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던 지난 3일 홍콩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50대 또는 6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지 7시간 뒤였다. CCTV를 확인한 결과 이 여성이 숨진 이후에도 종업원들이 그녀 주변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었고, 숱한 사람들이 그녀 옆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이 매장은 24시간 운영돼 왔고, 사람들은 그녀를 흔한 잠자는 노숙인으로 생각해 숨진 뒤에도 아무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당시 이 사건으로 홍콩 시민들이 큰 충격에 빠져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영국 BBC방송은 28일 “사건 뒤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홍콩의 맥도날드에는 여전히 ‘맥난민(McRefugees)’들로 붐비고 있었다”고 전했다.
BBC는 홍콩의 맥난민 사망 사건이 홍콩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700만 인구의 홍콩은 1인당 국민소득이 4만304달러(약 4600만원)다. 그런데 인구 5명 중 1명이 ‘빈곤상태’로 빈부 격차가 극심하다. 또 전 세계에서 월세가 가장 비싼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독거노인이나 혼자 벌어먹고 사는 사람은 비싼 세를 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공공주택도 없고, 주택 공급 자체가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사람이 홍콩 인근의 중국 본토인 선전에 집을 마련해놓고 살고 있다. 그럴 형편도 안 되는 이들이 결국 맥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홍콩의 ‘맥난민’을 찍어온 사진작가 수라즈 카트라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매장 안의 가난에 찌든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 뒤 창밖의 화려한 홍콩 야경의 모습에서 커다란 모순을 발견하곤 한다”고 말했다.
홍콩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비싼 교통비와 월세 때문에 24시간 맥도날드 매장에서 잠을 청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2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맥도날드에 노숙했던 ‘맥도날드 할머니’가 나중에 요양원에서 숨져 논란이 됐다. 미국 역시 매장에서 장시간 머문다는 이유로 ‘맥난민’을 쫓아내는 경우가 빈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