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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난 아프니까 네가 생각나는걸까?
게시물ID : gomin_4130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나인
추천 : 0
조회수 : 2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9/25 02:55:57

1.

최근 3주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3시간씩 밖에 못 잤더니 골병이 들었나보다. 비싼 한우를 처묵처묵하고 장염에 걸렸으니 말이다. 간만에 소고기를 먹게되어 입에선 거친 숨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소님을 영접하기 위해 몸도 청결히 씻고 나갔고 친구들과 소님소님 노래를 불렀다. 흰두교로 개종해도 될 듯 ㅇㅇ


원래 내 소화기관의 강력함에 대해선 자부하고 있었지만 급한 마음에 레어로 구웠더니 탈이난 듯 하다. 소님을 뜨겁게 하는건 예의가 아니잖아.


아침에 일어났을땐 속이 메스껍고 토할것 같더니 한밤중엔 아예 몸에서 열이나며 오한이 서린다. 당장 내일 제출해야 될 과제도 있고 오늘 새로운 프로젝트도 맡았는데 이럴시간이 없다. 고 생각했지만 몸은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2.

결국 집에 도착하자 마자 앓아 누었다.

2시간이 채 못되게 잠들었다. 잠 깨보니 몸이 더 아프다. 그러다 문득, 3년 전 헤어진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는 애증의 대상이다. 미워 죽겠는데, 연민이 느껴져서 마냥 미워할 수 없다. 웃긴 일이다. 버림 받은것도 나고, 먼저 헤어지길 원했던것도 나다. 하지만 내 맘속엔 아직 그녀가 남아있다.



3. 

지난 2월, 그녀도 독감으로 고생할 때 내게 해열제를 부탁했다. 아플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나라는 점에 대해선 묘한 감정이 일기도 했지만 그녀는 오로지 해열제에만 관심있었을 뿐, 내가 건낸 해열제를 받고 차갑게 문을 닫았다. 그 뒤로 그녀와의 교류는 전무했고, 그녀는 폰번호를 바꿨으며, 한 두 차례 내게 연락을 했지만 나는 그녀의 번호를 저장하지는 않았다.



4. 

우리가 아직 사귀던 시절 나는 그녀를 만나기로 한 약속을뒤로 하고 친구들과 오랜만에 농구를 했다. 그녀와 약속을 했던건 아니고 사실 수업 종료후 으레 만났기에 암묵적인 약속이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인지 약속을 하찮게 여기고 친구들과 놀았다. 무튼 홀로남겨진 그녀는 내게 단단히 삐졌다. 나는 농구를 하다 친구의 머리에 부딪혀 안와 골절 및 상악골 골절, 뇌진탕을 겪게 되었다. 당시에 얼굴뼈가 부어오르지 않았기에 멀쩡한줄 알았는데 집에가서 쉬다보니 속이 메스껍고 토할것만 같았으며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오늘처럼 말이다. 피지컬이 무너지니 멘탈도 무너졌던걸까, 울적한 마음에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는 내게


"잘됐다"


라고 말했다. 아무리 삐진 그녀라지만 너무 가슴아픈 말을, 내게 했었다.



5. 

오늘은 마치 그날처럼 아픈 날이다. 지금 내겐 3년이 넘게 여자친구가 없다. 그녀가 내게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이다. 이렇게 아픈데, 나를 위해 걱정해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혹시 그녀라면 나를 걱정해 줄까?


어림도 없는 소리다. 그녀는 그런 감정표현, 사귈때도 잘 못했잖는가.

선인장처럼 뾰족한 가시로, 내가 다가갈 때 마다 콕콕 찌르던 그녀였지만 앓아눕고 나니 그녀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 그녀에게 지금 달려와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시절로 돌아갈순 없다.


헤어지고, 전역후 그녀를 만났을때, 내가 그녀와의 잠자리를 거부했던 이유처럼 나와 그녀는 어떻게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그 시절이 너무나 그립다. 치열하게 사랑했고 치열하게 상처입히던 그 시절이....



6.

그녀는 마지막까지 내게 상처를 입혔지만 그녀가 가끔 생각나는 이유는, 날 아프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러니 하다. 동시에 내가 마조스럽다. 아무래도 내가 3년간 여친이 없는건 새디즘 성향이 있는 여자를 아직 못만나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7.

과제 해야 되는데 정말 뒤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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