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이를테면 피로의 포로가 돼 줄곧 죽은 척만 할 휴일이지만
뭔 노랑나비 떼인 양 시야를 포위한 햇살이 밖으로 꼬드겨냈다
단지 날씨가 퍽 좋았을 뿐이어서 목적지 없는 외출은 걸음이 절로 굼떴다
이따금 운영이 엷게 드리우던 골목을 석재 금 간 데까지 눈 둬보며 걷는데
철거령 붙은 담벼락 앞 겨우내 방치된 밑 빠진 화분에서
녹는 고드름 받아먹었는지 용케 움튼 새순을 발견했다
춘기가 극도로 농축된 그 자그만 떡잎이 뿜어낸 호흡의
감화력만큼은 소생하는 만상의 범람을 연상케 해
문득 더 호화스러운 봄소식이 그리워지길래
사무칠 지경에 이르러 곧장 가까운 산으로 뛰어갔다
뛰는데 이유가 너무 유치해 숨이 차오르면서 웃겼다
투명한 하늘 드러난 낮달이 순풍의 근원 같았다
잊은 게 아니라 기억이 안 났던 꽃나무에 안부 전하려 찾은
뒷산엔 이제 막 자라나는 것들 풋내가 초입부터 그득했다
연둣빛 여울진 봄볕에 잔잔히 조응한 실바람을 느껴
덩달아 가벼워진 것처럼 경사를 디뎌도 힘 안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