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연둣빛 여울지는 봄볕에
게시물ID : readers_355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디2레저렉션
추천 : 2
조회수 : 26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3/27 02:33:17
옵션
  • 창작글

이를테면 피로의 포로가 돼 줄곧 죽은 척만 할 휴일이지만

뭔 노랑나비 떼인 양 시야를 포위한 햇살이 밖으로 꼬드겨냈다


단지 날씨가 퍽 좋았을 뿐이어서 목적지 없는 외출은 걸음이 절로 굼떴다

이따금 운영이 엷게 드리우던 골목을 석재 금 간 데까지 눈 둬보며 걷는데


철거령 붙은 담벼락 앞 겨우내 방치된 밑 빠진 화분에서

녹는 고드름 받아먹었는지 용케 움튼 새순을 발견했다


춘기가 극도로 농축된 그 자그만 떡잎이 뿜어낸 호흡의

감화력만큼은 소생하는 만상의 범람을 연상케 해


문득 더 호화스러운 봄소식이 그리워지길래

사무칠 지경에 이르러 곧장 가까운 산으로 뛰어갔다


뛰는데 이유가 너무 유치해 숨이 차오르면서 웃겼다

투명한 하늘 드러난 낮달이 순풍의 근원 같았다


잊은 게 아니라 기억이 안 났던 꽃나무에 안부 전하려 찾은

뒷산엔 이제 막 자라나는 것들 풋내가 초입부터 그득했다


연둣빛 여울진 봄볕에 잔잔히 조응한 실바람을 느껴

덩달아 가벼워진 것처럼 경사를 디뎌도 힘 안 들였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