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너무 힘든데 여기저기 말할 상황은 아니고, 얘기해봐야 집단 안에서 퍼질 이야기라 갑갑스러워서 이렇게 인터넷에 하소연을 하네요..
전 국립대 조교입니다. 그간 선배들이 그렇게 주옥같다고 하는 말을 하고 또 들어왔음에도 대학원 들어와서 조교를 했구요.. 작년 6월부터(임용은 9월부터-3개월간 무보수-)했었습니다. 이게 저희 관행이라, 두달 먼저 일해주고 퇴직시 두달 쉬는 개념이었죠. 제 선임(학과 선배)이 좀 오래 일을 해서 전 1개월 더 더해서 3개월을 먼저 해주라고 해서 그렇게 했구요..
그런데, 올 4월 중순에 6월1일자 해직 통보를 받았습니다. 계약상으로도 3달 반 이상 빠르고 아귀가 안맞지만, 어차피 계속 공부하면 학계에서 결국은 보게될 터.. 입닥치고 네 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살길을 찾겠다고 일자리(아름다운가게) 구해놓고 그쪽 윗분이랑 얘기하기로 한 날. 과 행사때문에 그걸 못갔죠.. 결국 그 직장은 없던 일로 됐습니다.
4월 말일이 되니 후임자를 못구했으니 그냥 그대로(1년단위 계약갱신, 8월 말일까지, 6월 인수인계 후 2개월 휴무) 하자고 하시더라구요. 학과장님을 비롯한 모든 교수님이... 그래서 그런줄 알았고, 솔직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년 채우게 되서 이제 퇴직금(공무원연금 1달치)이라도 받겠구나 하구요. 이제 정말 6월로 마지막이구나 했었죠. 지난주 이번주 내내 송별회만 몇번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직원 동료분들께 감동도 많이받았었죠 ㅎㅎ....
근데 후임자가 저랑 사이가 안좋은 편이라(이건 제탓이고요..) 껄끄러웠으나, 월말에 인수인계 해주고 홀가분하게 떠날 참이었습니다. 학교 일이라는게 요새는 매년 단위로 바뀌어서 기본 틀만 알려주고 그 이외의 자잘한 부분은 안알려줍니다. 그래서 어제 예산정리를 하고 있었죠. 예산은 전임자가 붙어서 알려줘야 하는 거니까요. 근데 어제 학과장님이 말씀을 하십니다.
뭐뭐야. 다음주에 2학기 수업 계획 만들어야지? 취업통계도 내고. 그담주엔 애들 장학금도 배정해야지? 니가 하면서 후임 잘 알려줘라... 첨엔 진짜 뭔소린가 했습니다. 아니 이달까지 나오라게놓고, 뭔가 엄청 자연스러운 말투로, 아무일도 없는거란 듯이 저보고 2주를 더 나오라고 하시더군요. 벙 했습니다. 장난치시는건가? 싶어서요.
멍한채로 잠도 못자고 새벽부터 출근해서 인수인계 해줄 예산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어젠 머리에 암것도 안들어와서 손을 놔버렸거든요. 오후에 다시 부르십니다. 학과장님이. 다시 얘기하십니다. 니 인수인계 어떻게 할래? 샘 제가 어떻게 할까요? 그랬습니다. 2주 풀타임 나와서 인수인계 해주고 7월 내내 학교에 붙어서 물어보는거 알려주라고 하시더군요.
열불이 납니다. 본인들이 세달 먼저하라고 바로 2011년에 얘기해놓고, 넉 달 전엔 너 필요없은게 나가라(인수인계고 휴무고 없다) 해놓고, 석 달 전엔 사람 못구했으니 기다려라 해놓고, 두달 전엔 이제 넌 나가라(두달 휴무하고) 하고 얘기해놓고. 그랬던 사람들이 이젠 저한테 어차피 휴무 한달 더 나와서 인수인계 제대로 해놓고 가라. 이랍니다.
제 짧은 세치 혀.. 그 혓바닥 끝까지 말이 올라왔습니다. 니미 씨발 니들이 사람새끼들이냐고. 솔직히 교수들한테 욕 많이먹고 미움 많이받고 조교하면서 재계약은 당연히 안될거다 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그 감정이 수업 성적에 반영되고, 업무에 반영되고, 대학원 집단에 반영되고.. 인생설계 자체를, 인생 자체를, 사람에 대한 신뢰 자체를 망쳐놓으니 정말 살기가 싫더라구요.
단지 그네들이 원하는 인수인계, 그걸 통한 과의 원활한 운동때문에 살아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제가 아끼는 우리 과 후배들에게 피해를 줄 순 없으니깐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