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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력이 결여된 사람?
게시물ID : humorbest_3571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닉네임Ω
추천 : 36
조회수 : 6959회
댓글수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5/24 08:02:27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5/23 21:55:05
오늘에서야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나서 생각남.

학비를 벌기위해 작은 쇼핑몰 주차장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마흔 살 된 아저씨와 같은 조가 되어서 일을 하게 됨.

...


아직 미혼이었으며 말수가 적었고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는 않았며 혼자산지 꽤 오래되었다고 했다.

대화도 별로 없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라던가 살갑게 대하려 해도
뭐랄까..

어색해 하는 그런 느낌 보다는
이 상황에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난 나이가 한참 어렸기에 말씀 편하게 하시라 해도 알았다고는 건성으로 말을 하고는
더 어색해져 버렸다.

주차장 파트타이머가 네 명이었는데
네 명이 다 모일 시간이 주에 서너 번이 있었고.

만나면 우리는 재미있는 이야기나 고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아저씨는 잘 웃지 않았다.

아니
무었이 웃긴 것인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는것 같았고.
우리가 셋이서 이상한 고객 흉을 보며 막 웃고 있으면
"그러니까 이게 그 사람 때문에 웃긴거죠?" 라고 말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고.

처음에는 이해를 잘 못 하시는 분이라며 그것으로 웃었는데
그런 행동의 빈도가 점점 잦아 질수록 분위기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전혀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았고,
가끔 뜬금없는 이야기 혹은 혼잣말로 우리 셋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아무말도 대꾸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예를 들자면
"만약 내가 짤리면 너네 근무시간에 여기 없고, 다른데 갔었던거 다 일러 바쳐서 함께 짤리겠다."
라던가....


주차장도 서비스직인지라
고객에게 인사하고, 웃고, 목소리 크게 하고, 친절하게 하는게 일이었는데.
그 분은 많은 부분이 부족하여 운영진에게 많은 지적을 받았으며,
지적을 받았음에도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아니.... 운영진중 누군가 와서 볼 때만 열심히 뛰는 척을 했다.
(그래도 불친절 하긴 했지만. 이걸 설명할 길이 없다. 움직임 모두 아주 어색했으므로)
우리 셋은 모두 침묵했다.



어느날 야간에 단 둘이 그 아저씨와 있는 시간에

그 아저씨는 마당있는 집에서 원룸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집에 개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 놨다.

이사간 집안에서 키우라고 했더니

"똥개라 더러워 개가 어떻게 사람하고 살아"라고 말을 했다.
뭔가 말의 특유한 뉘앙스가 있어 다시 물어 보았다.

"개가 더러운데 왜 키우세요?"
'그 개 한번도 씻기지도 않고 냄새나, 밥도 잘 안주고, 더러워서 만지지도 않아.'

"그러면 차라리 개를 풀어주세요. 개가 힘들게 왜 키우세요? 저도 개를 키우는데 절대 그렇게 못해요."
'그러게 말이야 죽지도 않고'라고 하며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것 처럼 신나게 웃었다.

나는 그 모습이 섬뜩하여 얼어붙었고
그 아저씨는
'왜 그래? 내가 개를 막 키우니까 열받았어?' 라고 내 감정과 동떨어진 이상한 질문을 하였다.

그리고 몇일 후
그 분은 이사를 하게 되었고

개는 어떻게 되었냐 물어보니 산에다 묶어 놓았다고 했다.
"산에 묶어 놓으면 죽으면 어떻게 해요? 차라리 풀어주시지..."
'안 죽어 누가 와서 먹을 것 주겠지'

"아니 그게 말이 돼요? 아무도 없는 산에 누가 와서 먹을걸 줘요. 거기가 어딘데요?"
'됐어'

..........


일단 쉬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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