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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기 자식을 알지 못한다.
게시물ID : freeboard_6204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in2
추천 : 4
조회수 : 20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9/19 02:49:56

어느새 내가 3살난 딸과 20일된 아들을 키우는 아빠가 되었다.

잠이들어있는 내 아이들을 바라보다 문득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자식들에대해 모든걸 알고 있다는듯 말한다.

내 아이가 이런걸 잘하고, 이런걸 못하고, 이런부분에서 뛰어나고, 이런부분은 부족하고..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부모는 자기 자식에 대해 모른다."

 

아이를 집에서 교육하고, 지켜보고, 가르치면서 내 아이에 대해 부모가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나이는 6살까지이다.

6살이면 대부분 유치원에 보낸다.

이제 이 아이는 집을 떠나 사회라는 곳에 놓여진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하나씩 배워나가지만 친구들과의 관계를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

선생님께 잘보이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며, 잘못했을때 마냥 용서를 해주는 부모가 아닌 사람들에게 어떻게하면 이 곤란한 상황을 대처할지 스스로 습득하고, 배우고, 터득하며, 실천해 나간다.

그렇게 차츰 한살한살 더 먹어가며, 부모의 관심이라는 선은 서서히 흐려지고, 스스로 사회와 대인관계, 상황대처능력을 만들어 나간다.

그런 능력들이 집에서의 행동과 똑같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아이는 밖과 집에서의 행동은 다르다.

부모님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행동이나 말, 버릇들을 알고 있기때문에 집에서는 꾹꾹 눌러담았다가 밖에서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는 명랑하고, 시끄럽고, 장난이 많아도...집에서 부모들이 그런걸 싫어하면 그 아이는 묵묵해지고, 얌전해지고, 말 잘듣는 아이가 될 수 밖에 없다.

 

학창시절 담배, 술, 이성문제에 대해서도 집에서 부모에게 털어놓는 경우는 잘 없다.

학교에서 담배라도 걸려서 부모님 호출로 학교에 찾아가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우리아이는 그럴리 없다. 친구를 잘못만나서 그렇다."

라는 말을 해댄다.

그들이 말하는 나쁜 친구가 내 아이라는건 아예 배제해버린다.

늘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친구만 만나라는 부모들의 당부같은 잔소리는..웃기는 이야기이다.

그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의 부모 역시 같은 소리를 했을텐데..그 아이는 왜 그 아이보다 공부 못하는 나를 만나주겠는가?

 

아이의 재능을 찾는데 있어서 공부만 강요하거나 집에서의 행동만 가지고 아이의 재능을 찾으려는건 잘못된 생각이다.

아이의 재능은 밖에서 표출이 되지....집에서는 철저하게 집 스타일대로만 행동할 뿐이다.

 

예로 나는 국민학교 4학년때 친구를 한명 사귀게 됐다.

만화를 참 잘 그리는 아이였다. 그게 신기해서 따라 그리면서 차츰 친해졌다.

5학년때 그 아이와 다른반이되며 그동안 그 아이에게 배운 만화를 혼자서 그렸다.

어느새 보통 아이들보다는 잘 그리는 만화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집에서는 만화를 그리면 웬지 낙서라고 할까봐 선뜻 그림을 부모님께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또 나는 친구가 꽤나 많은 편이였다.

매년 성적표에 "주위가 산만한 아이"라고 적혀있어서 매번 부모님께 주위산만이라는 말때문에 혼나고 지적을 받아왔다.

주위가 산만하다는 기준이 도대체 무언지 몰랐다.

단지 나 딴에는 친구들과 수다를 좋아했고, 장난을 좋아했고, 아이들이 나를 보며 웃는 것을 즐겼고, 그 아이들을 항상 재미있게해주는 걸 좋아했을 뿐이였다. 수업시간에도 그랬다는게 문제이긴했지만......

그래서 나는 집에서는 조용하려 노력했고, 방과 후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는걸 꽤나 불편해했다.

 

결국 나의 만화실력은 고3때 수능을 앞두고 책상머리에 낙서를 하다가 잠들었을때 내 연습장을 부모님이 보시고서야 알게되었고, 그제서야 신기해하며 미술학원도 없이 이렇게 그릴정도면 진작 미술을 좀 배워보려하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20대중반 친구들 사이에서 친화력과 어느정도의 분위기 메이커 만큼은 인정받은 내가 작은 포장마차라도 열고 싶다고 했을때..

"너처럼 내성적이고, 사람들 낯가리는 애가 어떻게 사람들을 상대하냐"는 말을 들었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살아왔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잘하는게 무엇인지. 재능이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뚜렸하게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이들은 잘한다고하는데 정작 부모님에게 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이 능력이 과연 맞는건가 싶은 생각에 시도조차 안하고 접은 것들 투성이다.

 

앞으로 내 아이들을 키울땐 진로와 재능에 대해서 부모라는 틀을 깨겠다 마음 먹는다.

너는 이런걸 잘해...너는 이런게 부족해...라는 말은 접어두려한다.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본인이 스스로 느끼고, 주변 친구들에게서 듣게되는 것들이 정답일수 있기에..

감히 함부로 내 아이들을 내가 부모니까 잘 안다고하지 않을 것이다.

 

시도조차 안하는 아이보다는 실패를 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다.

한번도 실패하지 않게 하기보다는 실패했을때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려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부디 이 다짐이 이 아이들을 키우는데 있어서 흔들리지 않기를....

 

(밤은 깊었는데 잠이 안오고...혼자서 썰 한번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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