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작고 초라한 집은 소년의 유일한 보금자리였어요.
모두가 말 못하는 소년을 손가락질 하며 바보라고 놀리며 양손 가득 돌맹이를 던져도
소년은 그냥 히죽 웃을 뿐이였어요.
아이들의 계속 되는 돌팔매질에 이를 말린 것은 마을의 부잣집 도령이였어요.
도령은 말했어요.
"애들아 너희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이렇게 놀리고 돌맹이를 던지는 것은 옳지 않아!"
태어나 처음으로 소년은 그렇게 따뜻한 온정을 느꼈어요.
이제껏 아무도 자신을 위해 막아서거나 위해주지 않았거든요.
잠시 마을아이들은 바보를 노려본뒤 모두 도망가고 도령은 이마에 피를 흘리는 소년을 향해 다가 왔어요.
도령이 손을 내밀자 자신을 때리려는줄 안 소년은 순간 움츠려 들었어요.
소년도 도령이 그러지 않으리란걸 잘 알았지만 오랜 습관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았던 거였어요.
도령은 다시 소년을 바로한뒤 피가 나는 이마를 자신의 비단 못으로 구석 구석 닦아주었어요.
움츠렸던 소년은 그러한 도령을 보며 해맑게 웃었어요.
도령은 그후 바보의 가장 소중하고 단 하나뿐인 친구가 되었어요.
석류를 함께 나누어 먹으며 산으로 들로 놀러 가기도 하고 계곡 물에 들어가 물을 무서워하는
바보에게 수영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기쁜일이 있거나 맛있는것이 생기면 도령은 항상 홀로 쓰려져가는 작은 집에 살고 있는 바보 소년을 찾아갔어요.
항상 소년은 기분 좋은 얼굴로 히히 웃었어요.
남에게 맞지 않기 위해 짓는 웃음이 아닌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미소였어요.
타인과 함께 하는 시간이 그것도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이 이토록 기쁘고 즐거운 것인줄은 바보는 알지 못했던 거였어요.
변해가는 계절속에서도 둘만의 우정은 변하지 않았어요.
눈이 오면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벚꽂이 떨어질때면 언덕위에 누워 떨어지는 벚꽃을 바라봤죠.
태어나 처음으로 맛보는 행복감에 취해 바보는 앞으로 다가올 어두운 날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어요.
매년 여름 마다 동네 아이들과 깊은 계곡에서 하는 수영날이였어요.
바보가 수영하러 온다는 것을 안 마을 아이들은 미리 바보를 놀려줄 작정으로 재미난 장난을 생각해 두었어요.
바로 도령과 떨어진 순간 소년을 끌고 물이 깊은 곳으로 데려가는 거였어요.
한명의 아이가 도령에게 말했어요.
"빨리 집에 가봐 큰일이 났어!"
개구리 헤엄을 치며 함께 놀던 도령은 놀라 서둘러 집으로 뛰어 갔어요.
이때다 생각한 아이들은 바보 소년을 잡고 물 깊숙한 곳으로 헤엄쳐 갔어요.
그리곤 바보를 놓아버린체 웃으며 바라보았어요.
머리가 물에 잠겼다 떴다를 반복하며 그만 하라고 말해보고 싳었지만 바보의 입에선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어요.
코와 입으로 스며드는 물을 연거푸 뱉어내며 팔을 좌우로 흔들어 보아도
커다란 두눈을 깜박여 보아도 마을아이들은 또 바보 같은 행동으로 자신들을 웃겨주려나 보다라고 생각했어요.
머리가 아프고 숨쉬기가 힘든 소년이였지만 마을아이들은 알지 못했어요.
소년은 수영을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을요.
슬피 우는 것이지 웃는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어차피 마을 아이들에게 소년은 그저 바보일 뿐이니까요.
커져만 가는 소년의 허우적 거림에 아이들은 이제 재미없다는듯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어요.
스르륵 서서히 물에 잠겨가는 소년의 모습을 보지 못한체요.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의 말이 거짓이라고 깨닳은 도령은 서둘러 다시 계곡으로 돌아왔어요.
"소년아 소년아 어디있니?"
"소년아 그만 나와 이제 가자"
멀어져가는 도령의 오랜 외침 끝에 그가 본것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바보 소년이였어요.
고령은 너무나 너무나 자신에게 화가 났어요.
말을 하지 못하는 소년이 얼마나 무서웠을까...얼마나 살려달라고 외치고 싶었을까...
내가 여기 있었다면 이런일이 없었을텐데..
싸늘하게 식어버린 소년의 손을 꼬옥 잡은체 도령은 한참을 울었어요.
더욱 슬픈것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슬퍼할까 걱정이라도 한듯 항상 도령에게 보여준 미소를 짓고있는 소년의 모습이였어요.
마치 난 괜찬아 울지마...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말을 하지 못해 바보라고 놀림을 받았던 소년도 진심어린 우정을 보여준 도령도
다음 생에선 서로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고 있을거에요.
모든 슬펐던 기억을 잃은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