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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대민지원
“읏차.”
로우리와 나는 대민지원에 나가 주민들에게 줄 상자를 트럭에서 내리고 있었다.
“고생한다. 로우리.”
“아냐. 이 정도 쯤이야 사도에겐 문제없어.”
우리가 대민지원을 온 곳은 지난 번 홍수가 온 마을이다. 우리는 주민들에게 차례로 생필품을 나누어 주고 흙탕물이 된 집을 청소해주었다. 그렇게 대민지원이 끝나갈 무렵. 장미기사단원(제국의 황녀 피냐 코 라다가 14살 무렵에 만든 기사단으로 거의 여자로 구성되어 있다.) 몇 명과 피냐 황녀가 말을 타고 우리에게 왔다.
“윤 소위, 우리 백성에게 도움을 줘서 정말 고맙네!”
“아닙니다. 황녀 전하.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래. 자네의 그 마음이 기특하니 우리 제국은 자네에게 기사 작위를 주기로 했네. 이세계에 와서 우리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해서 그런 것이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게.”
“죄송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전하.”
“아니, 왠가?”
“저는 대한민국의 군인이므로 제 조국을 져버리고 제국의 신하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 아쉽게 됐군. 그럼 우리 황궁에서 식사라도 대접할 테니 잊지 말고 오면 좋겠네.”
“네. 알겠습니다.”
공화주의자인 나는 신분제를 인정할 수 없기에 피냐 황녀의 요청을 거절했다. 보통 이세계물에서는 주인공이 이세계의 왕국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지만 그런 이세계물은 전근대 유럽풍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씨발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 1789년 프랑스에서 왜 혁명이 일어났겠는가. 하지만 식사 정도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해 흔쾌히 수락했다.
어느덧 대민지원이 끝나고 저녁이 되었다. 나는 정 병장을 데리고 피냐 황녀의 식사 초대에 가기 위해 k151을 탔다. 정병장이 운전하던 도중 나에게 말했다.
“소위님, 우리 부대 말입니다.”
“응. 왜?”
“왜 이세계에 떨어진 우리 부대는 최대 계급이 소위인 거죠?”
“그거야 나도 모르지.”
짬먹은 계급까지 생각해 보면 육해병대 포함해서 실질적으로 육군 측의 오 원사가 가장 높다고 할 수 있겠으나 정병장은 이론상으로 생각하고 있는거 같아 그냥 조용히 넘어갔다. 뭐, 실질적으로는 리더 역할은 내가 하고 있지만 말이다.
어느덧 우리는 제국의 황궁에 도착했고 우리가 제국을 점령한 뒤 새로 만든 깃발(이라고 해 봐야 드래곤 문양과 상하좌우 날개를 뺀 것 뿐이지만)이 황궁 문 앞에서 우리를 반겨주었다. 황궁 앞에 주차를 하고 황실 레스토랑으로 갔다.
“윤 소위! 정 병장! 어서 오게!”
나와 정 병장은 황녀에게 경례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초대한 자리에 와줘서 고맙네. 오늘은 특별히 자네들을 위해 한국 요리를 준비했네.”
나는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저, 어떻게 한국 요리를 만든 거죠?”
“한국 요리는 일본 자위대 측의 모치즈키 토야라는 아이가 스마트폰이라는 물건을 우리 제국 측에 선물해 주어 그것을 통해 자네들 나라의 요리 조리법을 알게 되었다네.”
토야 녀석. 꽤나 유용한 일을 했군. 갑자기 뜬금없겠지만 나와 토야와의 관계를 말해주도록 하겠다. 우리 부대가 자위대 부대와 처음 접촉했을때. 난 자위대 본부가 있는 엘베 왕국의 수도 파루드에 쿠리바야시 중사를 만나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모치즈키 토야와 만났다. 토야는 나에게 이세계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토야와 나는 비록 나이 차가 있지만 친구 이상의 사이로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술집에서 벌어진 그 사건 때문에 한국군과 자위대간의 갈등은 커져갔고. 둘 사이의 전쟁을 막으려던 토야는 쿠리바야시 중사를 설득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다.
“뭐? 나보고 한국군과 불가침 조약을 맺으라고? 너도 이타미 중위같은 내 상관들처럼 영창에 갇히고 싶냐? 그딴 소리 한번만 더하면 너 영창갈 줄 알아!”
다행히도 협상을 시작해 20km씩 중립지역을 만들기로 합의하고 중립지역이 발휘되기 하루 전. 토야가 우리 부대에 찾아왔다. 토야는 나에게 이타미를 비롯한 쿠리바야시 중사의 상관들이 영창에 갇혀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녀가 이세계의 자위대의 지휘권을 차지하기 위해 쿠데타 비슷한 것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왜 이 일을 이제서야 이야기하냐고 묻자 토야는 쿠리바야시 중사가 무서워서 이제서야 어렵게 말을 꺼냈다고 했다.
나는 일단 알았다고 했고. 그들을 구출해 향후 이세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생각도 해보았으나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소중한 병사들을 잃을 수 없어 결국 그 생각은 흐지부지되었다. 나는 토야에게 일단 몰래 부대를 떠났으니 엘베 왕국의 여관에 묵었다고 변명하라고 하고 공관에서 재웠다. 어차피 내 위의 상관들이 다 휴가 나갔을때 이세계에 떨어졌으니 상관은 없지만.
그 후. 토야와 나는 20km의 중립지대를 중간에 두고 서로 만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잘 먹었습니다.”
어느새 저녁식사가 끝났다. 피냐 황녀가 말했다.
“오늘 하루 자네들과 식사를 해서 즐거웠네. 그럼 돌아가는 길 조심히 가게.”
피냐 황녀는 황궁 문 앞까지 나와서 우리를 배웅해 주었다. 우리는 부대를 향해 차를 운전했다.
부대에 돌아온 우리는 렘과 레레이, 로우리의 경례를 받으며 생활관으로 들어섰다. 내무실에 들어선 나는 정 병장에게 말했다.
“철민아, 얼마 안 있으면 창수 생일인데 무슨 특별한 계획 있냐?”
“부대원들이 조리병과 같이 케이크를 만드는 중입니다.”
“오, 그래? 다른 건?”
“레레이 이병의 마법으로 불꽃 축제를 벌일 예정입니다.”
“그래, 알았다.”
“필승! 윤스탠리 소위님 수고하십시오!”
“그래.”
나는 정 병장을 뒤로하고 내무실을 나와 BOQ를 향해 걸었다. 가는 도중 이세계의 경치를 보았다. 오늘따라 아르누스 언덕이 아름다워 보였다. 언덕에서는 바람에 흩날리는 풀들과 그 풀을 뜯는 마누가가 보였다. 경치가 정말 일품이다. 나는 스마트폰으로(토야가 내 갤럭시 S8을 이세계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 경치를 찍어서 트위터에 올렸다.
[작품후기]
일주일만에 컴백한 작품입니다. 2회를 올리니 감회가 새롭네요.
윤 소위는 아직까지 토야가 벼락에 맞아 죽고 이세계에서 다시 살아나 엄청난 현자가 된 것을 모르는 상황입니다. 뭐, 작품이 진행될수록 차차 알게 되겠지만요. 그리고 작품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예고하고 보는 것인만큼 앞으로 전개가 어떻게 될지 기대해 주세요.
정 병장은 연상호 감독님의 작품 <창>에 나오는 그 정철민 맞습니다. 주인공의 부대 설정에 맞게 육군에서 해병대로 변경하게 되었네요 ㅎㅎ(그 와중에 이창수 상병도 추가한 건 덤)
작중 윤 소위와 정 병장이 부대로 복귀하는 길에 렘이 윤 소위와 정 병장에게 경례를 하는 묘사가 있는데 렘을 넣은 이유는 렘 전용 사격장의 표적을 마녀교 교단하고 로즈월 L. 메이더스 이런 개 시방새들로 구성할 거라서요.
그리고 중후반부 쯤에 람과 스바루도 등장시킬 예정입니다. 사실 리제로 캐릭터들을 넣은 이유는 제국의 적대세력인 마녀교를 위대한 대한민국 육군과 해병대가 우수한 화력으로 마녀교 교단하고 렘람 자매들을 고통스럽게 한 새끼들을 조져줘서 제국과 우호관계를 맺고 렘이 대한민국 해병대에 입대하는 즐거운 상상을 설정화하기 위한 게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