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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만 있을 것이다
게시물ID : readers_354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롤로웽엥뎅
추천 : 2
조회수 : 24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2/25 00: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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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호흡, 호흡마다 아끼어 길게 몰아쉬면서

남은 수명이 이제 만 번쯤만 심호흡할 수 있단 걸 직감하면 인적이 드문 강을 찾아가겠다

그날만을 기다려온 숙적과의 결판 지으러 당도한 강의 수면 위에 가부좌 튼 번뇌의 화신을

기슭에서 마주 앉아 한쪽이 자세 흐트러지기까지 산 채로 화장을 버틸 각오로 기력을 소진하리라

일평생 직면을 꺼려왔던 후회가 한둘이 아니라 천군만마로 총공세처럼 물밀듯이 관통하여도

거기서 원통함과 슬픔에 쓰러지지 않고 그저 결연하게 현생이라는 굴레에 초연해질 때

더는 무언가를 담을 필요 없는 깨진 그릇으로서, 무형이 될 준비로서

그 어떤 두려움도 욕망의 부작용도 품지 않은 채 모든 어리석은 사념을 강에 가라앉히겠다

번잡한 삶이었다. 번뇌의 화신은 상극을 초월한 내 마음가짐에 비로소 굴복하고

죽음과 손잡는 달관의 경지까지 날 성장시켜준 숙적을 가엾이 여겨 쓰다듬고서 미련 없이 소멸시키리라

그리하여 마침내 불로 지은 수의를 걸치리라

바람이 발인하고 물로 짠 관이면 족하다는 떠나는 길에

밤이슬 맺힌 풀이 고개 숙여 울고 있다면 과분한 추모를 받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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