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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초등학교 동창회에 다녀왔습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3543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숨Ω
추천 : 8
조회수 : 36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9/08/03 20:05:27

어제 초등학교 동창회에 다녀왔습니다. 
6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끼리 처음으로 뭉치는 거였는데, 제가 시골에서 중학교까지 나오고 고등학생이 되어 상경한 이후로 처음보는 친구들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오신다고 해서 시간내서 부안까지 내려갔습니다. 
그 선생님.... 가끔 생각났던 분이시죠. 
좋은쪽이 아니라 별로 안좋은 쪽으로요.
잘사는 애들, 못사는애들 차별이 엄청 심한 분이셨습니다.
제가 어릴적에 찢어지게 가난했는데 제가 그때 받은 차별은 지금 생각해봐도 눈물납니다.
미술시간에 아크릴물감이 준비물이였는데 준비못해가자 머리 바닥에 박고 두손뒷짐지고 거의 하루종일 엎드려뻐쳐있던 적도 있고요,
체육복을 준비못해가자 하루종일 수업도 못듣게 하고 운동장 잡초뽑았던 기억도 나네요.
선생님 가정방문하실때 다들다 돈찔러주는데 저희 어머니는 겨우 식혜 한사발 대접했다고 절 일년내내 투명인간 취급하셨던 그분...
축구시합에서 우리반이 일등해서 자장면 먹으러갔는데, 저만 콕 찔러서,
"XX야, 너는 도시락 안싸왔냐" 라고 하신 그 선생님....
어저께 초등학교 졸업이후로 처음 뵈었습니다. 굉장히 늙으신 모습이였습니다.
흰머리에 지팡이 짚고 오셨습니다.
저를 보더니
"XX야, 니 소식 잘 들었다. 서울서 변호사한다며?"
라고 하시더니 
"어릴적부터 그렇게 총명하더니 너 잘될줄 알았다"
이러시는 겁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저는 공부만이 살길이라 믿었고, 작은아버지의 도움으로 고교시절을 서울에서 보내고 장학생으로 S대 법대에 갔습니다. 그땐 그저 가난뱅이였는데 이렇게 성공하니까 동창생 사이에서 어찌나 절 그렇게 치켜세우시는지 정말 불쾌했습니다.
십몇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 정말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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