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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일까?]헬스장 창문 너머 공원에는 누가 살길래
게시물ID : humorstory_3530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누즈인
추천 : 10
조회수 : 68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1/15 11:06:25

베오베간 기념으로 예전에 네이트 클럽에 올렸던 글을 다시 각색해서 올려 봅니다.

그러니까 2009년, 참담했던 병원과의 추억을 뒤로하고 요양차 제주도에 내려가 있었던 이야기 입니다 그려..

 

제주도는 참으로 먹을 것도 많고 공기도 좋고 여러모로 건강해 지는 곳이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당시 의사선생님의 운동이라도 해보는게 어때라는 말에 필이 꽃혀 꾀나 열심히 헬스장에 다니고 있었죠.

헬스를 했다고 울룩불룩 근육질의 남성을 생각하신다면 오산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게

저는 뭐랄까 운동을 해도 근육이 잘 생기질 않는 타입이라는 것을 말씀드리지요.

왜일까요. 제 몸에 남성호르몬이 부족해서?

 

어쨌든,

그 날도 언제나와 같이 헬스장엘 출근을 했더랬습니다.

아침에 좀 피곤해서 늦장을 부리느라 조금은 늦었지만

런닝 머신에서 시속 6.5km의 속보로 운동을 시작했죠.

 

그런데 런닝 머신이라는 것이 주변 풍경은 항상 똑같잖아요?

걷는다고 해봐야 매번 재자리고, 한 3분쯤 되면 무척 따분해 집니다.

저는 그럴 때면 어제도 읽었던 사용 중 유의사항 문구를 또 한번 읽기도 하고,

길 건너편의 오피스텔을 변태처럼 훔쳐보기도 하고,

오늘 새가 참 높게도 나는 구나 하고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하고,

아무튼 참으로 따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색다른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늘어지는 마음을 추스리며 3,4 분쯤 걷고 있는데

헬스장 길 건너 공원에 한 남,녀 한 쌍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벌인 행각이란. 어떻게. 어머. 저럴수가. 파렴치. 였습니다.

 

다행히도 헬스장이 4층인데다 오늘 따라 날씨는 쾌청하여

그 둘이 벌일 꼬라지를 생생한 라이브러리 생중계로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Full HD 화질 이었죠.

안타깝게도 사운드는 음소거 상태 였지만,

나름 소리가 없어도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더군요.

 

아무튼 종종걸음으로 나타난 한쌍의 커플인지 뭔지는

처음엔 공원 벤치를 하나씩 차지하고 널찍하니 않아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듯 했습니다.

처음엔 남자가 여자한테 이별 통보를 하는 상황인가 했습니다.

멀어서 둘의 미세한 안면 근육의 움직임을 볼 수 없었던게 한계였달까요.

그냥 저 혼자서 상황을 만들어 갈 수밖에요.

 

그런데 심각한 표정인 듯 했던 여자가 잠시 후에 다시 보니

상대편 남자와 한 벤치에 가깝게 앉아 있는게 아닙니까.

오라. 이별 통보가 아니라. 뭔가. 사궈달라는 그런 거였나.

저는 마음속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부터. 아무도 없는 공원 에서. 둘 만의. 뭔가. 끈적한. 애정 행각이. 시작 되겠군.

 

아. 저는 신이라도 강림한 걸까요. 저의 예언은 어김없이 맞아 떨어지기 시작 했습니다.

역시 남자가 문제 였습니다. 이런 경우. 제가 봐온 어떤 영화에서도. 소설에서도. 연속극에서도.

달콤한 말로 유혹한 남자가. 마치 사소한 것을 부탁 하는 듯. 은근슬쩍. 스리슬쩍. 여자를 희롱하기는 것은 기정 사실 이었습니다.

 

시작은 남자가 여자의 다리에 자신의 머리통을 올려 놓는 것으로 부터였습니다. 남자는 장난을 치듯이 여자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고. 여자는 약간은 거부하는 듯 회피했지만. 싫지는 않은 눈치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의 행각이 이뤄지는 장소가 백주대낮. 그것도 사통팔달의 공원이라는 것이 문제랄까요.

 

여자는 헤퍼보이기 싫었는지. 아님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이내 자신의 다리를 빼고 남자와 조금은 거리를 두고 앉더군요.

남자는 조금은 실망한 기색이었습니다. 잘 넘어가고 있었는데 아쉽다는,

그런 불만의 아우라가 길 건너 4층의 헬스장까지 전달되어 오는 듯 했습니다.

여자와 남자는 이내 마주 보고 앉아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듯 했습니다.

멀리서는 뻥끗뻥끗 하는 입만 보일 뿐이었지만. 나름 소설을 써보자면 아마도 이렇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너 왜그래. 뭐가. 너 오빠 머리 베어 주는게 부끄럽니. 그런거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잖아. 부끄러워? 오빠는 하나도 안 부끄러워. 사랑하는데 그깟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뭐가 중요해. 하지만. 이리와 이번엔 내가 베어줄께.

 

아마도 이렇지 않았던듯. 이번엔 여자가 남자의 다리를 베고 드러눕기 시작 했습니다. 아아. 그들의 다른 사람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는 대범함으로 인해. 우리 헬스장에서 런닝 머신을 하던 4명의 회원들은 실로 심심하지 않았으니. 얼마나 대승적인 사고입니까.

 

남자는 이제 여자가 반쯤 넘어 왔다고 생각했는지 그 다음 진도를 나가기 시작하더군요.

대범하게도 남자는 살포시 자신의 손을 들어 여자의 심장이 뛰는지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자는 나는 괜찮다고 살아 숨쉬고 있다고 남자의 손을 뿌리치는 듯했으나.

아아.. 결국엔 넘어가고야 말았습니다. 열번 찍어 안넘어 가는 나무가 없고.

 

인간은 쾌락을 위해 산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여자는 순간의 말초적 자극을 이겨내지 못하고 남자의 늑대같은 손을 허용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러고도 부끄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는지. 여자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군요. 누가 볼까 두려우면. 도대체 왜 거기서 그런 행각을 하는 겁니까. 불쌍하게도 그 둘은 총 도합 8개의 눈이 그들의 만용을 지켜 보고 있었다는건 꿈에도 몰랐을테지요. 완전무결의.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추억을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 했을거에요.

 

원죄를 안고 사는 불쌍한 존재가 인간이라고 했습니까.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그렇게 순간의 떨림에 몸을 맡기는 것이

결국 인간이란 존재인 것일까요.

 

끝으로 남자는 인공호흡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더군요. 참으로 길게 산소를 주입하더이다.

그 후 잠시 대화를 나누는 듯 하더니 남자는 의기양양하게 뒤도 안돌아 보고 공원을 빠져나갔고

여자는 뭔가 당했구나라는 것에 뒤늦게 애통해 하는지. 뭔가가 무너진것에 대해 씁쓸했던 것이지.

늦은 걸음으로 그 뒤를 따라 나갔습니다.

 

본의 아니게 훔쳐보게 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만.

그러나. 역시 저도 순간의 쾌락을 어쩔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제발.

이 나이 처먹도록 타의에 의한 금욕생활을 강요 받아온 저에게 시련은 내리지 말아주시길.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다음 부턴 그런 행동은 둘만의 장소에서 오붓하게 즐겨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려 봅니다.

 

아아, 이것이 벌써 4년전 이야기라니.

그때 그 커플은 아직도 잘 살고 있으려나요?

분명 헤어졌을게 분명하다고 저는 작게나마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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