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가 꽉 막힌 세월호 정국을 풀어보려는 국회의장의 중재 시도조차 거부하며 '청와대 지키기'에 집중하겠다는 속뜻을 드러내고 있다. 정당정치의 본질인 타협과 양보를 '꼼수'에 빗대며 국회 파행을 정당화하는 주장도 나온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여야와 유가족 사이의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재에 나서겠다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제안을 단칼에 거부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와 유가족 사이에 많은 대화가 있었는데, 그 내용을 잘 모르는 의장이 독자적인 안을 내면 분란만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장이 중재에 나서는 것에 대해) 좀 신중하게 접근하셨으면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회의 수장인 국회의장이 여야·유가족 사이를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여당 지도부가 정면으로 거부한 것으로, 새누리당이 사태 해결 의지가 있느냐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거나, 특별검사 추천권을 야당이나 유족 쪽에 달라는 요구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칼날이 청와대와 정부 여당으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대표단과의 3차 회동에서 "결국 더 요구하신 것은 특검을 피해자 쪽이 임명하게 해달라는 것 아니냐. 특별검사가 가장 완벽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주체인데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특검 추천권을 양보하라는 것으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주 의장은 "(유족들이) 진상조사위도 주도하고, 피해자 쪽이 임명하는 특검이 두번 활동하게 해달라는 것인데, (그러면) 여당과 청와대를 막 조사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면 조사받는 사람 쪽 불만은 누가 해소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이 특별법 협상을 먼저 깨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오전 당 공식 회의인 원내대책회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거나 사건이 났을 때 꼼수와 편법으로 법을 만든다"며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헌법과 원칙을 지키는 국회,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정치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국회를 운영해서 뭐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어 "차라리 한번 철저한 파국을 맞이하고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정의로운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국회 '날치기와 몸싸움 방지'를 위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쟁점 안건의 처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일명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에 대해 헌법 소원을 청구하기로 이날 결정해 하반기에도 '강경몰이'를 계속할 뜻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