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막내만 한국에 남기고… 한국일보 | 기사입력 2007-06-26 00:51 [한국인 13명 탄 여객기 캄보디아서 추락] 가족들 "제발 살아있길" 앙코르와트 갔다가… 3가족 10명… 2명은 친구… 1명은 가이드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구경하러 간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25일 캄보디아에서 실종된 여객기에는 대부분 여름 휴가를 맞아 앙코르와트 유적을 방문하려던 한국인 가족 단위 관광객 13명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탑승자들의 정확한 생존 여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사망 가능성이 높다는 현지 보도가 잇따르자 가족과 지인들은 망연자실한 가운데 현지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대구 출신인 KBS 정치부 조종옥(36) 기자는 여름휴가를 맞아 부인 윤현숙(34)씨와 두 아들 윤후(5) 윤민(1)군과 함께 사고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1998년 KBS에 입사한 조 기자는 올해 4월까지 경찰청 출입기자로 일하면서 후배 기자들을 친동생처럼 잘 챙겨줘 사내ㆍ외에서 신망이 두터웠다. 정치부와 법조, 경찰서 등을 출입하면서 각종 기자상을 수상하는 등 유능한 기자로 인정 받았고 2003년에는 영국 유학을 다녀올 정도로 학구열도 왕성했다. 조 기자의 입사 동기들은 “실종자 명단을 봤을 때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 조 기자가 맞다는 소식을 접하고 보니 믿기지 않는다”며 망연자실했다. 특히 조 기자는 지난해 윤민, 윤하 쌍둥이 형제를 낳은 뒤로는 평소 즐기던 음주도 자제하고 일찍 귀가하는 등 자식 사랑이 남달랐다. 조 기자의 회사 후배는 “조 선배는 성격이 꼼꼼하고 평소 자녀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며 “이번 여행도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주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조 기자의 블로그에는 부인과 자녀를 데리고 그리스와 터키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한 사진이 올라와 있다. 조 기자의 부모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부친 조한기씨는 “사망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말을 아꼈다. 조 기자의 장인 윤창도씨는 “생후 9개월 밖에 안 된 쌍둥이 둘을 모두 데려가는 게 힘들다며 막내 윤하는 맡기고 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이충원(47)씨도 부인 황미혜(42)씨와 두 자녀 정민(16) 준기(15)씨를 데리고 가족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씨의 친척과 지인들은 밤새 가슴 졸이며 여행사와 외교부 등에 생존 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인천에 사는 최찬례(49) 서유경(26ㆍ서울여대 경영학과 3년)씨는 모녀 사이로 알려졌다. 최씨의 연하의 남편 박희영(42)씨는 “둘 다 해외여행은 처음이다. 아직 살아있을 것으로 굳게 믿는다. 하나투어에서 26일 오전 비행기편을 제공한다니 두 모녀를 반드시 찾아 데려오겠다”면서 사고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전 직장 동료인 이명옥(28ㆍ여) 노정숙(28ㆍ여)씨는 이씨가 직장을 그만둔 뒤에도 함께 여행을 다닐 정도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씨는 4월 23일 노씨의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정숙아, 사진 다 올렸다. 언제 올릴지 몰라서 오늘 다 올려버렸다. 에휴, 힘들당. ㅋㅋ 잘자. 칭구야. ”라며 다정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씨와 노씨는 최근까지 사소한 주제에 대해서도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로 대화를 나눴다. 노씨가 다니는 D&B건축사무소 간부 김모씨는 실종자 명단이 한국일보 홈페이지와 TV화면 등에 공개되자 언론사에 직접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씨와 노씨의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기자에게 알려 주며 “실종자 이름이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 않느냐. 다시 한 번 확인해 달라”며 애를 태웠다. 박상준기자
[email protected]김이삭기자
[email protected] 사고 현장에 피눈물 안나는 사연이 어딨겠냐마는.. 정말 안타깝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