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저수지변 도로 지나다 본
복날 패 죽일 개 앞에서 몽둥이 든 손 약지엔 반창고가 감겼다
탱자나무 가시에 흘린 핏방울보다 개 머리 부수는 게 덜 괴로운 것이다
신경에 거슬린 반창고의 내막이야 알 바 없으나
상황이 우스워서 엄살 정도로밖에 안 느껴졌다
예사로운 살생에 버젓한 그는 그러나 악인이 아니다 모호할 뿐이다
생명의 무게란 변덕스러워, 그를 저지할 도리가 없었다
언젠가 기억에 난 숲길 위 버둥질치던 새 살렸으니 아주 많은 벌레 죽인 배후인 셈이다
그러면서 지렁이를 피해 걸은 적 있다
사는 게 모순을 견디는 일이다
함몰된 개 눈엔 하늘이 빨갛고 내 하늘은 화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