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내는 게 특기인 인간의 재량이 나날이 거창해져
봄이 채 가기 전 산이 사라질 수 있다지
재개발 일대라 지반을 인위로 허문 산기슭엔 드러난 뿌리째 굵직한 벚나무가 기울었다
짓이긴 초목들 뒷산의 연두 피 내음이 휴일에 소강된 공사판 떠도는데
무엇도 죽기엔 안 어울릴 봄볕 말간 날
아지랑이가 제향처럼 아물거리고 그새 또 벚꽃은 명이 닳아 휘날렸다
정수리에도 그리고 생채기투성이인 굴삭기에도 덕지덕지 내린 하얀 잎에 울컥했다
반창고 같아서, 쓰다듬는 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