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도 그러더만, 왜 자꾸 MBC는 아름다운 강산을 이선희 노래라고 소개하나요? 이거 생각할수록 무지 기분 나쁘네요. 위의 영상에서 보듯이, 아름다운 강산은 1970년대 초반에 신중현이 작사작곡하고 또 직접 불러 히트친 노래입니다. (위 영상은 1980 버전, 1972년 초판 버전은 또 조금 다름) 이걸 이선희가 1988년에 리메이크한겁니다. 이소라가 부른 '사랑이야'는 이후 리메이크한 양희은이 아니라 원곡자인 송창식 이름을 붙여놓고서는 왜 자꾸 이 노래는 이선희 이름을 붙이나요? 짜증나게시리. 제가 이렇게 짜증을 내는 이유는 그냥 이게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이 노래를 불렀된 두 사람, 신중현과 이선희의 행적이 묘하게 엇갈렸던 것이 연상돼서 그렇습니다. 신중현은... 70년대 초반까지 한창 인기를 끌다가 박정희 정권의 미풍양속 단속 어쩌고 이런 이유로 활동금지를 당합니다. 그 계기는 대마초 사고였는데 신중현 등 당사자들은 지금도 정권의 조작을 주장하고 있죠. 이런 주장이 수긍이 가는게 가수 당사자들만 활동금지를 시킨게 아니라, 신중현 본인뿐만 아니라 죄없는 그의 노래까지도 싸그리 금지곡으로 지정시켜버렸기 때문.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이건 박정희가 트로트를 좋아했기 때문이란 말도;;;) 그 덕에 아름다운 강산 같은 노래들은 하루아침에 미디어에서 사라져버리고 신중현이란 이름도 금지어가 되버립니다. 이런 정책은 박정희의 뒤를 이은 전두환 정권까지도 이어져서 신중현의 노래가 금지곡에서 풀린 무려 1987년. 12년간 족쇄에 갖혔던 신중현, 덕택에 가수로서의 그의 캐리어는 이미 결딴나버렸죠. 이선희... 1987년 신중현의 노래가 해금되자마자 잽싸게 이 노래를 리메이크합니다. 원곡의 맛이 좀 사라진 듯했지만, 그래도 당시 노골적인 건전가요(?)로 비아냥받던 '아 대한민국'(정수라) 보다는 여러모로 업그레이드된 노래로 받아들여졌죠. 어쨌건 그 여세를 몰아 국민가수 비슷한 이미지를 쌓은 이선희는, 이후 민자당(현 X나라당의 전신) 입땅하시고... 인생사 참 묘하죠. 그 노래의 원작자는 누구 때문에 커리어 짤렸는데, 그 노래를 리메이크한 사람은 원작자의 커리어를 자른 사람들과 함께 정치 커리어도 쌓으시고... 뭐 이런거야 시절 탓으로 돌린다 하더라도... 노래에 대한 크레딧은 제대로 주란 말입니다!!! 이거 아직도 방송에서 신중현 이름이 언급돼서는 안되는 박정희-전두환 시절도 아니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나가수에서 이 노래를 쓸거였으면, 임재범이나 윤도현에게 부르게 했으면 의미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신중현은 국내 록음악의 효시로 꼽히는 사람이었으니.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