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힐랄은 역시 강팀이더군요. 미드필더, 공격, 수비 다 호각지세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은 울산이 이겼습니다. 역시 공격수들의 능력에 상당히 의존하는 스타일이더군요.
하지만 경기 내용은(특히 전술 상의 부분에서) 좀 실망스럽네요.
리뷰인데, 사실상 디스가 되어버린 글입니다.
1) 엄청난 공수 간격
전반부터 다소 벌어진 상태였던 공수 간격은 후반 엄청나게 벌어져버립니다.
미드필더가 사실상 없는 상태죠. 특히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이 없네요.
결국 수비는 수비가 하고, 공격은 공격이 하는 스타일.
이기고 있는 상황이고, 알 힐랄이 미드필더에서 볼을 돌릴 여유가 없었으니 망정이지
조금만 더 냉정한 상대였다면 정신없이 당했을 겁니다.
김호곤 감독의 작전이자 공격해나오는 알힐랄에 대응책일 수도 있겠죠. 그 상태에서 롱패스-김신욱 떨구기, 혹은 다른 역습 옵션이 더 많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플레이 스타일은 강팀에게는 절대 통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울산 정도의 스쿼드를 가진 팀이면,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수원을 싫어하게 된 이유)
2) 수비 불안
오늘도 곽주장은 여러 결정적인 커트를 담당했지만,
예전보다 판단력과 움직임이 많이 무뎌보였습니다. 월드컵 예선에, K-리그 교체출전에. 지친 탓일 까요.
피지컬에서 상대를 압도한다고 생각했는데, 빠른 선수가 순간적으로 들어가는 움직임에 여러차례 휘청하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유병수한테도 여러 번 혼났고요.
여기에 공격수의 수비가담 부재까지 더해져서 공간에 2:1 상황도 자주 만들어지고, 중앙에 선수들이 모이는 경향마저 보입니다.
김영광의 선방이랑 상대 실책, 또 오프사이드를 잘못보는 행운이 아니라면 실점을 했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죠.
3) 중앙 미드필더
중앙미드필더의 역할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스티벤과 김동석은 공격시에는 측면으로 이동하던지, 중앙에서 볼을 잡으면 빠르게 패스하는 플레이를 했습니다.
덕분에 공격 리듬이 빨라지는 것은 좋은데, 천천히 가야할 때, 지공을 펼쳐야 될 때 라는 경기의 리듬을 전혀 느낄 수가 없네요.
철퇴축구가 울산의 스타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90분 내내 철퇴를 휘두르면 빈틈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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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세가지 모두 같은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불안정한 전력으로는 원정길이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빡센 K-리그 일정에 선수들이 지쳐보이는 경향도 있습니다.
울산이 K-리그에서는 스쿼드가 두터운 편인 팀이지만, 2004-5 수원처럼 2팀으로 나눠서 둘 다 이기고 오는 정도는 아니니까요.
K리그에서는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이번 아챔에서는 우승을 노리는 것 같은데
이런 모습으로는 두 마리 다 잡기는 힘들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좀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