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 중에서는 지인이 군간부인 경우가 몇명 있다.
뭐 짜잘하게는 "친형이 하사/소위, 중위"인 경우부터 "작은아버지가 헌병대 상사", "친할아버지가 준장" 인 경우까지 있다.
이 경우 빽으로 작용해서 크게 메리트를 얻는다든가, 아니면 묻히거나 둘 중 하나일듯 싶다.
내가 경험한 경우는 정말..크게 메리트를 얻은 경우이다.
나보다 6개월 선임이라는 놈이 있었다. 전역하는 순간까지 이등병 말~물상병의 재능을 지닌 놈이였다.
오죽했으면 우리 중대의 선임들이 그놈을 "아저씨"라고 불렀을까..ㅋㅋㅋ
하여간 사건은 이랬다. 우리 부대가 해안경계작전에 투입되서 인수인계 및 합동근무를 받는 기간이였다.
그놈과 타 대대 아저씨가 초소근무중에 담배를 피다가 우리 중대장+그쪽 중대장에게 발각되었다고 한다.
소초 복귀 후, 둘은 중대장에게 사유서(시말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누가 봐도 최소 "휴가제한" 내지 "영창"이 확정될 것 같았다.
하지만..어떻게 연락이 닿은건지 그 선임놈의 친척이라는 사람이 중대장을 찾아왔다고 한다. 기무사 소속의 상사 or 준위 라고 했다.
그러더니만 그놈이 쓴 사유서를 집어들더니 박박 찢고서는 "이거 없던일로 합시다." 라고 했다고 한다.
그 선임놈은 휴가제한을 당하지 않았다. 애꿎은 아저씨만 휴가가 5일 짤렸다.
그로부터 몇개월 후..
우리 소대에 신병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얘기를 하다보니까 친할아버지가 중장(☆☆☆)이였다고 한다.
뭐 일제시대때에 일본육군사관학교를 나온 분이라고 한다. 돌아가셨다는지, 전역하신 분인지는 기억이 안난다.
어쩌다가 기회가 닿아서 그 신병의 아버지랑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통화내용은 다소 충격적이였다.
"얘가 군대를 갈 시기가 된 것 같아서 좀 편한데를 알아봐주었다. 해군 골프장 캐디병 아니면 일반 육군부대에서 특수보직으로 빼줄 수 있었는데
나는 해군 골프장 캐디병을 가라고 했다. 하지만 애는 육군을 가야할거 같다고 고집을 부려서 육군에 지원을 했다. 그런데 미처 계속 신경써주지 못해서 지금 거기에 가 있는것이다." 라고 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쓰리스타의 위엄은..현역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쩌는구나.."
그로부터 몇개월 후, 나는 전역을 하게 되었고 연락이 닿는 부대원으로부터 더 쇼킹한 얘길 들었다.
"XXX(신병)이, 걔 의가사 전역했어. 허리 아프다고 외진다니고 하다가 결국은 의가사 판정 났더라ㅋㅋ"
그렇다. 그 신병은 어디 아픈곳 하나 없는 놈이였고, 오히려 그 신병의 동기가 통신병을 하면서 무전기를 메고 다니면서 허리가 망가진 경우였다.
어찌보면 빽이란게 참 더럽고 치사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봤다.
아빠가 자기부대 사단의 참모였고, 아빠 친구가 연대장을 하는 분이였다. 근데 행정계원 하면서 훈련 나갈거 다 나가고 우리랑 같이 야외에서 찬물로 씻고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로 제대로 된 케이스"라고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