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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게임 GM일하면서 있었던 사이다 썰(스압)
게시물ID : soda_35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wine4u
추천 : 25
조회수 : 5058회
댓글수 : 66개
등록시간 : 2016/05/21 02:03:29

이번엔 약 8년전 다닌 게임회사에서 었던 얘기입니다.

국내에는 유저들이 그닥 많지 않고 잘 모르는 게임의 GM으로 일을 했었습니다.

유명하지 않았던 때문이지 GM이란 직책으로 이벤트 기획도 하고, 게시판 답글도 달고

전화상담도 하고 불법프로그램 단속도 다 하는 곳이었죠


전화상담 업무를 하다보면 보통 진상이라고 많이 부르는 강성 클레임 전화도 자주 받게 되는데

특이한 고객이 있었습니다. 매일 술에 취한게 확실한 말투로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는 어르신이 계셨는데요.

머 술에 취해서 감정적인 사람들이 늘 그렇듯이 온갖 욕설에 알아듣지 못할 말을 반복합니다.

매일 같이 오전시간대에 전화해서 욕하다 끊는데다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말하질 않으니

그냥 무감정적으로 네.네. 고객님만 반복하다 끊는게 매일 일어나는 이벤트였죠.


그런데 하루는 전화상담중에 감정이 상당히 복받치셨는지

자신의 조카가 국정원에 일하는데 조카한테 말해서 게임사에 불을 지르겠다고 하십니다.

그냥 술취한 사람의 헛소리겠거니 하고 원하시는대로 하시라고 그러고 상담을 종료했는데

몇 시간 뒤에 다시 그 분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화를 받으니 이번엔 울기까지 하시네요. 


왜 이러나 신경쓰여서 최대한 조곤조곤 여쭈어보면서 무슨말을 하시는건지 이해 갈때까지 계속 질문을 드렸더니

게임사에 협박해달라고 조카한테 전화했다가 욕을 먹었다고 하십니다. ㅎㅎ


게임때문에 서러운데 조카한테 욕까지 먹은게 너무 서러워서 울었다고 하시네요.

머가 그렇게 서럽냐고 여쭤봤는데 어린노무 쉐키들이 싸가지가 없다라는 말만 하시고(그전에도 매번 하던 말이였죠)

또 횡설수설하십니다. 도저히 이해를 할수가 없어서 고객님 연락처 남겨주시고

한숨 주무십시요. 퇴근시간 전에 제가 전화 드리겠습니다. 라고 몇번 반복해서 설득해서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전화상담 업무하는 곳에 그 흔한 발신번호 표시 부가서비스도 가입안한 회사였네요)


다시 전화를 드렸더니 자다가 전화를 받으신듯한 목소리긴 한데 다행히 술이 깨셨습니다.

그래서 머가 그렇게 억울하시냐 하고 여쭤봤더니 매크로 사냥하는 놈들때문에 게임을 할수 없다고

그래서 매크로 사냥하는 애들한테 제대로 사냥해라 라고 하면 어린놈들한테 욕을 먹는다고 너무 억울하다고 하십니다.


그 당시 게임에 매크로 신고하는 기능은 홈페이지에서 신고게시판에 남겨야 가능했고

신고 양식이, 해당 필드명, 좌표명, 해당캐릭터명 이렇게 기재해야 됐습니다.

신고를 하려면 일단 해당 캐릭터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 필드를 찾아가야 되고

필드에 다른 캐릭터가 들어오면 매크로 프로그램에서 경고같은게 울리는건지

매크로 돌리던 사람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꺼버리니 잘 잡히지도 않았죠.

덤으로 신고하려고 하는 고객에게는 온갖 조롱과 욕설을 하기도 한다니

억울하실만 했습니다.

일단 무슨 얘기인지는 알았고 고객님(어르신의) 캐릭터명을 정확히 말해주시면

내일 제가 모니터링을 해보겠습니다. 내일만이라도 술을 자제해주시고 게임 이용 부탁드린다 라고 말씀드렸죠.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GM 캐릭터로 게임에 접속해서 그 어르신의 캐릭터가 있는 필드로 이동해서

모니터링을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필드에서 한바탕 중입니다.

그런데 채팅 내용이 참....................


어르신:어린

매크로유저 : 욕욕욕욕 나이 많아 좋겠다 욕욕욕욕

매크로유저 : 욕욕욕욕 그 나이 먹고 게임 왜하냐 욕욕욕욕

매크로 유저 : 욕욕욕욕 그러고 살고 싶냐 욕욕욕욕

어르신 : 노무


이런식이였습니다. -_-;; 나이 많은 어르신이라 채팅속도가 너무 느려서

두글자 치는데도 한참 걸리는데 그 사이에 매크로 유저는 욕을 기깔나게 쏟아붓는거죠.


상황은 알았고 상대방이 매크로를 쓰는 순간을 포착해야 어르신 말이 맞다는걸 알수 있으니까

좀더 모니터링 중이였는데 상대방이 놀리려는건지 매크로를 가동하더군요.

이 게임 매크로가 되게 좋은게 캐릭터가 벽을 뚫고 다니면서 순간이동을 하고 필드에 있는 몹을 몰고 다니면서 싹쓸이를 합니다.

리젠 타임까지 계산을 해서 중간 중간 죽는 몹들이 리젠되는 순간에 정확하게 해당 위치로 가서 몹을 끌고 가버리죠.


어쨋든 상황을 파악했으니 어르신께 전화 드려서 해당 필드에 접속해 있으면 상대 유저가 계속 대기타는 상황이라

매크로 단속을 할수가 없다 죄송하지만 접속을 끊어주시거나 아니면 다른 필드에서 대기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라고 말씀 드렸더니 다른 필드로 이동을 하시더라구요.


이 게임의 매크로 단속 방법이 참 웃겼던게

"ㅇㅇㅇ고객님께서는 불법프로그램 사용중으로 확인되어 경고드립니다. "

"자리에 계시다면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불법프로그램 사용중으로 확인되어 경고드렸으나 답변이 없어 제제 진행하겠습니다."

이런식으로 경고를 한땀한땀 채팅창에 귓속말로 쳐야 됩니다. 인기 없는 게임이라서인지 채팅 매크로 기능도 없었구요.

게다가 경고멘트 하나 쓸때마다 스크린샷을 찍어야 됩니다 ㅡ,.ㅡ

고객이 매크로 단속에 대해서 클레임 걸 경우에 대한 대비책으로요.


어르신이 필드 옮기고 30분 정도 이후에 단속을 시도하였으나 아니나 다를까

매크로 유저의 대답으로 단속 실패. 점심 먹고 재시도해서 단속에 성공을 했죠.


하지만 비인기 게임답게 영구정지까지는 무려 8차까지 걸려야 됩니다.

1~4차 게임접속종료 ,5차 3일, 6차 7일, 7차 15일, 8차 영정이였던거 같네요.


이후로 해당 캐릭터와 부계정 3개까지 (매크로 유저들은 대부분의 경우 기본적으로, 법사,사제,조련사,전사 파티로 세팅합니다.)

6차 이상 단속하는데 2주 정도 걸렸던거 같습니다.

보통의 경우 그렇게까지는 안하는데 채팅 내용이 너무 더러워서 저도 욱했었죠.

그중에 메인이였던 법사 캐릭터는 꾸준~~히 단속을 해서 영정까지 시켰었죠 ㅎㅎ


이후로는 그 어르신의 술취한 욕설 전화 대신 비정기적으로 안부를 묻는 전화가 왔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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