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 기침을 하다가 식구들을 깨울까 기침소리를 줄였다가 이불을 칭칭 감고 뒤척이다가 까무룩 약기운에 잠이 들었다 다시 깨어나 라디오를 켰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가.. 나 그러고 있었어. 니가 진짜 올줄은 몰랐어. 알았다면 아까 세수라도 좀 해놓을 걸.. 잠옷도 이렇게 웃긴거 말고 괜찮은 걸로 입고 있을 걸.. 우리 너~무 너무 오랜만에 만났는데 내가 이러고 있어서 속상하다. 나 원래 튼튼한데.. 너도 알잖아. 근데 너, 정말 와줬구나. 안그래도 아까 너 생각했었어.이런날은 니가 와줄것도 같은데.. 너 그때도 그랬잖아."우리엄마가 너 한번 보고싶대."아무리 말해도 쑥스럽다면서 한 번도 오지않던 니가 내가 많이 아프대니까 우리집에 왔었잖아. 그때 내가 땀을 막 흘리다가 잠에서 깨어났었지. 누가 내 이마를 간지르는구나..실눈을 뜨고 보니까 니 얼굴이 있었어. 땀에 젖은 내 머리카락을 이마에서 한올한올 떼어내고 있던 너.. 내가 깰까봐 숨소리도 죽인채로.. 나는 그런 니 모습이 너무 예쁘고 감사해서 다시 눈 감고 자는 척 했었어. 아기처럼 숨소리도 고르게 내려고 노력하면서.. 그러다가 니가 너무 보고싶어서 난 자는척하길 관두고 눈을 번쩍 떴지. 그래.. 땀도 많이 흘려서 내 꼴이 아주 엉망이었을 텐데 넌 그런 내 얼굴을 자꾸만 만지면서 금방 울듯한 목소리로 "왜 아프고 그래.." 그때 우리 엄마가 쟁반에 받쳐다 준 사과 몇 알. 어른들은 음식 남기는거 싫어하신다며 아작아작 사과를 먹던 니 작은 입술. "그만 가봐.. 더 있다가 감기 옮겠다." 내 걱정에도 넌.."죽 먹는거 보고갈게.""약 먹는거만 보고갈게.""잠드는거 보고갈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내 방을 나서고 "다음에 또 놀러올게요."엄마에게 인사하던 니 목소리가 멀어지고 현관이 닫히는 소리.
그날처럼 내가 많이 아픈 오늘.. 그날처럼 다시 니가 와줬구나. 비록 꿈속이었지만 그때처럼 다정한 모습으로..고맙다.. 고맙다...
-소식조차 알수없는 그대를 내 꿈으로 불러들여 나 혼자 위로받는 그런 일 같은 것.. 아프지도 않을 그대에게 신열에 들뜬 내가 아프지말길 기도하는 그런 일 같은 것.. 꿈이라도, 꿈에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