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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을 사생활이라며 쿨함을 강요하는 분들께.
게시물ID : humorbest_3532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생사
추천 : 28
조회수 : 8825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5/08 15:30:31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5/08 12:50:02
안녕하세요.
야구를 즐겨보는 기아팬입니다. 작년에는 시간이 남아돌아서 잘 들어왔는데,
요새는 잉여력이 딸려서 기아경기조차 잘 못보고 있네요. 이제는 점점 마음이 비워지는 것 같습니다.

임태훈 선수와 송지선 아나운서 사건으로 스게가 뜨겁네요. 엠팍이나 야갤 등등 뿐 아니라
검색어와 뉴스에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보니 야구팬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네요.

저도 사람인지라 이런 가십거리가 흥미있기도 하고, 거기에 흥분하고 서로 언쟁을 벌이는 모습도
재미있네요. 사실 임태훈은 두산 팬 뿐 아니라 다른 팀 팬들에게도 좋은 이미지였습니다. 아시안겜에
나와서, 허리를 부여잡으며 힘겹게 병역면제를 얻어내기도 했었고 두산 투수진의 희망이기도 하니까요.
송지선 아나운서도 팬들과 몇번 언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만, 오히려 솔직하고 화끈하다는 평이 많았지요.

사실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지나치게 'Cool' 한척 하려는 일부 팬들 때문입니다.
흔히 말합니다. "남들 사생활인데 왜 신경쓰는가?" "법적 책임이 없는 자신들만의 문제다."
"야구팬들이 이들을 비난할 이유는 전혀없다." "남녀 사이에서 흔한 일이다."

네, 이렇게 말한 분들 굉장히 쿨하고 멋져보입니다. 남의 사생활에 감나와라 배나라와 할 것 없이 그냥
내버려두자 이거죠. 어쩌면 남녀 사이에 흔한 일이라고 할 수 있고, 타인이 그들의 연애에 끼어드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런 분들의 주장을 듣는 내내 뭔가 불편한 느낌이 듭니다. 
야구와 야구선수의 존재는 그 자체로 기능적인 직업이 아닙니다. 즉, 건축가나 목수와 같이 무생물을 다루는
어떤 기술로 돈을 버는 직업도 아니고, 의사처럼 필수불가결한 상황 및 사람을 다루는 직업도 아닙니다.
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 즉 즐거움을 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지요. 즐거움을 준다라는 것은 그 즐거움을
받는 대상, 즉 팬이 있어야합니다. 이처럼 야구선수와 팀은 팬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팬들의 지지로 야구선수들은 돈을 벌고, 더 야구를 열심히 할 수 있지요.

연예인정도까지는 아닙니다만, 프로야구 선수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다수의 대중이나 야구팬의 즐거움을
위해 존재합니다. 각 개개인의 목표는 다르겠지만요. 따라서 공인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어느정도 
자신들의 사생활을 관리할 의무가 있으며, 반면 노출과 비판의 위험도 감수해야합니다. 그들은 다수의
대중들에게 공개된 사람들이니까요. 그리고 그러한 길을 선택한 것은 분명 그들입니다.

이런 선수들에게 팬들이 기대하는 이미지, 관심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기아팬으로서 윤석민, 양현종,
안치홍, 김선빈과 같은 대표선수들이 바르고 쓰레기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또 그들은 경기장 안밖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려 노력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임태훈선수가 그런 팬들의 "기대치와 관심"을 저버렸다는데 있습니다.
마치 항상 인자하고 잘 웃던 옆집 아저씨가 알고보니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일삼는 알콜중독자였다는
느낌이죠. 남녀사이의 말은 둘 다 들어봐야하고, 사실여부도 불투명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선수가 이런 행동을 했다는 자체가 팬들에게는 굉장한 충격과 실망입니다.  
충격과 실망은 분노로 드러나는 법이고, 저는 팬들은 그들에게 충분히 비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직한 이미지였던 김동주 사건, 믿었던 선수들의 음주 및 병역비리 사건 등등은 그만큼 팬들에게
상처로 남아있지요. 

"그건 걔들 사생활 아닌가요?" 사생활 맞습니다. 그렇지만 그냥 동네 아저씨의 사생활과는 다릅니다.
내가 좋아하고 기대한 선수의 사생활이며, 그 선수는 그 팬들의 관심과 기대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거의 공인에 준하는 것이지요. "프로야구선수는 실력으로만 증명하면 된다." 라고 하시는 분들도
충격입니다. 모든 감독과 레전드 야구선수들이 강조하는 것은 실력보다 인성입니다.
서재응이 아무리 잘 하고 팀 분위기를 이끌어도, 가끔 보여준 그의 과격한 행동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대중의 관심을 받고 사는 사람이라면 설사 법적인 책임이 없다하더라도, 어느정도의 도덕성과
인성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태훈의 행동 하나로 인성 전체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만, 인간사이의 기본적인 도리에 어긋나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이런 면을 보고 현재 야구팬들이 분노하고 비난하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쿨 한것, 관심없는 것, 좋습니다. 정말 관심이 없다면요. 근데 그 쿨함을 남들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Cool 이 강요되는 순간, 그 Cool은 사라지고 맙니다. 믿었던 사람이 알고보니 못된 사람이라 했을 때
드는 허탈감은 뒤통수 맞아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원색적이고 팀까지 확대되는 비난까지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그냥 쿨하게는 못지나갈 것 같네요.

여튼 세 줄요약
1. 야구선수는 팬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고 살아가고, 그러기로 합의한 사람들이다.
2. 임태훈은 기본적으로 그리 좋지 못한 행실을 했다.
3. 따라서 팬들은 충분히 임태훈에게 분노할 권리가 있으며, 사생활이라고 Cool 함을 강요하지는 말라.

* 괜히 타팀팬이 나서서 두산팬에게 죄송합니다. 임태훈 사건이 사실이 아니라면 정말 사과하겠습니다. 
* 이런 비난과 비판의 화살을 정치인들이 제대로 맞아야 하는데라는 다소 비약적인 생각도 해봤습니다. 

미안하다 기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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