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한 연구소의 포럼을 마치고 나서 뒷풀이토론 중에 정치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결국 안철수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레 나왔는데 참석자 대부분이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들이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이미 있었던 현상이라면 기존에 마련된 분석틀이나 경험으로 예측이 가능하겠지만 이번 안철수현상은 전혀 새로운 현상이다. 1997년의 DJP연대에 이은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도 변화가 있었듯이 이번에도 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현상에는 새로운 분석틀이 필요한 것이지 기존 경험이나 관행을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은 오판의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정보통신강국인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굉장히 빨라진 의견교환으로 후보들간 단일화논의 이전에 먼저 단일화를 시킬 수도 있다. 3자정립구도로 계속 가는 것이 아니라 될 놈을 중심으로 판단한 유권자들이 둘 중 한 사람에게 쏠리는 여론조사결과로 사실상의 단일화를 만들 수도 있고(사전 단일화), 3자가 대선에 들어가 투표로 승부할 때 유권자들이 한쪽으로 몰아주는 전략적 투표를 통해 야권 단일화(사후 단일화)를 시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될성 부른 떡잎인지 유권자가 판단하는 일이다."
저는 습관적으로 정치적 앞날을 예측할 때 항상 소수파 입장에 서있었습니다. 2002년 대선도 민주당 내에서 노무현 만이 이회창 대응카드가 될수 있다고 본 입장이었는데요... 다수파 입장은 항상 기존의 상황(대세)을 전제로 분석하고 판단하기 때문인데 저는 그것이 대부분 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이전 선거와 이번 선거사이에는 거대한 민심의 변화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그 변화의 질과 양을 무시하고 이전 선거들을 기준으로 앞날을 예측하는 것은 지적인 게으름입니다. 특히나 대선은 흔히 말하듯이 지난 날을 반추하며 투표하는 '회고적 투표'가 아니라, 앞날에 대한 전망을 중심으로 하는 '전망적 투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대선의 기본구도는 안철수에게 절대 유리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87체제라 불리는 '민주 대 반민주'라는 낡은 구도안에 박근혜와 문재인이 묶여 있고, 안철수는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측은 지속적으로 박근혜를 과거구도로 끌어들이려 할 것입니다. 민주세력이란 그들의 존재양식이 '민주 대 반민주'구도로 가야 '반민주' 상징인 박근혜를 이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이런 민주당에 대한 대응을 피하고 통합과 상생의 기치를 들고 미래로 가자는 박근혜는 이미 민주당의 공세에 벌써 한쪽 축이 허물어져 버렸습니다. 이 기본구도를 진영구도로 연장해서 보더라도 안철수는 강세입니다. 통합과 상생의 진정한 상징인 안철수가 전체 유권자의 70%에 달하는 중도좌우로 무한히 확장해나갈 수 있는 반면, 문재인의 최대 지지율은 낡은 민주세력 25~30% 이고, 박근혜 역시 전통적인 보수층 35~40%가 최대 지지율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물론 전쟁(선거)은 과학이 아니라 기술이기 때문에 이런 구도가 그대로 선거결과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누가 선거운동기간동안에 얼마나 유권자층에 울림이 있는 선거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겠지요. 그러나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출발선인 기본구도가 이처럼 안철수에게 절대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후보들간 단일화논의보다 유권자가 먼저 단일화를 시킬 수도 있다는 역동성을 감안해서 이번 선거판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