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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호흡마다 아끼어 길게 몰아쉬면서
남은 수명이 이제 만 번쯤만 심호흡할 수 있단 걸 직감하면 인적이 드문 강을 찾아가겠다
그날만을 기다려온 숙적과의 결판 지으러 당도한 강의 수면 위에 가부좌 튼 번뇌의 화신을
기슭에서 마주 앉아 한쪽이 자세 흐트러지기까지 산 채로 화장을 버틸 각오로 기력을 소진하리라
일평생 직면을 꺼려왔던 후회가 한둘이 아니라 천군만마로 총공세처럼 물밀듯이 관통하여도
거기서 원통함과 슬픔에 쓰러지지 않고 그저 결연하게 현생이라는 굴레에 초연해질 때
더는 무언가를 담을 필요 없는 깨진 그릇으로서, 무형이 될 준비로서
그 어떤 두려움도 욕망의 부작용도 품지 않은 채 모든 어리석은 사념을 강에 가라앉히겠다
번잡한 삶이었다. 번뇌의 화신은 상극을 초월한 내 마음가짐에 비로소 굴복하고
죽음과 손잡는 달관의 경지까지 날 성장시켜준 숙적을 가엾이 여겨 쓰다듬고서 미련 없이 소멸시키리라
그리하여 마침내 불로 지은 수의를 걸치리라
바람이 발인하고 물로 짠 관이면 족하다는 떠나는 길에
밤이슬 맺힌 풀이 고개 숙여 울고 있다면 과분한 추모를 받는 것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