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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오유에올라온 [공포단편]
게시물ID : humorstory_1386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먹고보니밥
추천 : 11
조회수 : 142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7/07/01 14:25:55
[공포단편] 감옥 bestofbest 5667  
'철컥' 


"잠깐! 무슨 소리 안들렸어?" 


'철커덕' 


"남친인가봐!!" 


'젠장할..'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난 잽싸게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비집고 들어갈 틈이라 그런지 들어가긴 했는데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행동도 할수 없는 정말 더러운 기분이다. 

왜 지금 온거야? 

오늘 분명히 미나의 남자친구는 일하고 있을 터였다. 그 놈은 야간 경비원이다. 지금은 한밤중이고. 달리 이렇게 일찍 들어올리가 없을터였다. 아니, 한번도 그런적 없었다. 내가 미나를 만나는 동안 그는 단 한번도 이런식의 깜짝 방문은 하지 않았다. 

왜 지금 온거야? 

미나가 이런식의 방문을 싫어한다는 건 그 놈도 알고 있을터였다. 자기가 은근히 그런식으로 얘기를 했었고 남자도 수긍하는 듯 했었다고 분명 미나는 내게 얘기했었다. 여간한 눈치가 없는 이상 그 놈이 우리 관계를 눈치채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정말 아무도 알지 못했고 그만큼 노력을 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지금 온거야? 

미나가 황급히 옷을 추스리고 현관을 향해 나서는 소리가 들렸다. 제기랄.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있어야 되는지 도저히 갈피가 안잡힌다. 재수없으면 오늘 미나와 밤을 지샐수도 있다. 그러면 난 꼼짝없이 몇 시간을 이 침대밑에 숨어 닭살 돋는 대화들을 들으면서 밤을 지새야 한다. 그건 정말이지 지옥일 거야. 하지만 도저히 달아날 방도가 없다. 

출입구는 하나에 이런 작은 자취방에 베란다가 있을리도 없고, 행여 있다해도 이미 늦었다. 들어오는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베란다 따위 있어서 뭔 필요겠는가? 내가 번개처럼 빠른게 아닌뒤에야 현관 여는 소리와 동시에 베란다로 튀어나가 창살에 매달려 남자가 돌아갈때까지 추위에 떨며 온갖 욕을 지껄여대는게 이 상황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않는가? 

그래도 하필이면 침대밑 밖에 없다니. 

미나가 누구세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왜 지금 돌아왔을까? 직장에서 사고를 쳤나? 요즘 이런저런 일로 해고당하는 게 부지기수라 들었다. 나야 아직 학생의 신분이고 집에 돈도 좀 있어서 여유롭다고 하면 여유롭지만 그 놈은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한 여자와 같이 동거하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나름대로의 돈이 필요하다. 그걸 잘 알고 있기에 놈은 야간에도 일하는 거고. 때려친건가? 젠장..하필이면 왜 오늘이야!! 

응? 

비명이 들린다..미나의 비명이잖아! 

남자친구가 우리 관계를 알았나? 그럴리가 없는데! 그는 날 전혀 모를텐데? 

나가서 확인해봐야 하나? 좀 더 기다려 봐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지? 젠장. 미나를 때리는 건가? 뭐하고 있는 거야?? 

........... 

왜 더 이상 들리지 않지? 폭행하고 있다면 계속 비명이 들려야 할 거 아냐. 남자의 다그침속에.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지는 거지? 

뭔가 잘못되고 있어. 확인해봐야 하나? 아..젠장.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조심스래 살펴보자. 

난 살며시 침대에서 기어나와 문쪽으로 다가갔다. 희미하게 벌어진 문틈으로 밖을 살펴보기 위해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터질뻔한 비명에 난 내 입을 틀어막았다. 

미나는 시뻘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그런 미나를 바라보며 한 남자가 조용히 서있었다.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든채로 그 남자는 조용히 미나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내가 아는 미나의 남자친구가 아니다! 

난 재빨리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온몸이 떨려오며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강도인지, 변태 살인마인지,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는 엄청난 공포가 내 머리를 마구 휘젓기 시작했다. 남자친구가 지금 올리가 없다. 그는 여전히 일하고 있을거다. 지금 미나의 집을 찾아온 남자는 혼자 사는 여자의 방을 습격해서 돈을 훔치는 강도이거나 변태 살인마다. 몸이 더 심하게 떨렸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그 동안 영화나 소설로만 봐오던 상황이 지금 내게 재연되니 이건 말로 설명 못할 너무나도 무서운 경험이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눈앞은 온통 보이지 않는 어둠이고 몸은 한치도 움직일수 없는 좁은 침대 밑이다. 

남자가 조용히 사라지는 걸 바라는 수밖에 없다. 

나는 귀를 기울인채 남자가 떠나기만을 기다렸다. 아니 바랬다. 그렇지만 듣고싶은 현관 소리는 나지 않은채 알수 없는 침묵만 흐른다. 뭘 하구 있지? 왜 이렇게 조용하지? 이마에서 차츰 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한다. 이빨은 너무 꽉 물어 머리가 지끈거릴정도다. 남자가 움직이는 소리 하나하나를 듣기 위해 난 온갖 신경을 집중하고 귀를 기울였다. 여전히 조용하다. 

대체 뭘 하려는 거야! 왜 가지 않지?? 

미나의 자취방은 작다. 현관에서 거실과 화장실, 그리고 미나의 침실, 이렇게 셋이 전부다. 그는 지금 가지 않는다면 분명 거실과 이 방을 뒤질 것 이다. 그가 강도라면. 차라리 변태 살인마라면 미나에게 이상한 짓만 하고 떠나겠지? ....지금 이게 무슨 생각이야! 미나에게 이상한 짓만 하고 떠나라니..이런 젠장할! 혼란스러워 미칠 지경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미나가 처참하게 죽었는데도 난 살고 싶은 생각에 미친 생각을 한다! 에라이 이 미친놈아.. 

방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가 움직이는 모양이다. 거실부터 뒤져라..거실부터 뒤져..이 방에 오지 마라..미나의 통장이나 현금은 다 거실에 있단다. 제발 오지마라..이런저런 생각이 마구 떠올랐다. 그냥 조용히 있으면 그는 갈거야. 분명해. 내가 있는지 알리가 없다. 그는 분명 혼자 있는 여자만 골라 습격하는 놈일테니까. 오늘도 미나의 남자 친구가 일하러 나가는 걸 확인하고 철저히 계획한 일을 실행에 옮긴 것 뿐일거야. 맞다. 맞다. 요즘 범죄자들은 다 그런다. 범죄자들이 더 똑똑한 세상이다. 아마 돈이 어딨는지도 다 알고 있을거야. 거실만 뒤져라. 

또 스슥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움직인다. 거실을 뒤지는 거지? 그렇지? 제기랄. 입에서 단내가 배어나온다. 운동을 격렬히 해야 나오는 거 아냐? 이 좁은 공간에 숨어있는데 왜 단내가 나고 지랄이냐고!! 짜증난다. 무서워 죽겠어. 온 몸이 뻣뻣하게 굳어지는 느낌이다. 아니 몇시간 후면 그렇게 되겠지. 온몸에 쥐가 나서 미친듯이 괴로울 거다. 가라 이 새끼야. 제발 좀 가줘. 

또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화장실 쪽으로 가는 것 같다. 천천히도 움직인다. 삐걱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을 가려고? 미친 놈. 긴장도 하지 않는군. 사람을 죽이고 태연히 화장실을 가? 이 변태 싸이코 새끼야!! 씨발새끼! 꺼져버려! 이런 상황으로 몰고 온 그 놈이 갑자기 화가 나 견딜수가 없다. 그렇다고 소리를 지를수도 없다. 죽기 싫다. 하지만 열 받는다. 우스운건, 미나가 죽어서가 아니라 무서워서다. 

다시 스슥 하는 소리가 들린다. 화장실 쪽인 것 같았는데 사용하지는 않은 듯 하다. 그럼 왜 화장실을? 혹시 누군가 있을거라는? 말도 안돼! 내가 있는 걸 알리가 없어. 그냥 확인절차겠지? 숨소리 하나라도 들릴까봐 난 입을 조금만 연다. 이 곳의 공기는 불쾌하다. 시꺼먼 어둠을 빨아들이는 것만 같아 견딜수가 없다. 내 속까지 검어지는 느낌이다. 이제 배어나오던 땀은 줄줄 흐르고 있다. 그것도 아주 차갑다. 식은땀이 이런거구나. 안봐도 뻔하다. 눈은 충혈되어서 새빨갛고 공포에 질린 내 얼굴은 일그러져 있겠지. 씨팔. 이런 상황이 올줄 누가 알았겠나? 그냥 빨리 나가길 바라는 수 밖에. 그러면 경찰에 연락을 해야 하나? 연락하면 내가 오해받지 않을까? 그래도 연락하는게.. 

내 핸드폰! 

깜박했었다. 침대 구석에 내 핸드폰이 들어있는 상의를 벗어났었다. 정신없이 숨느라 그걸 깜박했다. 살았다! 이제 신고하면.. 

남자가 본다면! 

젠장! 젠장!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진정하자. 귀를 기울이자. 긴장하지 마라. 아직 남자는 밖이다. 소리로 봐서 천천히 움직인다. 상의는 내 머리 바로 위에 있어. 순식간에 가져오는 건 일도 아니다. 그냥 슥 나가서 집어들고 다시 숨으면 돼. 문도 닫혀있다. 빨리 해치워 버리자. 

난 온 몸을 잔뜩 긴장한 채 신경을 곤두섰다. 스슥 소리가 들린다. 거실쪽이다. 분명 거실쪽이다. 아니, 내가 어떻게 알아? 거실쪽이 아니라 이 방 쪽일수도 있다. 내가 나가서 상의를 집어드는 사이 남자가 방문을 열고 날 쳐다볼수도 있다. 그럼 게임 끝이다. 난 죽는다. 어떡하지? 하지만 상의를 집어오지 않는다면 남자는 분명 옷을 발견할 테고. 온 집안을 뒤질거다. 그럼 역시 난 죽는다. 어떡하지? 젠장! 내가 왜 상의를 벗어논 걸 까맣게 몰랐을까..일단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결정하자. 집어오다 걸리든 그냥 걸리든 어차피 죽는다. 마음을 크게 먹자. 

귀를 기울이자. 

소리가 들린다...희미하게 들린다... 

지금 나가자! 

생각과 동시에 난 옆으로 재빨리 기어나왔다. 소리가 들릴새라 난 조심스럽게 침대 구석의 상의를 집어들었다. 


'삐걱' 


"!!!!"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며 돌아보니 방문이 열리고 있다! 상의를 집어든 손이 떨린다. 

걸린다..걸린다..걸린다...숨어야 한다..빨리..빨리!!! 

아무 소리 없이 내가 숨어 들어간 때와 동시에 방문이 열리며 남자가 들어왔다. 

죽는줄 알았다! 

심장이 마구 뛰어 터질 것 같았다. 온 몸이 풍 걸린 마냥 부들부들 떨려온다. 봤을까? 봤다면 가만히 있진 않겠지? 왜 움직이는 소리가 이 방쪽이라 생각 못 했지? 하마터면 죽을 뻔 했잖아! 아..침착해. 침착해라. 일단은 살았다. 상의는 가져왔어. 조금만 선택을 늦게 했더라면 난 꼼짝없이 죽었을거야. 빌어먹을. 씨발 빌어먹을! 다행이다..정말 다행이다.. 

나가라. 이제 이 방만 나가줘. 부탁이다. 나가라. 제발 나가라! 

남자가 가만히 서있는게 보인다. 발끝이 보인다. 아주 희미하게. 남자는 날 절대 볼수 없다. 내가 속해있는 이 어둠속에서의 희미한 빛과 남자가 서있는 환한 방안의 이 좁은 어둠은 절대 비교불가능 하다. 일부러 뒤지지 않는 이상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기란 불가능하다. 발끝이 이리저리 움직이는게 보인다. 젠장. 발끝만 보이네. 좁은 시야때문에 눈이 아프다. 안볼수도 없고. 뭘 어떻게 하라구. 무조건 조용히 있어야해. 숨소리도 내지 말자. 

아 이런! 전화가 오면 어떡하지? 

왜 이런 상황에서 하나씩 안 좋은 여건이 터져나오는 거야! 

밧데리를 빼자. 밧데리를 빼면 된다. 조용히 움직이자. 남자는 아직 이 방안에 있다. 까딱 잘못해서 핸드폰을 떨어뜨리거나 소리를 내면 난 바로 죽는다. 지금 당장 해야 한다. 언제 전화가 올지 모른다. 광고 전화 같은거. 빌어먹을 스팸 전화 씨발! 우리나라 발전에 도움이 안되는 썩어빠질 개새끼들! 흥분하지 말자...젠장..흥분은 금물이야..진정해. 밧데리만 빼면 된다. 조용히 움직이자. 

바닥을 기듯이 스르륵 움직인 손으로 상의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밧데리를 빼기가 쉽지 않다. 손가락에 쥐가 날 것 같다. 

젠장. 빠져라. 전화 올거 같아..제발 부탁이다.빠져라. 빠져라. 

빠졌다. 

다행이다. 한 시름 벌었다. 살았다. 

빌어먹을! 

그러면 내가 전화를 못하잖아! 

이도저도 못하게 되버렸네..어쩌지? 전화 밧데리를 다시 끼울까? 그럼 전원을 켜야 하잖아. 그럼 소리가 난다. 어쨌든, 지금 이 상황에선 아무것도 못한다. 

남자가 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럼 전화를 할수 있다. 

나가라. 

나가버려 이 개시끼야. 

슬슬 팔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다리는 이미 참을수 없을 정도로 피가 몰린다. 마치 온 몸에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듯 하다. 바닥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있다. 

감옥이 이런 기분일까? 


'삐걱' 


나갔다! 문소리다! 

남자가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문을 열고 나간다. 발끝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이대로 현관을 나설지도 모른다. 제발! 이제 확인할만치 확인하지 않았냐. 나가라. 꺼져버려. 현관 문고리 소리만 들리면 된다. 철컥 하는 소리가 나에겐 천국같을 것이다. 제발. 

남자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이번엔 계속 움직인다. 

제발. 



'철컥' 


들렸다! 

분명 문고리 소리다. 현관 소리다. 철제 소리. 저 둔탁한 소리. 희미하지만 확실하다. 그는 나갔다. 나간 것 이다. 내가 있는 걸 모른체 그는 갔다. 난 살았다. 


'텅' 


문이 닫히는 소리다! 분명이 들렸다. 이번엔 분명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다! 

난 살았다! 

일단 다시 돌아올지도 몰라서 조금 기다려 보기로 했다. 시간 개념이 없어서 몇 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돌아간 건 확실한 것 같았다. 다시 올리 없잖아. 나갔다는 안도감이 몸의 긴장을 풀며 유일하게 고통을 참아내주던 공포를 조금 흘려보내자 온 몸이 근육통으로 메아리를 쳤다. 

나갈까? 젠장. 이제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조심스래 난 침대 밑을 기어나왔다. 만에 하나란게 있기에 아주 조용히 기어나왔다. 일단은 바깥을 확인해야 한다. 안전이 확실시 되면 바로 달아나자! 아니 전화먼저 하고 나가자. 신고한 뒤 나가는게 안전할거야. 바깥에서 내가 나가는 걸 목격할수도 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오히려 이미 확인해본 이 방이 안전할지도 모른다. 

살짝 열린 방문으로 난 조심스래 바깥을 내다보았다. 



틈으로 그가 쳐다보는게 보였다. 





"신발 주인이구나. 있을줄 알았지." 




내 신발. 

내 운동화. 


손에 힘이 풀어지며 핸드폰이 툭 떨어졌다. 





-end-  


출처:장은호의 공포연구소 후안님 작품  
 












(이거 역시 2년전 오유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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