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현재 맹찬형기자 =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이 26일자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회견에서 탄핵정국에 대해 `의미있다'고 언급한 내용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후에도 경제와 사회는 안정돼 있다"면서 "한국정치가 크게 변화하는 계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한 것으로 신문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측은 김 전 대통령의 회견기사를 당사 기자실에 배포하고, DJ의 이같은 언급이 탄핵안의 정당성에 대한 공감을 밝힌 것이라고 반색했다.
김영환(金榮煥) 의원은 "탄핵소추가 된 이후 경제와 사회 불안을 주장하는 시각과 우려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고,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서 탄핵소추안이 헌정과 삼권분립에 있어서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음을 평가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승희(李承姬)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전 대통령이 평생 지켜온 법치주의 소신에 따라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극심한 소용돌이에 빠져있는 현 시국에 대한 시의적절한 시각을 보여주는 발언"이라며 "탄핵안 가결을 주도하고도 벼랑끝에 몰린 민주당에 큰 힘을 주는 가슴 뿌듯한 지적"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반응은 탄핵안 가결이후 지지율 급락속에 당 내분 마저 겹쳐 절박감이 더해가고 있는 현실에서 김 전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을 지지회복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속내로 읽혀졌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측은 민주당이 김 전 대통령의 원론적 발언을 선거에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영선(朴映宣) 대변인은 "국가시스템과 국민의 성숙도를 강조한 것이지 탄핵에 무게를 둔 발언이 아니다"며 "민주당이 아직도 국민 대부분이 인정치 않고 있는 탄핵추진의 정당성에만 몰입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세균(丁世均) 정책위의장은 "회견의 전반적인 내용은 햇볕정책이 지금도 잘 추진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며 "국민의 정부에서 햇볕정책을 추진한 덕분에 지금과 같은 탄핵국면에서도 남북간 긴장이 조성되지 않고 국민들이 균형감을 갖게됐음을 강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양측의 이같은 상반된 주장속에서 김 전 대통령의 김한정(金漢正) 비서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전 대통령은 선거나 정파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말씀을 아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탄핵안에 대한 가치판단을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 취지는 현재의 한국상황이 과거 쿠데타적 헌정중단 사태와는 다르고, 국민들도 잘 극복해 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국민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상황이나 정정을 너무 불안하게 보지 말아달라는 주문이 담긴 말씀"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