 저게 무슨 소리인지 몰라 그녀에게 반문하자 요정은 천을 집어들어 내 눈앞에서 쭉 잡아당겼다. 맨들맨들한 검은색 천. 스타킹 천이라는 것은 이제 나도 알아볼 수 있었다. 저 맨들맨들한 촉감은 나도 어렴풋하게 기억이 났다. 중학생 때 짝궁의 책상 너머로 굴러간 탓에 기어들어갔던, 책상 아래에 다소곳하게 모여있던 짝궁의 스타킹 신은 다리. 샤프를 주우며 실수로 손등이 스쳤던 그 기억이...
 
"새콤달콤한 추억은 집어치워요!"
"잠깐, 너 남의 머리 속도 들여다보냐?!"
"강제 탈착의와 생각의 공유는 요정의 소양이에요, 모르세요?"
"그딴걸 어떻게 알아!"
"뭐 각설하죠."
"야!"
 
내 말을 무시하고 요정은 자신의 마법인지 뭔지 모를 힘으로 쭉 늘어난 스타킹에 가느다란 손가락을 푹 찔렀다. 조그마한 구멍이 난 스타킹의 천. 그 천에 손가락을 억지로 밀어넣고 양쪽으로 뜯어내자 툭, 투둑 소리를 내던 스타킹은 힘없이 세로로 두동강이 나버렸다.
 
"알겠어요? 스타킹은 가로로는 잘 안되도 세로로는 잘 튿어져요. 지퍼 하나에 살짝만 걸려도 못쓰게 되는게 스타킹이라구요. 세로로 찢어버려요!"
"찢어버리면 사라지는거야?"
"그렇겠죠!"
"무책임하네!"
 
만담같은 소리를 주고받으며 나는 지금처럼 가로로 다리를 휘두른게 아닌, 다리를 높게 들어올려 세로로 찍어내렸다. 때마침 정면으로 다가오던 촉수는 힘없이 세로로 갈라져버리고 말았다. 나는 그 두동강난 천을 각각 양손에 잡고, 손에 빙글빙글 감아가며 쭉 쭉 잡아뜯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로 다를 것이 없어 요정이 허겁지겁 막아주었지만, 내 손에 감겨오는 스타킹 천이 늘어날수록 우리집 위를 뒤덮고 있던 검은색 천들이 사라져간다. 아마 한 천에서 태어난 것들인듯, 하늘의 천이 사라져갈수록 촉수는 내게 닿지 못하고, 이윽고는 조금씩 사라져간다.
 
 
 
 
 
 
 
 
 
 
 
=
 
아 열시에 잘라그랬는데 열한시네요.............................
출처 http://todayhumor.com/?animation_352250 1
http://todayhumor.com/?animation_352270 2



근무할 땐 차마 쓸 배짱이 안생기더라구요 조금 더 뻔뻔해지면 쓰겠습니다
숫자는 읽기 좋으시라고 순서대로 달아놓는 것이라 분량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나중에 많이 쌓이면 통합판이라도 올릴까 합니다 흠흠


짤 출처는 상상력사전 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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