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가 친선경기에서 1-4로 졌다. 그것도 무려 1-4로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부산 선수들은 지고도 환하게 웃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부산 선수들은 지난 20일 부산 시각장애인 복지관에 위치한 히딩크 드림필드 7호 구장에서 부산대표 시각장애인 팀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경기 진행 방식은 시각장애인 축구경기의 규칙을 따랐다. 부산 선수들은 눈가리개를 하고 그라운드에 올랐다. 2012 전국 시각장애인 축구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 매치였다.
안익수 부산 감독은 전상욱, 박용호, 이성운, 장학영, 김한윤 등 팀내 고참급 5명을 선발로 내세웠다. 고참들이 이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달으면 자연스럽게 후배들에게까지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말 그대로 '눈 앞이 캄캄한' 상태로 그라운드에 오른 선수들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허둥대자 경기장 주변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졌다. 수비수로 나선 이성운은 "수비라인을 올리라"는 안익수 감독의 지시를 듣고 방향을 잘못 잡아 골대 뒷편으로 이동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시각 장애인 팀의 일방적인 우세 속에 진행된 경기는 결국 부산 아이파크의 1-4 패배로 마무리됐다. 부산은 전반 종료 직전 장학영이 한 골을 넣어 영패를 면했다. 이 골은 올 시즌 부산으로 이적한 장학영의 팀 데뷔골이 됐다. 경기를 마친 뒤 박용호는 "눈 앞에 보이는 건 없고 공 소리만 들리더라"면서 "중간 중간 감독님의 지시가 없을 때마다 너무 불안했다. 그런데 상대팀 선수들은 이런 상황에 개의치 않고 열심히 플레이하시더라. 이번 경기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얻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안익수 부산 감독 또한 "뜻 깊은 자리였다. 선수들도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만족해했다.
시각장애인 팀과의 한판 승부를 통해 색다른 방식으로 의욕을 충저한 부산은 23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울산 현대와 K-리그 32라운드를 치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