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파이트!! [중앙일보 심재우] "현실 세계가 스타크래프트의 가상 세계에 끼어들어 가장 크고 빛나는 별을 데려가게 됐다." 다음달 9일 공군에 입대하는 프로게이머 임요환(26.SK텔레콤.사진) 선수를 격려하고 아쉬워하는 팬들의 메시지가 전 세계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유명 스타크래프트 팬 사이트인 팀리퀴드넷(teamliquid.net)은 최근 기사를 통해 임 선수의 입대 소식을 전한 뒤 "박서(Boxer, 임요환의 ID)는 시대를 초월한 리더였고 승리자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 기사의 아래에는 "프로게임 역사 중 가장 슬픈 날" "가장 위대한 프로게이머를 잊지 못할 것" "황제여 영원하여라" 등 수많은 댓글이 올려졌다. 베트남의 한 팬은 임 선수의 입대 소식을 접한 뒤 '박서포에버닷컴(boxerforever.com)'이라는 기념 사이트를 만들었을 정도다. 지금까지 200여 명의 세계 팬들이 이 사이트에 임요한에 대한 그리움을 쏟아냈다. 프랑스인 팬인 ID 'VioleTAK'는 "당신은 스타크래프트 세계의 핵이고 심장이며 나의 영웅"이라고 극찬했다. 임 선수는 1999년 프로게이머로 나서 세계 온라인 게임대회(WCG) 2회 우승 등의 전력을 지닌 한국의 간판 선수. 스타크래프트의 세 가지 종족인 테란.저그.프로토스 가운데 가장 취약한 종족으로 꼽혔던 테란을 지휘하며 '테란의 황제'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그는 또 수송선 드랍십을 신출귀몰하게 다루며 다양한 전술을 구사, '드랍십의 황제'라는 별칭까지 들으며 세계적인 게임 스타로 떠올랐다. 임 선수를 지도하는 주훈 감독은 "담배를 전혀 입에 대지 않는 등 자기관리에 철저한 성실성도 인기 비결이겠지만,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전략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최고의 경쟁력으로 꼽을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임 선수 스스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지난해 10월 온게임넷 4강전을 꼽았다. 상대인 POS팀의 프로토스 유저 박지호 선수를 상대해 3대2로 역전승했던 게임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0-2 상황에서 세 번을 내리 이겨 짜릿한 역전승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그는 자신의 게임 전략을 담은 '스타크래프트 황제 임요환의 드랍십' '나만큼 미쳐봐' 등의 저서를 냈다. 임 선수가 스타크래프트와 처음으로 만난 때는 고3 시절. 친구를 따라 들어간 PC방이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그는 "상대를 무너뜨릴 때마다 얻는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게임에 빠져 학업에 충실할 수 없었다. 대입 재수 시절 아마추어로서 각종 대회에서 이름을 날리자 게임 매니지먼트사에서 연락이 왔고, 결국 프로게이머의 길을 택했다. 임 선수는 "강력히 반대했던 부모님도 결국 열렬한 팬이 됐다"며 "그러나 프로게이머의 삶은 너무 고단해서 아들이 프로게이머가 된다고 하면 말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원광대 디지털대를 졸업하고 상명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다음 카페에 등록된 그의 팬 수만 60만 명에 육박한다. 현재 연봉은 2억원대. 그의 전성기는 2001년부터 2002년까지라고들 하지만 지금도 60%대의 승률을 기록하며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임 선수는 다음달 3일 열리는 대형 e스포츠 대회인 '슈퍼파이트'에서 최대 라이벌인 홍진호(KTF).마재윤(CJ)과 입대 전 고별경기를 할 예정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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