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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이글을 보고 웃고 있는 나를 그려본다.
게시물ID : gomin_3573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iΩ
추천 : 5
조회수 : 23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7/01 14:55:46
 1년 전 여름
 매일 반복되는 대학원 생활에 대한 지겨움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잠시 휴학을 하고 고향에 내려왔다.
 친구 녀석들과 술 한잔 걸치는 중에, 꼴에 사내 녀석들이라고 옆 테이블의 여자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20대 때의 난 친구들과 있는게 즐거웠고 혼자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던지라 딱히 이성에 대한 외로움과 그리움도 없었던 '모태솔로'였기에 그냥 물끄러미 지켜만 보았다. 말주변이 좋은 친구 한 명이 여자들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 2차로 술 한잔 더 하기로 하였다.

 난 별 다른 생각 없이 같이 나섰고, 두명 중 편하게 말하는 그녀의 말투와 행동이 왠지 나를 사로잡았다. 그런 내 맘을 알고 친구 녀석이 잘해보라고 그녀의 번호를 주었다. 난 소개팅을 해 본 경험이 없고 답답한 카페는 워낙 질색이라 그녀에게 가볍게 산책을 하자고 제안을 하였다. 그녀와 그렇게 처음 산책을 하면서 나도 모르는 오랜만에 느끼는 설레임이 찾아왔다. 
 
 그녀는 직장에 다니지만, 시간이 나는데로 공부를 하였다. 거기에 조금이나마 지식이 있었던 나에게 그녀는 시험 전날 하루만 공부를 봐 달라고 했고, 나는 흔쾌히 수락을 하였다. 난 이후에도 보고 싶은 마음에 계속 같이 공부 할까? 라는 제안을 했고 그녀도 OK 했다. 공부를 계기로 우리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중간에 영화도 보고 가끔 근교에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흔히 연인들이 하는 것들을 하면서 즐겁게 지냈다.

 난 고민이 생겼다. 이번 여름이 지나면 복학을 해야되는데, 그녀에게 고백을 해야될까? 아님 이런 사이로 지내야 할까? 나의 마음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당일치기지만 나름 우리들만의 여행을 갔다. 난 거기서 떨리는 말투로 그녀에게 고백을 하였고, 우린 그렇게 사귀게 되었다. 모든게 새로웠다. 아침이 즐겁고 눈 감기까지 늘 행복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런 거구나 감사했다.

 사귄 후 50일 정도 지났을 무렵, 복학 할 시기가 왔다. 그녀에게 어렵사리 이야기를 하였고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난 이 자리, 여기에 있을꺼라고... 공부 열심히 하고 오라는 그녀였다. 장거리 연애가 시작되었다. 서로를 토닥토닥 해주면서 복학 후 3주 정도 지났을 무렵 내려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 맘은 점점 더 그녀를 향하고 있었을 때였다.

 그렇게 만남 이후 보름 정도 지났을까... 그녀의 연락이 뜸하기 시작했다. 매일 형식적인 문자와 연락에 아마 그녀는 지겨워 했을리라... 그런 사이에 백일은 지나갔고, 난 조그만한 선물을 준비해서 그녀가 시간이 되는날 내려갔다. 이별은 예상하지 않았지만, 난 우리 관계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 하고 싶었다.

 만났을 때, 그녀는 어색했다. 좋아하는 음식도 잘 먹지 않았다. 시간이 흘리고 차가 나왔다. 그녀는 묻는다. 나에게...
 '우리 이전과 달라진 거 없어?'
 '난 미안해. 너가 힘들때나 즐거울 때 옆에 있지 못 하잖어.'
 '그래서 말인데... 이전에 우리 오빠동생 사이로 돌아갔으면 좋겠어.'
 멍했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시간을 돌리고 싶었다. 차라리 복학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다른 약속이 있다면서 우린 그렇게 밥만 먹고 헤어졌다. 집에 오는 차 안에서 맘 속으로 난 울고 있었다. 내리는 빗 속에 우산 없이 멍하니 서 있는 기분이었다. 
 
 대학원 생활은 더욱더 답답해져 갔다. 사랑이 뭔지 알게 되었고, 사랑한 댓가를 치루는 것 같았다. 밥 맛도 없었다. 무기력해져 갔다. 웃음도 잃었다. 없던 타지생활에 대한 외로움도 생겼다. 보고 싶었다. 생각났다. 친구로 지내자를 말에 난 다음달, 친구라는 가면을 쓰고 다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잘 지내는 것 같았다. 반가운 얼굴로 나를 대해주었고, 헤어질 때 버스 타기 전 뒤돌아 서서 손 흔드는 밝은 모습의 그녀였다.

 그 후 6개월이 지났다. 지금이다. 그 동안 계속 끊임 없이 생각났고 아직도 무기력하다. 삶의 행복이 날아간것 같다. 난 그 이후 고향에 내려갈 일이 있어도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두려움 보다도 과거에 즐거웠던 내가 지금의 나를 잡을꺼 같았다. 마음 속으로는 졸업하고 취직하면 밥이나 먹자고 해야지 하는 희망을 가진채 지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헤어지고 힘들어 했던 나. 지금의 그녀 옆엔 다른 사람이 있다. 행복해 보인다. 아마 나와 헤어지자고 한 것도 그 사람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고백한 곳에 그녀는 그와 여행도 가고, 이젠 그 사람이, 그녀가 날 기억하지 못하게끔 그 자리를 잘 채우고 있다. 차라리 이 사실을 안 것이 그녀를 잊는데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게 내 욕심이다. 나 때문에 장거리 연애가 되었고, 그녀 못지 않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졸업이다. 난 두마리 토끼를 잡을려고 했던 것이다. 헤어지고도 그녀를 떠나보내지 못한 집착일 수도 있다. 친구들은 말한다. 시간이 약이라고... 좋은 사람 나타난다고...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해준 그녀에게 고맙기도 하면서 미워지기도 한다. 1년 뒤 이글을 보고 웃고 있는 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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