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이었음.
저녁 밥을 먹고 데스크 옆 휴게실에서 체스하고 있는데
데스크에서 결혼식 이야기가 들림.
뭐 내일 어쩌구저쩌구 봄의 신부가 어쩌고저쩌고...
그냥 누구 결혼식이 있는갑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음.
다음 날,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병원 점심밥 메뉴가 심히 맛이 없는 거임.
친한 환자들끼리 같이 PX로 가서 군것질을 하기로 함.
병원PX가 면회실과 치킨피자집이랑 붙어있어서
PX를 가다보면 면회를 온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음.
어쨋든, PX로 가는데.
앞에 환자들이 웅성웅성거리는 거임?
"뭐야? 뭔데?" 하며 봤는데
면회실 앞에 대형 관광버스가 하나 있고,
그 앞에 정장입은 군의관들이랑
사복입은 간호장교들이 있었음.
근데 와. 간호장교들 사복 포스가 ㄷㄷㄷ
사회물을 먹은지 오래 된 기간병+환자들에게
강남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를 거니는 귀한 처자들과
비슷한 내음새를 풍기는 간호장교들은 한없이 예뻐보였음...
난 다른 환자들과 다름없이 입을 헤 벌리고 구경하다가
O대위와 S대위를 발견함..
와. 진짜
그때 당시 받은 감동은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있음.
조혼나 예뻤음.
O대위도 나름 예뻤으나
내 눈에는
항상 위로 동그랗게 머리를 묶고 다니던 반듯한 모습과는 달리
찰랑거리는 웨이브를 뽐내는 헤어, 베이지색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은
S대위의 모습이
가장 .... 츄릅ㄴ엄롱ㅈ머ㅏㅗㅕㅐㅗㅎㅇㄴㄹㅓㅗ
"와 진짜 존나 예쁘다."
"여자다 여자..."
"허.. 꾸미면 진짜 대박이네."
오오오거리면서 휘파람부는 환자들 무리 속에서 나는
예쁘장하게 꾸민 S대위 모습을 한없이 바라봤음.
눈이라도 한번 마주쳐보고 싶었으나
간호장교들은 곧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음.
또 어느 날, 한적한 오후
갑자기 군것질이 하고 싶어졌음.
친한 환자 한명이랑 같이 PX로 감.
근데 막상 가니까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는거임..
군것질은 하고 싶은데 딱히 먹고 싶은 것은 없는...
같이 간 환자는 빨리 고르라고ㅋㅋ 재촉하다가
집에 전화하고 있겠다고 먼저 계산하고 나감.
아 뭘 먹지 뭘 먹지 고민하던중,
누가 내 옆구리를 푹 찌름?
"으억"
깜짝 놀라 봤더니
S대위임.
"ㅋㅋㅋ야 뭐해?"
아 장난 좀 살살하라고 깜짝 놀랐다고 말하고는
과자가 먹고싶어서 왔는데 S대위님은 왜 오셨냐고 말함.
보통 O대위랑 같이 다니던 S대위가 혼자 PX와서 좀 의아했음.
"필요한거 사러왔지ㅋ"
그러고는 커피랑 음료수 등등 고르더니 계산하는 거임.
그래서 나도 대충 아무거나 집어서 계산하려고 뒤에 섬.
'아 뒷모습도 이쁘네' 나혼자 속으로
저번의 사복입은 모습을 상상하면서 헤헤거리면서 있는데
"그거 살라고? 이리 내." S대위가 이럼.
그리고는
내 손에서 과자를 뺏더니 같이 계산함ㄷㄷ
"어? 가, 감사합니다 ..."
어버버하면서 같이 PX를 나옴.
마음이 막 싱숭생숭함.
과자값이 굳었다는 사실과는 상관없이 막 왠지모르게 기분이 좋았음..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다싶어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하면서 옆으로 다가가니
이미 같이 온 의무병에게 짐을 떠넘기고 있음ㄷㄷ
말없이 미소지으면서 의무병이랑 올라가는 S대위를 바라보면서
같이 동행하고 싶었지만
뒤에서 같이 온 환자가 " 야 뭐해? "
하는 소리에 등을 돌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