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합격통보
이틀 전에 넣은 이력서가 떨어졌는지 말이 없다.
'쳇...떨어진건가...'
방학 시작한지 벌써 1달이나 되었으니
아르바이트 경쟁이 심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허탈하다.-_-
오늘도 그냥 이렇게 보내는 건가.히유~
아침에 이러저러한 생각으로 일어나서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무의미없는 인터넷서핑을 하기 시작했다.
'에휴...근데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오네.내가 왜 떨어진거야~왜!왜!왜!왜!'
도대체 내가 뭐가 모자르다고!
외모?
음...
학벌?
음...흠...
성격?
성격은 뭐...하아~
'따지고보니 지극히 모자르긴 하구나.-_-;;'
그리고 과자 하나 집어들고서 침대에서 뒹굴뒹굴대며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시계로만 쓰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는 것이 아닌가.
"띠리리리리~띠리리리리~"
'홋...무슨 천지가 개벽할 조화로고.모르는 번호는 원래 잘 안 받지만
수많은 이력서를 뿌리고 다녔으니 받아봐줄까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어떤 여자분 목소리가 들려온다.
'진성씨 되시나요?제가 생각을 못 하고 연락을 못 드렸는데
오늘 시간 되면 사무실로 1시까지 나와주시겠어요?'
그...그렇다.
합격한 것이다.ㅠ.ㅠ
이제 지겨운 어머니 잔소리 안 들어도 되고,
자동인출기 인출액 한계금액에 봉착한 통장을 들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부르르 떨리는 염통을 부여잡고,
잽싸게 대답했다.
"네.당연히 되죠.당장 준비하고 나가겠습니다!"
"네.그럼 부탁드릴게요~"
욕실로 달려나갔다.
머리를 잽싸게 감고,(머리를 여태 안 감았냐고?왜 이러시나~
다들 집에 있을 땐 느지막히 감으시면서~-_-;;)
평소 안 바르던 왁스까지 발라주고,
버스를 타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아...기대된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걸까?
이 큰 몸집에 맞는 옷이 있긴 있을까?(나중에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_-)
주차도우미들은 다 이쁘다고 들었는데 가까이서 보겠구나.-_-+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백화점에 도착했고,
지하로 방향을 잡았다.
여러번 헤맨 끝에 주차사무실을 발견하고,
다른 합격자들과 함께 뒤늦게 교육에 합류했다.
'히야...내성적인 성격의 극치인 내가 이런 곳에서 일하게 될줄이야.
세상은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_-;;'
2 입사교육
입사.
이 무슨 어색한 말이더냐.-_-;;
단순한 알바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일단 월급제에다가
3개월 이상 일하면 4대 보험 가입까지 된다니.
다른 아르바이트와는 좀 다른 개념이랄까.
비정규직.
그래,이 말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아무튼 도우미주임이라는 여자분의 교육 속에는
단순한 알바가 아닌 정규사원이라는 생각으로 일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은 채
백화점 탐방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나와 같이 교육받은 사람은 2명이다.
한 명은 상당히 동안인 26살의 형이었는데 카트 파트에 지원했다고 하고,
또다른 한 명은 23살의 필이형(물론 가명)으로 나와 같은 주차안내 파트에 지원했다고 했다.
하아...그런데 26살의 저 형 정말 어려보이네.
누가 보면 나랑 동갑인 줄 알지도...-_-;;
얼렁뚱땅 백화점탐방을 하고 다닌 우리 3인조.
셋 다 백화점과는 연관이 없는 사람들인지라 정말 많이 헤매고 다녔다.
한 명은 갓 제대한 예비군인데다가
둘은 쇼핑과는 거리가 먼 저소득층...에헴!
아무튼 생소한 지리를 익혀보겠다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5시도 안 되어서 교육 일정 사흘 중의 하루가 끝이 났다.
교육수당도 준다고 하니 아싸~신나라~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진성군의 머리에는 온통 $$...
은 아니고,(솔직히 조금은 생각했수.안 하는게 이상하지!)
서비스업을 내가 한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과거 건설현장 경력이 1달이 넘지만(이것 때문에 알바수당 보는 눈이 높아졌다.-_-;;)
이건 성격이 너무도 틀린 직종 아닌가.
더군다나 수줍음까지 잘 타는 나-_-*
...라고 하긴 돌 날라올 것 같으니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해두자.-_-
'그래,이것도 다 인생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어?
성격개조한다(?)는 셈치고 한 번 해보자.'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며 하루는 빨리도 흘러갔다.
3 악으로 깡으로
오늘은 입사 교육 2번째 날이다.
느지막히 밥을 챙겨먹고,집을 나섰다.
아침밥을 안 먹으면 하루를 버티는데 너무도 버겁기에.
다 몸집이 커서 그런거다.-_-;;
여기서 잠깐!
진성군의 신장은 몇이기에 자꾸 몸집 탓이 나오는 것일까.
진성군은 무려 188Cm라는 키에 78kg라는 몸집의 소유자이다.
그래서 그렇게 유니폼 사이즈 걱정을 한 게지...-_-;;
사람들은 키 크면 좋겠다라고 하지만
막상 장신들은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밥값이 2배로 든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그렇다.
나의 경우 공짜라면 2배 먹고,아니라면 더 달라고 한다.-_-
그리고 마을버스 탈 때 목이 아프다.
천장에 닿기 때문에.
키만 크면 좋게?
발도 크다.
이태원에 신발 사러 가려면 아주 고생이다.
하긴 이태원 가면 내 발사이즈가 제일 작더라.-_-;;
(내 신발사이즈-290)
옷사이즈도 XL이상을 입어야 한다.
다행히 힙합브랜드가 많아서 좋긴 하다.
또한 장시간 서서 있으면 다리와 발,허리에 중력의 너무나도 공평한 이치가 작용한다.
이뿐인가?
키 큰게 왜 그러냐?란 소리도 자주 듣는다.
어리버리라는 별명은 이미 획득한지 4년이 되어가고...-_-
그러니 키큰 사람 너무 부러워하지 말자.
내 주변사람들의 말을 끌어오자면 저 놈은 높은 데 물건 꺼낼 때가 가장 멋있어!라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오죽 잘난게 없으면...
허허...잡담이 길었다.
볼론으로 다시 들어가자.
슈우웅~
아무튼 주차안내파트의 주임이 우리 둘을 교육한단다.
나머지 한 명은 어디 갔냐고?
그 형은 카트라서 바로 실무에 투입된다고 한다.
아,부럽다~
수당도 높게 받겠구나.-_-;;
나와 필이형은 주임한테 교육을 받기 위해 사무실 앞의 주차장으로 나왔다.
아,어색하다.
옷사이즈도 없어서 잠바를 입고 있는 이 신세야.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한 번씩 쳐다보곤 뭐라고 쑥덕댄다.
나는 그럴 때마다 쭈삣쭈삣...
주임이 뭐하는 거냐고,이것 밖에 못 하냐고 수신호하는 나에게 다그치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이게 맘대로 되야 말이지...
1달동안 움직임을 최소화하던 몸은 이미 굳을 대로 굳어 있었다.
물론 원래가 몸이 막대기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시절 유연성 테스트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몸이니 뭐,할 말 다 했지.
열나게 수신호라는 것을 하고는 지쳐서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필이형.어때,할 만해?(벌써 말 놓기로 합의 보았다.-_-v)
"어.이 정도야 간단하지."
'역시 군필자를 우대할 수 밖에 없군.-_-;;난 벌써 힘들어죽겠구만...'
짧은 휴식시간이 끝나고,이제 멘트 연습에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친절히 모시겠습니다!"
"고맙습니다!안녕히 가십시오!"
으아~목이 아프다 못해 피맛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도 못마땅한지 주임은 계속 나를 다그친다.
내가 성량이 좀 부족한가?
언제 소리를 질러봤어야 알지.
그렇게 계속 혼나가며 교육을 받았다.-_-^
지나가는 사람들은 계속 쳐다보고,
나는 뻣뻣한 몸 구부려가며 멘트하느라 울상.
가.관.이.다.
'이런 젠장...노가다할 땐 이런 거 없었는데!'
물론이다.
당연히 없지.-_-;;
그래도 하는 대까진 해보자는 오기에 죽어라 소리를 질러대었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흘러 노을이 질 무렵.
"자,고생했고.내일이 마지막 교육이니까 늦지 말고 와라.
아참,내일은 8시까지 교육할 거야."
'허걱.내일은 하루종일 이 짓(?)하다가 끝나는 거 아닐까?-_-;;;'
주임의 당부가 있고나서 간만에 힘이 죽 빠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차안내요원이 만만한 게 아니였구나.'
새삼 새로운 일에 느끼는 것도 많은 하루가 흘러갔다.
고생을 한 하루는 언제나처럼 빨리 흘러간다.
↓휴게실에서 동료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