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디스코팡팡 회고록 1편
몇달 전 친구 생일파티로 안양에 갔다가 디스코팡팡이란걸 타게되었다
월미도 뭐시기 팡팡덕에 촌구석 휴면종자였던 나도 디팡이 뭔지는 알고있다 이거야 하며 디팡이있다는 오락실 건물 내 지하로 들어갔다
지하엔 스티커사진기나 인형뽑기같이 부피가 커서 오락실에 들이기 힘든거 몇개 있고 저기 어디 보니까 디팡만 따로 유리벽으로 막아놨더라
하기사 유리벽으로 안막으면 디팡 그 특유의 헤르츠랑 데시벨 어쩔거임?ㅋ 입장했더니 둠칫둠칫 쿠과광과광 ㅅㅂ 음악이 나를 공격하고있다
입장료 4000원과 저기 빙글팡펑 돌아가는 기계 가동비를 탑승자 n분의 1만큼 나누면 얼마나 마진이 남는걸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순서를 기다렸다
폰이나 가방같은건 바구니에 따로 담아서 보관함에 넣어놔야했다 안그럼 타는도중 내 몸에서 옷을 제외한 모든것들이 팝콘기계속 옥수수낱알마냥 사방으로 펑펑펑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에 당시 바꾼지 얼마 안됬던 나의 옵티머스를 순순히 맡길 수 있었다
아아 순서기다리면서 지켜보는데 디팡이 입력된 데이터대로 운행되는게아니라 디제이 꼴리는대로 버튼조작하는거더라고?
막 위로 튕겨올렸다가 여자들이 아부하면 일분 더주고 잠깐 멈춰세워서 스포트라이트 비춘다음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즐기는 디제이를 보자니 아 내가 걸리면 시발 역관광을 시켜줄테다 하고 머릿속으로 미리 대하드라마를 짜고있는데
아 씁 하필 이럴때 뱃속에서 영 좋지않은 신호가 울렸다
신속히 이 지역에서 퇴각해 화장실로 가라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안돼 난 여기서 물러날 수 없어 저 디팡은 여자들이 튕겨져 나뒹굴면서 자연스레 남자들쪽으로 굴러가 엉키는 구조로 되있단말이다!!
한낱 배설물주제에 메마른 남고생활에 거의 오지않는 이 천혜의 기회를 날려버리게 냅둘
시발따질때가아니구나 요동치는 주파수를 느껴보니 심상치 안아 이건 필시 급설사를 알리는 징조렸다?
요망한 대장같으니, 몸뚱아리 주인님이 좀 즐기자는데 부분파업하고 지랄이여
아무튼 퇴각할수밖에 없었다. 이상태로 디팡을 탔다간 저 엄청난 반동에 난 괄약근 제어권을 잃고 그대로 발산해버리겠지.
디스코팡팡 설사남으로 트위터에 올라가는건 절대로 사양인지라 아쉽지만 디팡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친구놈들보고 난 틀렸다 먼저 타라
라고 남극점 원정대 크레바스에 빠진 대원같은 비장한 말을 남기고 디팡 구역에서 빠져나왔다
우선 내가 산 이 4000원짜리 표를 다시 되팔아야지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건 언제 팔아도 상관없으니 일단 붕괴되어가는 괄약근 사정을 먼저 돌보는게 마땅한거였지만, 당시의 다급했던 머릿속으론 일차적인 것 밖에 안보였다
다시금 말하지만 이 시점에서 이미 설사는 항문에 헤딩중이었음
망할 근데 환불이 안된다네 ㅅㅂ 야이 망할 오락실아 나같이 타려다가 5분전에 급똥신호가 와서 되팔려는 손님도 좀 생각해주긴 개뿔 나같이 병신같은 케이스가 세상에 또있을까
마침 저기 표를 사려는 초딩이 보였다
내 초딩때 기억으로 미루어 초딩의 눈에는 중고딩은 모두 무서운 엉아누나 로 인식했었으니 저 여자 초딩년들도 분명 내가 말을 걸면 겁부터 처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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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상관이야 지금은 똥이중요해
난 여기에 방출할 수 없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의 끈을 똥방출이라는 임팩트한 사건으로 끊어버리긴 싫다
접근해서 정중하게 일이 있어서 못타게됬는데 이 표를 사주지 않겠니라고 물어봤지만 그때 얼굴 색깔이 내 뱃속에서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더러운 무언가와 비슷한 색깔이었을 터, 초딩들의 반응은 역시 약간 겁먹은 듯 했다
겁이고 나발이고 난 살아야 했기에 부탁을 거듭해 표 처분에 성공
이제 오락실 내 화장실을 찾아 변기에 앉으면 이 전쟁은 평화조약을 맺겠지
어디보자.. 없네18? 무슨 오락실애 화장실이없어?! 오락실 안내소가 있길레 화장실 내놓으라고 물어봤더니 없ㅋ음ㅋ 알아서 찾으셈ㅋㅋ
그 오락실 언젠가 반드시 내가 돈벌어서 통째로 사서 전체를 거대한 2층짜리 화장실로 리모델링해주마 씨빨
그럼 밖으로 나가야지 근데여긴 지하 ㅋ 계단을 오르는데 손오공 탑오를때마냥 끝이 안보이는 듯 했다
안양 디스코팡팡 회고록 2편
계단 올라가는데 고작 30개 남짓한 계단 하나 하나 즈려밟을 때마다 발 바닥에서 생긴 충격파가 작용반작용 법칙에 충실히 따라 내 육신을 타고 뱃속의 그것과 하이파이브를 하는데 표정관리가 힘겨웠다
밖으로 탈출해 두리번거리다 아무 건물이나 들어갔다 지금 내가 찬변기 더운변기 가릴때가 아니다. 내 머릿속에선 그저 한시라도 빨리 뱃속의 이 악마를 내보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산모가 겪는 진통마냥 고통이 사인그래프를 그리며 내 인내심과 밀당을하던 차,
아니?! 저 파란색 졸라맨과 빨간색 치마 졸라맨이 벽을 사이에 두고 사이좋게 나란히 서 있는 저 표지판은 분명 내게 파라다이스로 가는 게이트로 안내해줄거야!?!
감격에 차 쇠로 된 문고리를 잡았는데 순간 뻥 뚤린 가슴이 남태평양 뛰노는 참다랑어와 낄룩대는 갈매기의 앙살블처럼 그렇게 상쾌할수 없었다
찰컥
응?
철컥 ㅗ
ㅋㅋㅋㅋ 아 하느님 이럴때 뒤통수를 치시네요 센스쟁이 ㅎㅎㅎ 씨발
평소에 신좀 안믿었다고 나같이 가엾고 여리고 똥마려운 어린양을 내팽개치다니
문이 잠겼다 침착하자 그래 아무도 보는사람 없으니 화장실 잠궈놓은 관리자 엿먹으라고 문 앞에 확 싸질르고 토까는거야 ㅇㅋ
ㅇㅋ는 무슨 ㅅㅂ 아직 이성의 끈을 놓을 순 없다 난 살아서 돌아갈거야
아 마침 건물 경비실이 보이는군 쿵광쾅쾅 이봐요!! 누구 없어요?!?! 화장실 열쇠를 줘요!!
두들겨댄 문에서 나온 아줌마는 나를 좀비보듯 쳐다봤다
오냐 니년이 문을 잠가놔 나를 엿먹였구나 하며 한대 갈기려다
유교사회의 도덕과 손에 들린 화장실열쇠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별 미친놈 다보겠다는 아줌마의 혼잣말을 뒤로하고 변기에 앉았다
할렐루야!
어머니 제가 해냈어요 흑흑
저 꼭 훌륭한 어른이 될게요 ㅠ
몸속의 디아블로를 빼내는데 성공했다. 아 이제 닦아야...
?
휴지가..
ㅋㅋㅋㅋ 아 하느님 뒤끝? 아직도 맥일 엿이 남아있었네?ㅋㅋ 아 시발ㅋㅋ
이런 만화같은일이 ㅋㅋㅋ
어서 친구놈한테 전화해서 휴지달래야지 ㅎㅎ 지금쯤 디팡 다 즐겼겠지 흑흑
?없...
[보관함]
ㅋ
ㅠ
ㅠ ㅠ ㅠ ㅠ ㅠ 으아아앙아아!!!!!
폰은 디팡 보관함에 잠들어있었다
젠장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된것도 모른채 똥을 품고 시내 거리로 나섰단말인가
이제 몰라 창피함따위
난 노래방에서 말달리자를 부르짖던 그 목청으로 외쳤다
저기요!!!!! 휴지좀 주세요!!!!
화장실의 중심에서 휴지를 외치자 아까 그 아줌마가 휴지를 들고 오셨다
그순간 만큼은 아줌마가 사귀자고하면 진지하게 생각해봤을 정도로 고마웠다
아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다음부턴 화장실 문 잠궈놓지 마 씨발 나같이 여리고 연약하고 똥마려운 어린양이 또 있을지 모르잖아?
그렇게 무사히 처리하고 디팡있는데로 복귀하니 막 디팡 다 타고 나오는 친구들과 마주쳤다
애들 : 너 어디갔다왔어?
뭐하고온거야?
말은 아니나오고 눈물만 나왔더이다....
회고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