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무렵
지하철 홈 구석에서 술주정꾼이 선로로 향해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조금 토해내다 조금 잦아든 듯 했지만 갑자기 크게 선로에 머리를 내밀고는
입에서는 분수처럼 구토물을 끝없이 토해내기 시작했다
기분 나빴지만 너무 대단한 광경이라 계속 보고 있었다
그때 타이밍이 나쁘게도 저기 커브 앞에서 전철이 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 위험하다 생각한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녀석이 내민 머리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머리카락이 붙은 덩어리가 기둥에 부딪히고는 마치 수박처럼 박살이 났다
회색빛 뇌는 새빨간 피와 함께 녹아내렸다
아랫턱의 이빨과 혀만 목에 들어붙어있는 상태였다
목구멍에서는 공기가 피와 섞여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거품을 내고 있었다
몸은 아직 살아있었던 것이다
무릎을 세운 것처럼 널부러져 있던 몸은 다리를 바닥에 몇 번씩이나 문지르며
부서진 머리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토록 온 몸의 털이 곤두선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건 인간이다...
문득 기둥쪽을 바라보자 부서진 머리에서 빠져나온 눈알이 널부러진 자신의 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출처]
인스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